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국가 대부분은 유사한 역사와 문화, 언어, 정치·경제 발전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역내 경제통합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는 배경이다. 그러나 역내외를 아우르는 경제위기, 미주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패권 다툼, 역내 국가 간 통상마찰 등 복잡한 환경 속에서 제대로 구체화되지 못했다. 그러다가 중남미 사회의 주요 행위자가 공동시장 성격을 가지고 있는 유럽공동체의 발전과 보다 높은 수준의 경제통합체인 유럽연합(EU)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역내에서는 경제통합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메르코수르 회원국인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의 국토를 모두 합치면 한반도의 약 67배에 달하며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약 2조 달러 수준인데, 이는 세계 5위에 해당하는 경제 규모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쓰고, 나머지 국가에서는 스페인어가 공식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인구, 경제규모, 국제사회에서 갖는 위치로 인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메르코수르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낸다. 브라질 인구가 약 2억1,000만 명이고 명목 GDP도 1조6,000억 달러가량으로 가장 많고, 아르헨티나의 인구는 약 4,500만 명이고 명목 GDP가 4,800억 달러에 달한다. 1인당 명목 GDP는 우루과이가 가장 높고, 파라과이가 가장 낮다. 우루과이는 1만7,300달러이고, 아르헨티나가 1만600달러, 브라질이 7,500달러, 파라과이가 5,800달러 수준이다.
메르코수르 회원국 간 무역은 2002년 205억 달러에서 2011년 1,080억 달러로 5배가량 증가했지만,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21년에는 820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메르코수르 회원국 간 무역이 메르코수르 회원국의 중남미 18개국과의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56%, 2011년 63%, 2021년 60%를 기록했다. 여전히 메르코수르 회원국의 무역이 경제공동체 안에서 60% 이상 이루어진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회원국 간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가 존재하며 일정 부분 지역 공급망이 형성돼 있음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태평양동맹 회원국의 무역은 회원국 사이에서 32% 정도만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코수르 회원국 중 경제문제로 가장 어려움을 겪는 국가는 아르헨티나다. 외화부족, 외채, 재정악화, 고물가로 인한 경기침체에 직면해 있다. 2018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4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바 있다. 브라질의 경우 거시경제지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 지속된 경기침체와 코로나19의 여파로 빈곤 인구가 급증했다. 재정 건전성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최근 출범한 룰라 정부는 빈곤 감소를 위해 단기적으로 재정안정을 희생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가시적인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고, 탈세계화와 경제·외교 블록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가 빈번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관측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은 각국의 광물 및 식량 확보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 메르코수르 회원국 중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광물자원과 식량이 풍부한 자원부국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강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많은 국가로부터 전략지역으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아르헨티나에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10%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 생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광물인 리튬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로, 가격이 계속해서 오를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에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의 약 17%, 전 세계 철 매장량의 약 19%가 매장돼 있다.
무역·통상 정책을 둘러싼 회원국 간 갈등은 메르코수르가 더 높은 수준으로 통합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메르코수르에 대한 접근법이 국가마다 다르고, 같은 국가라 할지라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경제공동체 활용법에 대한 관점도 달라져 일관성 있는 경제통합 추진이 어렵다. 다자주의 무역에 대한 입장, 회원국 간 개방 수준에 대한 입장, 대외관세에 대한 입장, 개별 국가의 독립적 무역·통상 정책 보장에 대한 입장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브라질은 지난 보우소나루 정부 시절 대외공동관세 인하를 주장했고, 개별 국가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역시 가능하게 하자고 주장했다. 올해 출범한 룰라 정부는 2019년 타결되고 비준만을 남긴 EU·메르코수르 TA가 새로이 협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페르난데스 정부는 대외공동관세 인하와 개별 국가의 FTA 추진에 모두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루과이의 포우 정부는 개별 국가의 FTA 추진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양자 FTA에 대한 타당성 조사까지 했다.
국제 무역·통상 환경이 나날이 악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탄력성 있는 공급망 확보와 무역다변화를 위해 메르코수르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메르코수르와 무역협정(TA) 협상을 개시했고, 2021년 제7차 협상까지 마쳤다. 다만 메르코수르가 EU와 체결한 TA도 1999년 협상이 시작돼 2019년 체결됐음을 상기하면, 메르코수르와의 무역협상은 타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메르코수르에 44억 달러어치를 수출하고 53억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2011년 우리가 메르코수르에 약 133억 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약 75억 달러어치를 수입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위축된 수치다. 우리나라의 중남미 18개국에 대한 수출·수입액에서 메르코수르로 향하는 수출·수입액의 비율 역시 2011년 38%, 40%에서 2020년 26%, 27%로 줄었다. 메르코수르와의 조속한 무역협정 타결로 양측의 무역을 활성화하고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