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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V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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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조명❶

CPTPP, 가입을 향한 시선①

현실적이고 다각적인 고려가 선행돼야

미국이 참여하지 않은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이하 CPTPP)이 12월 30일 발효됐다. 한국의 가입 타당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살필 점이 많다. 한국의 산업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및 기업들의 통상환경을 현실적으로 살펴봐야 하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어떤 경제적인 효과가 있을지도 검토해야 한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차장


2017년 1월 23일, TPP를 탈퇴한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CPTPP 가입을 둘러싼 논의

2010년 3월에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8개국 간 협상을 개시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이하 TPP)이 드디어 2018년 12월 30일 미국을 제외한 11개국 간에 CPTPP라는 새로운 명칭의 협정으로 발효되었다. 싱가포르, 칠레, 뉴질랜드, 브루나이 등 아시아·태평양 4개국 간 P4(Pacific 4) 협정으로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미국이 참여하면서 회원국이 확대되고, 특히 2013년 일본의 참여가 큰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이전 TPP 협정은 아시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의도와 뒤처져 있던 FTA 체결 레이스에서 속도를 높이려는 일본의 목적이 잘 부합된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2017년 예상치 못한 미국의 탈퇴 결정으로 TPP 협정 자체가 무산될 위기를 맞이했으나 일본을 비롯한 나머지 회원국들의 노력을 통해 마침내 CPTPP를 탄생시켰다.
한국은 TPP 협정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참여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채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정 내용에 대한 검토를 진행해왔었다. 당시에도 글로벌 생산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 TPP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부 산업은 일본에 대한 시장개방에 대해 우려의 견해를 밝혔다. 이제 우리 정부는 미국이 참여하지 않은 채 발효가 된 CPTPP 가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가입의 타당성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경제효과뿐 아니라 현시점에서 우리 산업과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 우리 기업들을 둘러싼 통상환경까지 더욱 현실적이고 다각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좌로부터 에두아르도 페레이로스(Eduardo Ferreyros) 페루 무역부 장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TPP 장관, 일데폰소 과하르도 비야레알(Ildefonso Guajardo Villarreal) 멕시코 경제부 장관.

 

 

신중하게 검토할 사안들

많은 국가가 FTA를 체결하는 목적은 시장을 개방하고 장벽을 완화하여 무역과 투자를 증진하는 것으로 이러한 협정의 경제효과, 특히 소비자 후생은 장기적으로 증대되기 마련이다.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경우에도 장기적인 경제효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러한 효과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가 여전히 관세라는 제도를 유지하고 선별적으로 FTA를 체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느 정도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를 남겨두기 위함일 것이다. 한국이 CPTPP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PTPP 가입은 실질적으로는 지금까지 양자 간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 멕시코 두 국가와 FTA를 체결하는 효과가 가장 크다. 그런데 우리 산업계는 멕시코와의 FTA는 대체로 찬성의 관점이나, 일본과의 FTA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이다. 사실상 일본은 공산품에 대한 관세가 대부분 무세이거나 매우 낮은 수준인 반면, 우리는 평균적으로 8%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상호 시장을 개방할 경우 우리 시장만 내어주는 결과가 초래된다. FTA를 통해 일본의 비관세장벽 해소를 기대하기도 했으나 일본 시장접근이 어려운 이유는 정부 간 협상을 통해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법적 장벽보다는 기업들의 상관행과 소비자들의 자국 제품에 대한 충성도 자체가 더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일본과 FTA를 체결하는 경우 양국 간 이해관계의 균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한국 산업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일본은 언젠가는 극복해야 할 시장이며 일본과의 FTA 체결을 무한정 유보할 수 없다는 견해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지난 20여 년간 많은 국가가 자유무역을 위해 경쟁적으로 FTA를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 기조가 확산되고 미·중 무역분쟁이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 일본에 대한 시장개방의 부담은 한국 기업들에는 이중고가 될 여지가 크다. CPTPP 가입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민감 산업에 대해서는 최대한 장기간에 걸친 시장개방을 관철할 수만 있다면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 제고를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는 이미 발효된 CPTPP에 가입하는 입장에서 한국의 협상력에 상당히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11개 회원국의 상품 및 서비스 양허를 비롯하여 모든 협정문이 확정된 상황에서 신규 가입국들은 기존의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수용하고 자국의 상품 양허와 서비스·투자 유보안을 두고 협상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기존 회원국들의 양허 수준과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유무역의 수호자였던 미국이 일방주의로 선회하고 미·중 갈등이 지속하면서 세계 통상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한 통상환경에서 우리나라 산업계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CPTPP 가입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좀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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