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깊이 듣기 INTERVIEW 게오르크 자흐만 브뤼헐연구소 선임연구원 “에너지 안보 시대, 각국은 다시 ‘자급’으로 회귀”
  • 이신혜 기자
  • 독일 훔볼트대 경제학, 드레스덴공대 경제학 박사, 현 브뤼셀 싱크탱크 브뤼헐 에너지·기후 정책 연구, 현 우크라이나 에너지·기후 싱크탱크 설립 프로젝트 ‘Low Carbon Ukraine’ 총괄, 전 독일 재무부 경제정책국 담당관, 전 독일경제연구소(게오르크 자흐만 DIW Berlin) 연구원

    “미국은 더 이상 순 에너지 수입국이 아니다. 지금 미국은 주요 에너지 수출국이며, 이것이 이란 전쟁 속 정책 변화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게오르크 자흐만(Georg Zachmann) 브뤼헐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통상’과 서면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 이후 글로벌 에너지 질서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에는 높은 유가와 가스 가격이 미국 경제에 부담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미국이 이익을 얻는 측면도 커졌다”며 “각국은 에너지 안보를 위해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이란 전쟁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가져온 가장 큰 구조적 변화를 꼽자면.

    “우선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 과거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이란 정책 변화에 영향을 준 핵심 요인 중 하나는 미국이 순 에너지 수입국에서 주요 에너지 수출국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 경제가 높은 유가와 가스 가격에 노출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이제는 미국이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인해 입는 피해보다 얻는 이익이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이번 위기는 각국이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에 추가 동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재생에너지 전력 확대와 수송·난방·산업 부문의 전기화를 의미할 수 있다. 동시에 원전 확대나 자국 내 화석연료 개발에도 더 많은 관심이 쏠릴 수 있다. 물론 이런 선택이 항상 가장 빠르거나 경제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불확실성 증가는 저장 시설 확충, 공급망 다변화, 해상 운송로 보호 같은 에너지 안보 투자 확대도 촉진할 것이다.”

    에너지와 전략자원의 무기화는 글로벌 경제 질서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전략적 경쟁국에 대한 자원 의존이 상호 이익이 되기 때문에 괜찮다는 기존 인식이 점점 재검토되고 있다. 러시아가 2021년 이후 유럽연합(EU)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시키기 위해 가스 수출을 줄인 사례는 과도한 의존이 얼마나 큰 비용을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그 결과, 각국은 자국의 공급망 의존도를 훨씬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이런 흐름이 계속 된다면 각국은 점점 더 특정 분야에 대한 국제 분업을 꺼리게 될 것이다. 모두가 안보를 이유로 모든 것을 직접 생산하려 한다면, 글로벌 분업 축소로 인해 결국 모두가 손해를 보게 된다.”

    현대 전력 시장은 지정학적 공급망 충격에 얼마나 취약할까.

    “전력 시장은 사용하는 연료의 희소성을 그대로 반영한다. 예를 들어 천연가스 발전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 가스 공급이 부족해지면 전력 역시 부족해지고 가격은 급등한다. 석탄도 마찬가지다. 원자력 연료의 경우 충격이 조금 더 늦게 나타나지만, 주요 핵연료 공급처를 대체하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재생에너지에서는 핵심광물 문제가 자주 언급된다. 다만 유럽의 경우 상당수 원자재는 국내 대체가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효율은 다소 낮아지고 비용이 더 많이 들수 있다.”

    이제는 에너지 효율보다 회복 탄력성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국가와 기업의 투자 결정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다고 보나.

    “매우 중요한 문제다. 점점 더 많은 산업이 전략산업이라고 주장하면서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비용 효율성을 포기하고 과도하게 중복 투자하는 방향으로 가면 오히려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한 한 가장 낮은 비용으로 회복 탄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하면 결국 국가 경쟁력도 약해지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시기에는 낮은 비용을 유지하면서도 위기 상황에는 충분한 보호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정교하고 통합된 해법이 필요하다.”

    에너지 안보를 추구하면서 탄소 중립도 가능할까.

    “긍정적인 점은 국내에서 생산되는 청정 전기로 에너지 소비 구조를 전환하면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업과 가계 비용도 통제할 수 있다. 물론 군사용 목적의 화석연료 비축이나 풍력발전·태양광발전이 작동하지 않을 때 가동할 발전소처럼 일부 영역에서는 제한적인 배출을 허용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 다만 이것이 장기적으로 청정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더 빠르게 한다면 수용 가능하다고 본다.”

    현 상황에서 만약의 사태 대응1) 전략은 어떤 모습이어야 된다고 보나.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공급 안보 책임이 기업에 있는지, 국가에 있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이 불분명하면 기업과 정부 모두 충분한 대안을 준비하지 않을 수 있다. 군사용 핵심 자원은 국가가 전략 비축, 예비 인프라, 우방국 공급망 등을 통해 직접 확보해야 한다. 반면 일반 산업용 자원은 시장이 대부분 해결하도록 맡겨야 한다. 다만 시장점유율 기반 관세 같은 일부 공공 정책은 공급망 다변화를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LNG·원유·전력망·희토류 등 광물 공급망 전략은 각각 어떻게 달라야 할까.

    “핵심 차이는 저장 가능성(storability), 국내 대체 가능성, 공급자 구조다. LNG는 최대한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일부 전략 비축을 하는 정도가 최선이다. 원유는 전략 비축이 필수다. 전력 시스템은 핵심 부품에 대한 사이버 리스크를 고려해야 하며, 수입이 중단될 경우 주요 부품을 국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광물의 경우 국가는 전략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비축과 재활용 체계를 갖춰야 하지만, 일반 산업 활동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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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만약의 사태 대응

      최근 공급망 트렌드의 하나로 꼽히는 재고 관리 방식. 재고 최소화를 위해 적기 공급 시스템을 채택해 온 기업도 최근에는 공급망 안정성을 고려해 만약의 사태 대응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일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