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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V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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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꽃피우다

박항서 매직, 뜨거운 베트남 한류를 더 뜨겁게

사실 베트남은 박항서 열풍이 불기 이전부터 한류가 조금씩 거세지던 곳이었다. 여기에 박항서 매직이 확실한 기폭제가 되었다. 베트남의 국민적 영웅이 된 박항서는 그곳에 한류의 불씨를 지펴가던 기업에는 가장 좋은 호재가 됐다.

   정덕현 문화평론가


 

 

베트남 한류에 확실한 기폭제가 된 박항서 열풍

2017년 9월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을 때만 해도 이런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지 그 누가 예상했을까.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1년도 안 돼 마법 같은 일들을 연달아 해냈다. 베트남 축구팀이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최초로 아시안게임 4강에 진출하는 놀라운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게다가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에서 말레이시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박항서 매직은 베트남 전역을 들썩이게 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진 건 당연한 결과였다. 이제 베트남에서 한국 관광객에게 “박항세오(박항서의 베트남식 발음)”를 외치는 현지인이나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걸린 상점을 보는 건 그리 낯선 일이 아니다.

박항서 매직은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기업에는 최대의 호재다. 일본 자동차가 거의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2배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점이나 국내 치킨 업체, 편의점, 주류 업체 같은 K-Food가 축구 열풍과 함께 매출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 박항서 매직의 직접적 효과다. 이는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열풍의 흐름을 따라 국내기업이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대표적 기업이 롯데그룹이다. 이미 베트남 축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알고 있던 롯데는 국영방송 VTV와 손잡고 베트남 축구 꿈나무 육성을 위한 일종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영한 바 있고, 2016년에는 호찌민 지역 유소년 축구 클럽을 창단하기도 했다. 이러니 박항서 매직은 롯데의 스포츠 마케팅에 불을 붙인 격이 되었다. 아시안게임 기간에 베트남 대표팀에게 연습 공간을 제공한 삼성전자, 대형 TV를 설치해 더욱 편하게 응원할 수 있게 지원한 롯데마트 등 국내기업들의 마케팅은 박항서 매직과 연결되면서 놀라운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베트남 하이퐁항구에서 화물선의 컨테이너 화물을 내리는 모습. 사진제공 연합뉴스

 

 

한류와 함께 커온 베트남 내 우리 기업

국내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건 베트남에서 한류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시점과 거의 맞아떨어진다. 1986년 도이머이(Đổi mới, 쇄신 또는 개방) 정책으로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며 문화적 갈증을 느끼던 베트남 대중의 눈을 사로잡은 한류 콘텐츠는 드라마였다. 1990년대 말부터 <느낌>, <첫사랑>을 비롯해 <별은 내 가슴에>, <모래시계>, <겨울연가>, <대장금> 등이 베트남 TV에서 방영되면서 한류 열풍을 만들었고, 이보다 앞서 1995년 LG전자가 베트남에 공장을 세웠다. 롯데도 1998년 롯데리아를 시작으로 백화점, 마트, 호텔, 시네마 사업 등에 투자했다. 한류 드라마는 2000년대 초반 주춤했지만 2010년대부터 K-Pop 열풍과 함께 한류가 다시 이어졌다. 슈퍼주니어, 비, 소녀시대, 원더걸스, 빅뱅 등이 당시 베트남인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2007년부터 베트남에 진출해 공장을 세우며 지속적으로 투자해 2014년에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효성그룹이 이 시기의 한류 붐과 시너지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금의 박항서 매직으로 더욱 뜨겁게 타오른 베트남 한류는 이미 2016년부터 서서히 베트남이 포스트차이나로 떠오르던 시점과 연결되어 있다.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냉각되기 시작하면서 베트남이 한류의 새로운 거점으로 부상하던 시기인 것이다. 실제로 2017년 한국과 베트남 수교 25주년을 기념하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2017 한·베 K-Pop 우정 콘서트’는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티켓 예매를 시작한 지 3분 만에 3,000석이 모두 매진하는 사태를 빚은 이 행사에서는 문화 행사와 연계된 ‘코리아 브랜드&한류 상품 박람회’ 같은 다양한 비즈니스 행사가 주목을 받았다. 2016년부터 SK그룹이 현지 투자법인을 설립하고 베트남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SK그룹은 박항서 감독을 모델로 전격 기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포스트차이나로 이미 떠오르던 베트남 한류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이후 한류의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받아온 베트남은 실제로 국내기업의 투자가 급증했다. KOTRA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3분기 한국의 베트남 수출액은 전년 대비 50.5%가 증가했다. 대부분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 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베트남만은 예외였다(중국 27.1%, 한국 22.3%, 일본 7.7%). 특히 수출액은 중국보다 적지만 수출 증가율은 48.6%로 중국(16%)을 훨씬 앞질렀다. 이것은 박항서 매직 이전에도 최근 몇 년간 베트남에 대한 국내기업의 현지 투자가 급증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중 관계의 불안함에 중국의 인건비 상승 또한 베트남을 대체지로 주목하는 이유가 됐다. 지금까지 베트남 진출 기업들의 사례에서 보듯 한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박항서 매직은 뜨겁게 타오르던 베트남 한류를 더욱 폭발하게 만드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는 여전히 해결할 문제들이 있지만, 다행스러운 건 박항서 매직 같은 새로운 한류 바람과 이전까지 계속 쌓아온 콘텐츠 한류가 전반적으로 호의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다. 현재 베트남에 집중된 투자나 한류 흐름이 동남아 시장 전반으로 흘러가는 물꼬가 필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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