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깊이 듣기 INTERVIEW 앤 소피 코르보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연구원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LNG 시장 최악 시나리오… 아시아 석탄 사용 늘어”
  • 이신혜 기자
  • 프랑스 에콜 센트랄 공학, 전 국제에너지기구(IEA), 전 셸(Shell) LNG 전략 매니저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에너지 안보 분야에서 늘 ‘최악의 위기 시나리오’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상황을 실제로 목격하고 있다.” 앤 소피 코르보 미국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CGEP) 연구원은 최근 ‘통상’과 인터뷰에서 이란 전쟁 이후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이번 사태가 원유보다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에 훨씬 더 치명적인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란이 드론과 미사일을 통해 원유와 가스뿐 아니라 비료, 석유화학 제품 등 다양한 상품 흐름을 장기간 교란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원유는 일부 우회 수단이 있다. 사우디의 동서 파이프라인(East-West Pipeline)은 원유를 홍해 방향으로 우회 수송할 수 있고, UAE의 하브샨-푸자이라(Habshan-Fujairah) 파이프라인은 호르무즈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수출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다. 이라크의 키르쿠크-제이한(Kirkuk-Ceyhan) 파이프라인 역시 튀르키예 지중해 항구와 연결돼 있다. 물론 이 시설만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하지만 LNG는 다르다. LNG는 우회 방법이 거의 없다. 카타르산 LNG는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글로벌 ‘LNG 시장의 안보 신화(LNG security myth)’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란 전쟁 이후 글로벌 에너지 거래 구조도 실제로 변하고 있나.

    “흥미로운 점은 기존 장기 계약을 넘어 양자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은 이란과 카타르를 직접 연결하는 협상을 통해 LNG 화물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미 계약된 LNG이지만 미국과 이란 간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에너지와 자원의 무기화가 글로벌 경제 질서를 어떻게 바꿨나.

    “핵심 자원의 수출이나 가공(processing)을 통제하는 국가가 결국 주도권을 쥐게 된다. 동시에 수에즈운하, 파나마운하, 호르무즈해협 같은 초크포인트(chokepoint)의 중요성도 더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유럽 국가를 상대로 가스를 무기화했다. 미국 역시 LNG 수출을 무역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핵심광물 가공 지배력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석탄 사용이 다시 늘어나고 있나.

    “그렇다. 석탄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특히 아시아 전역에서 그렇다. 지금 가장 쉽게 확보 가능한 에너지원이 석탄이기 때문이다.”

    적기 공급에서 만약의 사태 대응으로 공급망 전략이 바뀌고 있는데.

    “적기 공급에서 만약의 사태 대응으로의 전환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단순히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정학적 충격에 대비하는 구조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핵심 광물 전략 비축, 재활용 확대, 생산 시설이나 공급망을 자국과 가까운 인접 국가로 옮기는 전략인 ‘니어쇼어링(nearshoring)’, 정치·안보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우방국이나 동맹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전략인 ‘프렌드·앨라이쇼어링(friend·ally-shoring)’, 가공 시설 확보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중국이 실제로 통제하는 핵심인 가공 영역에 집중하고, 통합된 가치 사슬을 구축해야 한다.”

    니어쇼어링과 프렌드쇼어링의 결합을 ‘good guys alliance’라고 표현했는데 정확히 무엇인가.

    “이는 미국과 중국 중심 질서 사이에서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국가가 청정 기술 공급망을 공동 구축하자는 개념이다. 유럽·한국·일본·호주·캐나다 같은 국가가 협력해 안정적인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만들자는 것이다.”

    핵심광물 시장이 석유수출국기구(OPEC)1) 같은 구조로 갈 가능성은 있나.

    “핵심광물 전체를 하나의 카르텔로 묶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리튬, 코발트, 니켈, 구리 등은 각각 시장구조와 자원 보유국이 모두 다르다. 다만 인도네시아 니켈 사례처럼 특정 국가가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은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 국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첫째는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아직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이 많다. 둘째는 전기화를 확대하되 또 다른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어떤 수입 제품이 다른 국가가 에너지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는지 매우 주의해야 한다. 전력·전자, 전력망 관리 시스템, 디지털 보호 시스템, 데이터 시스템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특히 소프트웨어가 내장된 장비는 매우 중요하다. 원전 역시 한국의 중요한 강점이다. 다만 우라늄 공급망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국제 공조 측면에서 어떤 협력 축이 가장 효과적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 협력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은 ‘에너지 패권(energy dominance)’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동맹국 에너지 안보와 항상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 ‘good guys alliance’ 개념이 중요하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축 외에 또 다른 제삼 진영을 만들자는 의미는 아니다. 개별 국가만으로는 중국과 미국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국가가 청정 기술 공급망을 공동 구축하자는 개념이다.”


    용어설명
    • 1석유수출국기구(OPEC)

      1960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우디·이란·이라크·쿠웨이트·베네수엘라 5개국이 주도해 창립했다. 2018년 콩고공화국이 가입하면서 역대 최다인 15개국이 OPEC에 소속되어있었지만, 카타르(2019년), 에콰도르(2020년), 앙골라(2024년), UAE(2026년)가 연이어 탈퇴를 결정하며 회원국이 11개국으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