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미국 에너지부(DOE)는 탈탄소화가 매우 어려운 산업부문의 탈탄소 달성을 위한 ‘산업 탈탄소화 로드맵(IDR; Industrial Decarbonization Roadmap)’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1년 바이든 정부는 2035년 100% 무탄소 전력 공급 및 205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를 수립한 데 이어 그해 11월 이를 위한 ‘미국의 장기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산업 탈탄소 로드맵’은 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다. 그 내용은 철강, 화학, 식음료, 정유, 시멘트 등 제조업 중 가장 탄소 집약적인 5개 업종에 대해 공동의 기술·공정·관행을 연구해 탈탄소화 기회를 탐구하고 정량화하는 것이다. 미국의 탄소배출 현황을 살펴보면 산업부문은 2020년 기준 미국 1차 에너지 소비의 33%를 점유하고 있으며, 특히 5대 탄소 집약적 산업의 탄소배출량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 에너지 효율 향상
단기 탈탄소 솔루션으로 가장 큰 감축 잠재력을 갖는다. 대부분의 경우 산업공정에서 커다란 조치를 필요로 하지 않고, 즉각적으로 배출량을 저감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주요 에너지 효율화 수단으로는 △시스템 효율, 공정 수율, 열에너지 회수 등의 향상 △에너지 수요관리 개선 △에너지 소비 감축을 위해 설계된 스마트 제조방식 시행 확대 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 전력, 수소, 바이오매스 등 저탄소 에너지원을 활용하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단기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 산업공정의 전기화
산업공정의 열 생산에서 전기화는 탈탄소화된 저비용 전력원(재생e)을 활용해 현장에서 화석연료 연소 시 배출되는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저감할 수 있다. 제조업에서 소비되는 전체 에너지의 50%는 산업공정의 열에너지 생산에 사용되며, 이 중 5% 미만이 전기화돼 있다.
❖ 저탄소 연료·원료·에너지원(LCFFES)
생산 과정이나 에너지원 사용 시, 대기 중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 기술의 적용은 탈탄소화에 매우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열병합 원전, 집광형 태양열 발전, 지열 에너지 등이 LCFFES에 포함된다. 주요기술로는 유연한 연료(flexible fuel), 청정수소 연료와 청정 공급원료, 바이오 연료, 바이오 공급원료, 원자력, CSP, 지열 등이 있다. 이 중 일부 기술은 초기 배출량 저감 목표 달성을 위해 조기에 실행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으나, 다른 기술들은 아직 연구개발 및 시연 단계에 머물러 있다.
❖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CCUS는 장기적으로 가장 많은 탄소배출 저감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다. 다른 탈탄소 기술과 전략을 통해 달성할 수 없는 최종 탄소감축 단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 효율, LCFFES, 전기화 등은 CCUS보다 빠르게 보급될 수 있고, 탄소 다배출 산업의 탄소배출량을 40%까지 감축할 수 있지만, 이 수단만으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 역부족이다.
산업 탈탄소화 로드맵은 5대 업종에서 2015년 대비 2030년 29%, 2040년 58%, 2050년 87%(이산화탄소 4억 톤) 배출량 감축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 경로를 제시했다. 2030년은 에너지 효율 향상이 주요 탄소감축 수단이며, 이후 전기화, LCFFES(Low-Carbon Fuels, Feedstocks, and Energy Sources, 저탄소 연료·원료·에너지원 활용) 및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탄소의 포집·활용·저장 기술)를 통한 감축 비중이 증가하고, 2050년에는 CCUS를 통해 거의 40% 이상의 탄소감축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철 강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저탄소 및 무탄소 연료 전환, 전기화를 통해 배출량의 2/3 이상을 감축할 수 있으며 수소 기반 철 생산, 철광석 전기분해 공정, CCUS 등의 혁신적 기술을 위해 적극적인 RD&D 및 보급이 필요하다.
화 학
탈탄소화 핵심수단을 사용해 원료나 연료의 탈탄소화가 가능하며 전기화학 공정의 개선을 위해 전기분해장치의 효율 제고가 필요하다. 통합 화학설비 구축을 위해 다양한 공정의 효율성 및 스마트 제조에 대한 연구를 확대해야 한다.
식음료
산업공정열의 전기화(특히 오븐·튀김기), 보일러, 증발 및 저온살균 공정에 대한 RD&D가 필요하다. 식음료 유통기한 연장과 재활용으로 상당한 양의 폐기물을 줄일 수 있으므로 관련 기술 연구지원이 요구된다.
정 유
정유 공정 관련 RD&D가 정제부문의 배출량 감축에 가장 비용효과적이며, 액체탄화수소 연료 생산을 통해 탄소집약도가 낮은 신(新)정유공정을 개발하고 수송·화학 공정에서 탈탄소화를 달성할 수 있다.
시멘트
CCUS를 통해 2050년까지 약 65%의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으며, CCUS 및 혁신적 화학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RD&D, 시범사업, 기술보급 촉진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