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부분의 수출입물품은 원재료 조달부터 제조과정까지 한 나라에서 생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러 나라에서 좋은 원재료를 구입해서 보다 좋은 조건의 국가에서 생산하는 글로벌 가치사슬(GVC)로 서로 얽혀 있기 때문에 원산지가 어디인지 판정하는 것이 간단하지 않다. 이런 이유로 각 FTA 협정문에는 원산지 결정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이는 명확한 원산지 판정기준을 제시함으로써 FTA 회원국 간 통상분쟁 예방과 함께 ‘원산지 세탁’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FTA별로 규정의 표현방법 등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FTA 원산지 결정기준은 일반기준과 품목별 기준이 있다. 일반기준은 기본원칙과 분야별 특례로 구분되며, 기본원칙에는 완전생산기준·역내가공원칙·충분가공원칙이 있고, 분야별 특례에서는 누적기준·최소기준·중간재·대체가능물품·간접재료·세트물품·부속품·예비부품·공구·포장·용기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품목별 기준으로는 세번변경기준·부가가치기준·가공공정기준·조합기준·선택기준이 있으며, 기본원칙의 완전생산기준과 함께 FTA 협정문의 부속서에서 품목별 원산지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다.
❶ 완전생산기준
FTA 회원국 내에서 채집이나 포획, 수확 등을 통해 완전하게 획득 또는 생산해야 원산지로 인정한다는 원칙이다. 완전생산기준은 원산지 결정의 가장 기본원칙이지만 이 원칙만 적용하게 되면 원산지 상품 인정범위가 너무 좁아지므로 품목별 기준과 분야별 특례규정을 두고 있다.
FTA마다 완전생산이 무엇인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유럽연합(EU) FTA는 ①당사국 영역의 토양 또는 해저로부터 추출된 광물성 제품 ②당사국 내에서 재배되고 수확된 식물성 제품 ③당사국 내에서 출생되고 사육된 살아 있는 동물 등 11가지를 완전생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❷ 역내가공원칙
물품의 생산-제조-가공 등이 FTA 회원국 내에서 중단 없이 수행돼야 하며, 일부라도 역외에서 이루어진다면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이 우리 수출기업에게 중요한 이유는 FTA마다 공단 내 역외가공의 허용(역내가공원칙의 예외) 여부를 다르게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❸ 충분가공원칙
역외산 재료로 물품을 생산할 경우에 충분한 공정을 거쳐야만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한다는 원칙이다. 품목별 원산지 결정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충분가공원칙을 충족하지 못하면 원산지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대다수 FTA에서는 ‘불인정공정’ 규정을 두고 이에 해당하지 않으면 충분가공으로 인정한다.
예를 들어 한·중 FTA는 ①완전한 물품을 구성하는 부품의 단순한 조립 또는 제품의 부품으로의 분해 ②과일, 견과류 및 채소에 대한 탈피, 씨 제거 및 탈각 ③동물의 도살 등 19가지를 불인정공정으로 정한다.
FTA는 협정을 체결한 국가 간에 상품과 서비스 교역에 대한 관세 및 무역장벽을 철폐함으로써 배타적인 무역특혜를 체약국 간에 서로 부여한다. 그러므로 원산지결정기준의 기본원칙과 함께 직접운송원칙을 FTA 협정문에 규정하고 있다. 직접운송원칙은 다른 국가나 지역의 경유 없이 FTA 체약국 간에 직접 운송되어야 원산지로 인정한다는 원칙이다. 운송 과정에서 원산지 물품이 비원산지 물품과 섞이거나 뒤바뀌는 것을 막기 위한 기준이다. 실무상 직접운송원칙 문제는 제3국을 경유하거나 환적할 때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한·EU FTA는 단일 탁송화물에 대해 제3국에서 환적 또는 일시적으로 경유되는 경우 하역·재선적·상품보존을 위해 필요한 공정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운송서류 내지 경유국 세관의 증명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수출기업이 FTA를 검토하는 중요한 이유는 FTA 원산지증명서(C/O) 발급에 있다. FTA C/O 발급에 있어 원산지 결정기준의 기본원칙을 충족하는지 확인하는 것뿐 아니라 더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품목별 기준이므로 다음 호에서는 품목별 원산지 기준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