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은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여행지다.
해운대, 광안리, 자갈치시장, 국제거리 등으로 대표되는 부산의 관광지는
국내외 여행객이 많이 찾는 만큼 제법 익숙한 곳으로 조금은 식상하게 느껴질 법도 하다.
그럼에도 매년 여름이면 부산의 바다가 생각나고, 겨울에는 따뜻한 돼지국밥이 생각난다.
오랜 시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부산의 매력은 무엇일까.
글 조윤식 monsoonfilm.tistory.com
바다, 부산을 여행하는 이유
많은 여행자가 부산을 찾는 이유는 역시 바다가 아닐까? 부산에서는 고층 빌딩이 솟아 있는 번잡한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해변과 이어진다.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바다는 해운대, 총 1.5km의 백사장이 길게 뻗어 있는 해운대 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조수의 변화가 심하지 않아 여름 피서지로 제격이다.
그 때문에 매년 수백만 명의 여행자가 몰리며, 부산 여행을 인증하는 대표적인 장소로도 꼽힌다.
물론 해수욕장이 개방되는 여름이 아니더라도 해운대는 언제나 좋은 여행지다. 요즘 같은 쌀쌀한 계절에도 부산은 비교적 따뜻해 여유 있게 해변을 걷기 좋다. 햇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해변을 바라보고,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백사장을 거닐다 보면 누구나 로맨틱한 분위기에 취할 수 있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불을 밝히는 밤이면 운치는 더욱 절정에 이른다. 특히 광안대교가 걸쳐진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부산 최고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 형형색색 불빛이 다이아몬드 브리지는 바닷물도 반짝이게 만든다. 총천연색으로 물든 광안리를 천천히 걸으며 깊어져 가는 부산의 밤을 만끽해보자.
정겨운 인심이 그리울 때면
부산의 바다를 즐겼다면 이제 좀 더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자. 부산의 구시가지인 중구에는 자갈치시장, 보수동 책방 골목, 국제시장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부산을 대표하는 재래시장인 자갈치시장에는 부산 특유의 정서가 담겨 있다. 이 오래된 시장은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꼭 들르는 부산의 명소인데, 흥정만 잘하면 회와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자갈치시장 다음 코스는 보수동 책방 골목. 국제시장을 지나 보수동 방면으로 발걸음을 향하면 동서로 길게 이어진 골목길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보수동 책방 골목은 한국전쟁 이후 부산이 임시 수도가 됐을 때, 이북에서 피란 온 손정린 씨 부부가 보수동 사거리 입구 골목 안 목조건물 처마 밑에서 박스를 깔고 미군 부대에서 나온 헌 잡지와 만화 등 각종 헌책으로 보문서점을 운영한 것에서 시작됐다.
지금도 중고서적을 반값 이상 저렴하게 구할 수 있고, 종류 또한 온라인에서도 찾기 힘든 책이 많으니 책을 좋아한다면 꼭 들러보자.
골목마다 스며든 이야기
최근 특별한 여행 방법으로 ‘골목 여행’이 떠오르고 있다. 그 지역의 독특한 매력과 감성이 담겨 있는 골목길, 좁은 계단과 길 사이를 헤매다 예쁜 풍경을 만났을 때의 기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골목 여행지는 감천문화마을이다. 감천마을은 원래 한국전쟁 후 피란민들이 정착한 마을이었지만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부산의 관광 명소로 탈바꿈했다. 빨강, 노랑, 파랑, 초록 등 울긋불긋한 색을 입은 단독주택이 언덕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특이한 풍경이 인상적이며 ‘한국의 산토리니’라고 불리기도 한다.
파도 소리가 들려오고 바다 마을 특유의 짠 내음이 코를 간지럽히는 골목길을 느긋하게 걷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낙엽 위에 써 내려간 이야기
부산에서 울긋불긋한 단풍을 보고 싶다면 금정산(801.5m)을 추천한다. 부산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금정산은 볼거리가 가득하다.
금정산에서도 첫손에 꼽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산성인 금정산성이다. 돌로 쌓아 만든 이 산성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난 뒤 조성됐다. 낙동강 하구와 동래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요충지에 위치해 부산의 도심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금정산의 또 다른 명소는 양산 통도사, 합천 해인사와 함께 영남의 3대 사찰로 꼽히는 범어사다.
사찰에서는 금정산의 능선과 기와의 선이 어우러져 곡선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산에서 내려다보는 웅장한 부산 시내의 모습도 장관이다.
가을철에만 볼 수 있는 정상의 억새 군락도 빼놓을 수 없다. 금정산 정상 고당봉 주변은 가을만 되면 억새가 드넓게 펼쳐진 장관으로 한껏 가을 정취를 뽐낸다.
국제도시 부산의 매력
부산은 세계 각지의 다양한 사람이 모인 국제도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를 개최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후센터 등 6개의 국제기구를 유치한 도시다. 해운대 근처에 자리한 전시컨벤션센터 벡스코에서는 매년 수많은 국제박람회나 엑스포가 열리기도 한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제3회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도 부산에서 개최된다. 이미 2014년 제2회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부산에서 한 차례 열린 적이 있다. 다양한 국제행사 덕분에 부산에 대한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도시로서 부산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부산항으로 향해보자. 부산항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항이며 최대의 항만으로, 국내외 무역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길게 늘어선 컨테이너 박스와 선박들이 장관을 이루는데, 특히 감천마을 근처 봉오리산에서 내려다보는 부산항의 야경은 꼭 한번 눈에 담아야 하는 절경이다.
부산은 정말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도시다. 부산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하루가 모자라다. 다가오는 연말, 다채로운 경험을 느끼고 싶다면 부산으로 향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