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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VOL.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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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남방정책의 열쇠, 맞춤형 상생협력

아세안과 인도 경제가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던 브릭스(BRICs: Brazil, Russia, India, China)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성장잠재력이 높은 새로운 개발도상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며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중국 경제가 2012년부터 성장이 둔화하는 신창타이(新常態)에 들어서면서 포스트 차이나를 발굴하기 위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이들 국가와의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대외교역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에 정부는 기존 G2 시장의 대안으로 아세안과 인도 시장을 주목하고 신남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신남방정책, 한국 대외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신남방정책의 성공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을 방문해 정상회담 및 다자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2018년에는 정상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국빈이 3월 베트남, 7월 인도와 싱가포르를 방문했고, 6월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Rodrigo Duterte) 대통령, 9월에는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Joko Widodo)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신남방정책의 범정부 컨트롤 타워로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설치되었다. 14개 부처 파견 인원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는 정상 외교를 통해 합의된 사항들을 신속하게 실행하고 구체적인 협력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전략과 이행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한국의 대(對)아세안 교역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2009년 감소했다가 회복했으나 2013년을 기점으로 교역 규모는 감소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아세안 경제협력의 새로운 활력소로 신남방정책이 추진되면서 2017년 한국의 대아세안 교역은 성장세로 전환되었고 2018년에도 한국의 대아세안 수출은 전년 대비 5.2%, 수입도 10.8%로 증가하여 무역수지는 406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對)인도 교역도 2012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한 이후 줄어들고 있었지만, 2017년 대인도 교역에서 수출은 전년 대비 29.8%, 수입은 18.1%로 크게 반등하고 2018년도 증가세가 유지됐다. 신남방정책으로 다시 활성화된 한국과 신남방지역 국가들의 교역을 계속 확대하기 위해 더 높은 차원의 도전이 필요하다.

 

 

유망시장으로 부상하는 신남방경제의 높은 성장잠재력

아세안과 인도는 높은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블루오션으로 포스트 차이나 혹은 포스트 브릭스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신남방지역에서 가장 큰 생산력을 가진 인도 경제는 2018년 국내 총생산 기준 세계 6위로 연평균 7%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고 있으며, 다수의 경제기관은 2030년까지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개발기구(OECD)는 모디노믹스(Modinomics)의 성공으로 인도 경제의 성장률이 연간 약 8% 수준을 달성하며 ‘세계의 공장’ 중국 경제의 성장률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세안 경제도 세계경제의 평균 성장률을 약 1.89배 이상 상회하는 수준으로 성장하며 주목받는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 규모가 크고 산업화가 진전된 아세안의 선발 회원국인 ASEAN 6개국(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브루나이)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고 후발 회원가입국인 캄보디아(Cambodia), 라오스(Lao PDR), 미얀마(Myanmar), 베트남(Viet Nam)은 연간 6% 이상의 높은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2020년으로 예정된 아세안 경제공동체(ASEAN Economic Community, AEC)1)가 2015년으로 앞당겨 출범하면서 6억 3천 9백만 명의 인구를 가진 세계 6위의 경제 규모를 가진 단일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향후 신남방지역 국가들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이 기대되는 요인으로 역동적인 인구 구조와 도시 중산층의 성장을 들 수 있다. 선진시장은 저출산 기조의 확산으로 인구 감소를 겪고 있는 반면에 인도는 중국에 이은 13.3억 명, 아세안은 6.5억 명의 인구수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의 인구 구조는 전체 인구 중 15세부터 64세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64%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매우 역동적이다. 이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을 제외한 중·저소득 아세안 국가들과 인도는 경제 발전으로 인한 소득 증가가 구매력을 가진 견고한 소비시장의 성장으로 직접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들 국가가 적극적인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도시 중산층의 비중도 높아져 도시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인도는 2025년까지 도시화율 45%를 목표로 제조업 육성정책인 ‘Make in India’와 연계해 2014년 100개의 스마트시티 건설과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아세안도 2018년 의장국 싱가포르가 주도하는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를 발족하고 인프라 확충과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도시환경 개선에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아세안 지역의 도시화에 따른 상하수도, 교통, 에너지 기반 시설 및 상업·주거지 건설을 위해 유엔환경계획(UNEP)은 2035년까지 약 7조 달러의 신규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반사이익과 4차 산업혁명으로 성장하는 신남방경제

