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숙 한국소비자원 원장
우리 생활은 소비의 연속이다. 식사를 할 때도, 잠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때도 모두 소비 활동이 이뤄진다. 이러한 소비생활 전 영역에 걸쳐 소비자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있다. 바로 한국소비자원이다. 2018년 한국소비자원에 취임한 이희숙 원장은 자타 공인 소비자 전문가다. 그러나 국민의 소비생활 전반을 다뤄야 하는 한국소비자원을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며 책임감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고 한다. 오로지 ‘소비자권익 증진’을 목표로 약 1년 반의 시간을 숨 가쁘게 달려온 이희숙 원장의 시선은 벌써부터 2020년을 향해 있었다.
대다수의 소비자가 FTA를 긍정적으로 평가, 앞으로도 FTA 소비자 후생 증진 방안 지속적으로 모색해나갈 것
Q) 올해 실시한 FTA 소비자 후생 체감도 조사의 배경은 무엇인가요? 또한 FTA가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올해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인 한·칠레 FTA 발효 15주년을 맞아 FTA 소비자 후생1 체감도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조사는 관세가 즉시 철폐되었거나 관세 인하율이 큰 품목, 수입 규모나 시장점유율이 크고 서민 생활에 밀접한 수입 소비재 16개 품목군, 41개 품목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전국 25~5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로 진행했습니다. FTA는 기본적으로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킵니다. 관세 인하로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구매력이 증대되고, 이전에 접하기 어려웠던 제품의 구매가 쉬워 선택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관세 인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고 판매자의 이윤으로 흡수되는 등 소비자가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FTA 효과는 미비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주요 FTA 발효국의 수입 소비재 가격 모니터링’을 통해 관세가 인하되거나 철폐된 제품의 판매 가격이 실제로 인하되었는지를 주기적으로 감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FTA 소비자 후생 효과 분석을 비롯해 전문가 초빙 교육 등 FTA 네트워크 및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FTA 소비자 후생 체감도 조사 결과가 어땠나요?
A) 이번 조사에서 소비자는 FTA가 국내시장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특히 FTA 발효 후 소비자 후생 요인인 선택 폭 변화에 대해 응답자의 88.1%가 확대됐다고 답했고,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 제품 가격의 변화에 대해서도 66.6%가 저렴해졌다고 응답했습니다. FTA로 소비자 후생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에 대한 설문에서는 소비자의 72.2%가 소비자 후생이 증가했다고 답변해 FTA가 소비자 후생 증진에 도움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FTA 소비자 후생을 저해하는 요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입소비재 구입을 후회하게 되는 이유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소비자가 직접 섭취·음용하는 품목에서 ‘제품의 안전이나 위생 문제’가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과일(63.2%), 축산물(68.1%), 수산물(65.0%)과 같은 신선제품에서 안전이나 위생 문제로 인한 후회 경험 비율이 높았습니다. 이밖에 주류, 애완동물,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세제류 등에서는 ‘정보제공 미흡’이, 안경류, 소형가전, 자동차에서는 ‘제품 A/S 불만’이 가장 큰 구매 후회 이유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주요 수입제품에 대해 품목군 별로 많게는 37.5%의 응답자가 소비자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FTA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수입 제품의 재구매 의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요 수입 제품에 대한 소비자문제 및 피해 등 소비자후생 저해 요인에 대해 심층적인 조사와 분석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정부의 FTA 추진 방향에 발맞춰 한국소비자원의 경제적·사회적 역할을 인식하고 FTA 발효로 인한 소비자 후생 증진에 힘쓰고자 합니다.
