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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V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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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꽃피우다

세계가 곧 나의 무대, K뮤지컬의 재탄생

재해석과 현지화로 K뮤지컬 한류 ‘날갯짓’

한류 하면 K팝이나 드라마, 영화를 먼저 떠올리지만,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해외에 성큼 발을 내디딘 또 다른 분야가 있다.
바로 뮤지컬이다.
이른바 ‘K뮤지컬’이라 불리는 한국의 뮤지컬은 언제부터 어떻게 해외 팬을 감동시키는 한류가 되었을까.

자료  정덕현 문화평론가



얼어붙은 국제정세 속에서도 타오르는 K뮤지컬

사드 정국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최근 수출 규제 문제로 일본과의 관계가 차갑게 식어버린 국제정세가 한류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보란 듯이 중국과 일본에서 여전히 사랑받는 한류가 있다. 바로 K뮤지컬이라 불리는 한국의 뮤지컬이다. 예를 들어 국내의 뮤지컬 한류를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왕용범 연출가의 <프랑켄슈타인>은 2017년 1~2월 도쿄를 비롯해 일본 4개 도시에서 토호와 호리프로 공동 제작으로 공연했다. 또 씨에이치수박의 <빨래>는 2017년 6~7월 베이징에서, 제작사 라이브의 <마이 버킷 리스트>는 2017년 8월 상하이를 거쳐 베이징 무대에 올랐다. 최근 더 악화된 한일 관계는 이미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아베 보수 정권의 등장으로 급격히 냉각됐다. 2016년 사드 배치 논란이 불거지면서 침체된 한·중 관계로 인해 중국 내 한류의 흐름은 전면적으로 막혀버렸다. 그러니 이 와중에 K뮤지컬이 지속적으로 양국 간 교류의 물꼬를 트고 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중국은 K뮤지컬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K뮤지컬 로드쇼’에는 <목 짧은 기린 지피>, <무한동력>, <식구를 찾아서>, <신과 함께>, <인터뷰>, <팬레터> 등 6개 작품이 소개되며 중국은 물론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특히 창작 뮤지컬 <팬레터>는 대만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며, 2020년 중국 공연을 목표로 중국 제작사와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또 2017년 사드 영향 아래 라이선스 공연을 펼친 <라흐마니노프>는 다시 중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라이선스 형태로 중국 상하이에서 공연했다. 왕용범 프로덕션이 만든 <프랑켄슈타인>과 <벤허>는 중국 투자사로부터 각각 100만 달러(약 11억3,000만 원)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K뮤지컬의 일본 시장 진출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타하리> 같은 라이선스 뮤지컬은 오사카와 도쿄에서 선보였는데, 오사카 공연은 전체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 2020년 재공연을 확정지었다.


국내 창작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 2019 상하이 공연
사진 이미지 제공: SAIC·상하이문화광장


K뮤지컬의 짧은 역사, 어떻게 시작되어 현재에 이르렀을까

1995년 뮤지컬 <명성황후>가 예술의전당에서 초연하던 당시만 해도 국내 뮤지컬은 전혀 기반이 마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초연이 호평을 받고, 1997년에는 뉴욕주립극장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면서 한국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뮤지컬의 한류 열풍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으로 많은 이가 동방신기 출신의 김준수를 꼽는다. 2010년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 분쟁을 겪으면서 방송에서 보기 어려웠던 김준수가 뮤지컬 <모차르트> 무대에 서자 일본 팬들이 그를 보기 위해 서울까지 원정을 온 것. 이후 한국 뮤지컬 제작사는 해외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K팝 아티스트들을 뮤지컬에 캐스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2011년 일본 제작사와 손잡고 만든 <궁>, <미녀는 괴로워>에는 각각 아이돌 그룹 초신성의 성모, 카라의 규리 등 아이돌 스타가 캐스팅됐다. 이후 2012년에는 일본에 한국 뮤지컬이 7편이나 진출했고, 심지어 전용 극장까지 생기는 등 K뮤지컬이 급성장했다. 2013년에는 무려 18편의 작품이 일본에서 공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K뮤지컬의 장밋빛 미래는 높은 티켓 가격과 스타 마케팅 상술이라는 논란이 일면서 거품이 빠졌다. 점차 일본 공연 뮤지컬 편수는 줄어들었고, 2016년에는 다섯 편도 채 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K뮤지컬의 추락과 함께 사라진 거품은 결과적으로는 약이 됐다. K팝 스타 팬덤에 의지하던 방식에서 작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국내 소극장 뮤지컬의 대명사처럼 불리던 <빨래>는 2012년부터 라이선스 뮤지컬로 일본에서 공연되어 큰 호평을 받았고, 2015년에는 일본 30여 개 지역의 공연장 투어도 이루어졌다. 이로써 <빨래>를 보러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까지 생겨났다. 현지 배우가 참여하는 라이선스 공연은 K뮤지컬의 지평을 넓히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K뮤지컬이 걸어온 길, 가야 할 길

K뮤지컬의 경쟁력 중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우리 식의 재해석과 현지화 전략이다. 즉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뮤지컬의 성지 브로드웨이에서 1997년 처음 막을 올렸지만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우리 식으로 재해석한 <지킬 앤 하이드>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이제 역수출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즉 뮤지컬은 재생산과 재해석, 재가공을 통해 또 다른 작품으로 인정받는 특징이 있다. 이런 재해석은 현지 배우를 기용하는 라이선스 공연 등 현지화 전략을 통해 K뮤지컬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또한 K팝 스타를 기용한 공연 또한 K뮤지컬의 또 다른 축을 이루고 있는데, 이 두 가지 방식을 동시에 시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는 일본어로 하는 라이선스 공연과 한류 스타를 기용한 공연을 동시에 무대에 올렸다. 재해석과 현지화 전략은 사드 정국이나 수출 규제 등으로 국제정세가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K뮤지컬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물론 우리 제작진이 투입되지만 현지 배우가 참여하기 때문에 현지인에게 이질감이 거의 없다. 이처럼 K뮤지컬은 해외 투자와 국내 제작진의 참여로 이뤄지는 상호 시너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이를테면 <김종욱 찾기> 같은 작품이 <쉰자오추롄(尋初戀, 첫사랑 찾기)>이라는 중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안착된다거나, <프랑켄슈타인> 등의 해외 원작을 재해석해 무대에 올린 뮤지컬을 해외에 재수출하는 방식은 K뮤지컬이 경계 없이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중요한 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K뮤지컬이 모색한 이 길은 여타의 한류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국내 창작 뮤지컬 <마이 버킷 리스트> 중국 라이선스 투어 공연 포스터
이미지 제공: SAIC·상하이문화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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