2010년 이후 신남방지역 국가들의 경제 성장은 막대한 외국인 직접투자의 유입에 기인한다. 중국 노동자의 임금이 상승하면서 아세안 및 인도의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제조업 분야에 외국인 직접투자가 활발하게 유입되어 이들 국가의 산업화가 급속하게 이루어졌다. 인도의 경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외국인 직접투자가 무려 66%가 증가해 연간 6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아세안으로의 유입한 직접투자는 2010년 1,082억 달러에서 2017년 1,370억 달러로 연평균 3.43% 증가했다. 이에 아세안의 전체 GDP 중 제조업 비중은 20% 상회했고 이를 통해 산업화가 매우 진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세안 및 인도로의 직접투자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은 2010년 이후 임금상승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제조업을 아세안 국가로 이전하면서 직접투자를 확대했고 최근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추진하면서 인프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2012년 센카쿠열도로 인한 중국의 반일감정이 높아지고 통상환경이 악화하자, ‘China+1’ 전략을 실행했다. 일본의 자동차와 전자제품 조립 산업이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이전했고 최근 인도 시장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일본은 ‘ASEAN+1’ 전략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다.3)
최근 트럼프 정부가 미국 최우선주의를 표방하며 무역수지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발생했다. 격화되는 G2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위험과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가치사슬이 아세안 혹은 인도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19년 1월 개최한 다보스 포럼에서 인도네시아 산업부 아이르랑가 하르따르또(Airlangga Hartarto) 장관은 중국 생산기지의 수익성이 낮아지면서 다국적 기업들은 인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해 제조업 분야에 외국인 직접투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세안과 인도 경제에도 스마트폰 보급과 중산층의 성장으로 4차 산업혁명이 빠르게 확산·보급되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2018년 3월 ‘Making in Indonesia’를 발표하면서 경제 성장의 주요한 원동력으로 4차 산업혁명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1위 기업인 토코피디아(Tokopedia)는 일본 소프트뱅크와 중국 알리바바의 투자를 유치하며 ‘아세안의 알리바바’로 불리며 10억 달러 가치를 가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말레이시아의 오토바이 공유업체인 그랩(Grab)은 동남아 우버(Uber)을 인수했고 태국의 블록체인 기반 결제시스템인 오미세고(Omisego)도 이미 유니콘 기업으로 인정받고 싱가포르와 태국의 국가 간 결제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블루오션’ 신남방경제, 여전히 높은 사업 리스크와 다양한 협력 환경 존재

아세안과 인도는 높은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지만, 신남방정책의 성공을 위해 우리나라는 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 우선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이 투자로 인한 성과는 선진시장보다 매우 높지만, 사업 성공을 위해 수반되는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아세안 국가 및 인도에 대한 투자도 환율, 정치, 규제 및 사업 지연 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존재한다.
환율 리스크의 경우 1998년 아시안 금융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많이 완화됐지만, 현지의 낙후한 원료 및 부품 조달체계로 인해 수입 시 높은 비용을 지급해야 하고 투자 수익의 회수할 때도 환차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치 및 규제 리스크는 낙후된 정치 및 행정 시스템으로 인해 정권 교체 혹은 정책 변화로 인해 발생하며 이로 인해 사업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사업 지연으로 인한 리스크는 주로 인프라 사업에서 발생하며 인허가 및 조달체계의 미비로 현지 투자가 지연되면서 예상치 못한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인도 나비뭄바이 국제공항 건설의 경우 공항부지 토지 수용 보상 문제와 환경평가로 인해 건설이 지연되어 2014년 실시할 1단계 공사가 여전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리스크와 함께 신남방정책은 상이한 협력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인도는 25개 주와 7개 연방 직할주로 구성된 연방국가로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고, 무려 3,372개의 언어가 사용되고 있다.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10국 10색’이라고 할 정도로 지리, 인종, 문화, 경제적으로 다양성을 가지고 있어 단일 시장으로 접근하는 것이 어렵다. 경제 규모는 인도네시아(36.5%)와 태국(15.9%)의 GDP가 전체 아세안의 52.4%를 차지하는 반면에 후발 4개 회원국인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CLMV)의 비중은 11.98%에 불과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가장 부유한 싱가포르의 1인당 국민소득이 최빈국 캄보디아의 1인당 국민소득보다 무려 41배 이상 높다. 대외 무역에서 인도네시아는 경상수지 적자가, 필리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는 무역적자가 심각하다. 산업별 비중을 살펴보면 싱가포르는 서비스업의 비중이 70% 이상이지만 반면에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는 농업 비중이 20% 이상으로 높은 수준이다. 비록 아세안 회원국은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의사결정을 하고 있고 인도 모디 총리의 강력한 지도력으로 지난 수년간 고성장을 달성하고 있지만, 이러한 신남방지역 국가들의 다양성은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되고 있다.