소비자 안전 사각지대 및 새로운 피해 발생의 선제적 대응 위해 국제거래 소비자 포털 운영 등 노력 펼쳐
Q) 새롭게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소비자원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A) 규제나 제도 미비로 인한 소비자 안전 사각지대 발생에 신속히 대응하고자 국내 유일의 소비자위해감시스템(Consumer Injury Surveillance System, CISS)을 구축했습니다. 또한 분야별 안전 감시 강화를 통한 제도 개선 및 결함 제품 유통 차단, 유통 채널·품목별 사업자정례협의체 운영에 따른 시장 자율의 안전환경 조성 등 소비자 위해 요소를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국제기구 활동을 통해 제품 안전과 관련한 글로벌 소비자 이슈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드론 관련 KS, ISO 등의 국내외 표준 마련을 지원하고, OECD 소비자정책위원회 안전 분야 워킹 그룹에서 2010년부터 부의장직을 수행하며 OECD 회원국 간 리콜 이행률 개선 및 신기술 관련 제품 안전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Q) 최근 온라인을 활용한 국제거래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국제거래로 인한 소비자 피해 상황은 어떤가요?
A) 온라인 소비자 거래는 국내시장에 한정되지 않고 국경을 초월한 국제거래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국제거래가 물품 구매에서 해외 호텔 및 항공권 예약 등 서비스 거래로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취소 및 환급의 지연 또는 거부’ 사례가 가장 많습니다. 국제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소비자 불만과 피해는 국가 간 상관행과 법규의 차이,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에 예방이 매우 중요하죠. 한국소비자원에서는 국제거래 소비자 불만과 피해를 예방하고자 국제거래 종합 정보망 ‘국제거래 소비자 포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해외 직구 주요 품목의 국내외 가격 비교, 반품·차지백 서비스 이용 가이드 제시, 사기 의심 사이트 발굴 및 공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이미 발생한 소비자 불만과 피해의 경우 소비자에게 해결 방법을 안내하거나 직접 사업자에게 해명과 처리를 요구하는 한편,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교역국 11개 소비자 보호 기관과 업무 협약을 체결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그간 한국소비자원 노력의 결과를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2020년 시스템·서비스 개선해나갈 것
Q)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권익 증진뿐 아니라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A) 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안전 기준에 대한 정보나 품질 관리가 미흡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안전 침해가 우려되는 제품의 유통을 사전에 차단해 소비자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조·유통 등 모든 단계의 안전 관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소기업의 소비자중심경영 체계 구축을 지원하고자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모든 경영 활동을 소비자 관점에서 구성하고 관련 경영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지를 한국소비자원이 심사하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인증하는 제도입니다. CCM 인증은 소비자 신뢰 부족으로 고전하는 중소기업에 유용한데요. 중소기업이 CCM 인증을 통해 소비자 지향적 내부 운영 절차를 마련하고 소비자 문제 대응 역량을 강화하면, 소비자의 신뢰와 선택을 받아 지속적으로 성장·발전할 수 있습니다.
Q) 내년도 한국소비자원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또한 <통상>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A) 내년에는 소비자원이 그동안 추진해온 다양한 소비자 권익 증진 노력의 결과를 소비자가 실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서비스를 개선해나갈 것입니다. 우선 정부의 혁신 성장 정책과 연계해 중소기업의 소비자 친화 경영 지원을 강화하고자 ‘중소기업 소비자친화경영지원센터’ 구축 기반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또한 내년에는 분쟁 조정 전자고지 시스템을 가동함에 따라 분쟁 조정과 관련한 행정 절차의 효율성과 소비자 편의성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더불어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고령 인구의 특성을 고려한 소비 생활 지원 체계를 구축할 것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다양하고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는 시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소비는 정보에 기초한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소비자원은 행복드림 사이트(www.consumer.go.kr) 및 스마트폰 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리콜 정보를 비롯해 상품 및 서비스 비교 정보, 피해 예방을 위한 주의 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소비자가 휴대폰 번호를 등록하면 상품 비교 정보 문자 알림, 안전 정보의 앱 알림 서비스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내년에는 소비자원 누리집도 소비자 정보 중심으로 개편될 예정이므로 소비자의 정보 접근성은 한층 좋아질 것입니다. <통상> 독자를 포함한 모든 소비자가 구매 전에 반드시 정보를 살펴보고, 정보에 기초한 구매를 하시길 바랍니다.
1 FTA 소비자후생 효과는 FTA 발효로 인하여 소비자들이 국내시장 및 소비생활에서 느끼는 금전적·비금전적 이득, 심리·정서적 만족감 등을 말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