 

 

 

 

신남방정책의 성패, 다양성을 존중하는 맞춤형 상생협력이 필요

G2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새로운 돌파구로 높은 성장잠재력을 보유한 아세안과 인도와의 경제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블루오션’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신남방지역 국가들의 다양성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대 아세안 및 인도와의 경제협력 확대로 단기적인 성과를 거두기는 녹록하지 않다. 또한, 우리나라는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중국, 치밀한 기획력과 오랜 경험을 가진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운 현실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어려운 경제협력 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아세안 및 인도에 대한 인식전환과 지역연구가 필요하다. 한국은 아세안 중·저소득 국가와 인도를 단지 낙후된 인프라, 낮은 교육 수준, 불안정한 개발도상국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아세안은 가장 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유니콘으로 발전하면서 ‘창업천국’ 혹은 ‘디지털 시대의 금광’으로 부상하며 벤처캐피탈의 투자액은 연평균 50%이상 증가하고 있다.
인도도 모디노믹스의 주요 정책인 ‘Make in India’, ‘Digital India’, ‘Skill India’, ‘Clean India’, ‘Smart city India’를 통해 국가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상외교를 통해 물꼬를 튼 신남방정책을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으로 확대하고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신남방지역에 대한 연구가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싱가포르 방문 시 천명한 3Ps 플러스4)를 실현하기 위해 신남방지역의 다양성을 고려한 지식 축적과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신남방시장의 수요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수출이 증가하고 있는 식품, 화장품, 콘텐츠 분야는 다른 분야의 성공으로 이어지기 위한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또 다양한 경제 주체가 직접 나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네트워킹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지난 1월 24일 출범한 ‘신남방 비즈니스 연합회’는 21개 민·관 단체가 모여 현지진출 기업을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인도에서 에이즈 예방과 퇴치를 위해 현지에서 일하는 의사와의 만남에서 얻은 귀중한 충고를 들었다. “아무리 인도의 사업환경이 어려워도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입니다. 한국은 현지의 눈높이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지 못하고 자신의 사업을 설득하려고만 합니다.” 신남방정책 성공의 핵심인 상생협력은 우선 눈높이를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1) 아세안 경제공동체(AEC)는 궁극적으로 유럽연합(EU) 수준의 지역 경제협력을 추구하며 단일 시장 및 생산기지 구축, 경쟁력 있는 공정한 경제발전, 세계경제로의 통합을 목표로 거대 경제권으로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2)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2017)은 98%의 개발도상국 도시들이 국제보건기구가 제시하는 환경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인프라형 스마트시티 모델을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으로 제시했다.
3) 일본 자동차 산업의 생산기지가 태국과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면서 양국의 자동차 생산 규모는 2013년 이전보다 2배 이상 확대되었고 현지 생산설비에서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해 생산 및 수출도 하고 있다.
4) 문재인 대통령은 4차 산업혁명시대 사람(People), 평화(Peace), 상생번영(Propersity)의 공동체 건설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기존 3Ps를 기술혁신 협력을 강화하는 3Ps plus로 발전시켰다.

 

 

  신윤성 산업연구원 신남방산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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