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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 도입이 국제통상 규범과
무역 질서에 미치는 영향

허난이 법무법인(유) 광장 국제통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 한경DB

디지털 경제 시대에 디지털세 도입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디지털 무역 규범에 대해 국가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는 만만치 않은 노력과 시간이 걸린다. 디지털 무역 질서가 확립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소위 ‘춘추전국시대’와도 같은 패권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세는 이러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국면에서 국제통상 규범과 무역 질서 논의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2019년 7월 18일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글로벌 IT 기업 디지털세 부과에 원칙적으로 합의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디지털 경제 시대라는 글로벌 경제 추세와 더불어 디지털세는 단순히 한 국가 내에서뿐 아니라 국제무역 질서에도 많은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전통적 무역 방식인 상품 무역을 생각해보자. 어떤 상품에 세금이 부과된다면 그 상품 가격은 부과된 세금만큼 높아질 것이다. 가격이 높아져 상품 판매량이 줄어들면 판매자의 매출도 줄어든다. 만약 이러한 세금이 국산품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고 수입품에만 집중적으로 부과된다면 어떻게 될까. 해당 기업의 매출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WTO에서는 내국세 부과 시 국산품과 수입품의 차별을 부당한 무역 장벽으로 간주하고, 이를 ‘내국민 대우 원칙’이라는 이름 아래 금지하고 있다.1) 디지털세는 이러한 상황이 상품이 아닌 디지털 서비스와 관련해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디지털 서비스가 국경을 넘을 때

상품이 국경을 넘어 무역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디지털 서비스 또한 ‘서비스 무역’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상품과 달리 비물질적 서비스가 어떻게 국경을 넘어 교역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하다. 이에 WTO에서는 1995년 이래 ‘서비스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S)’을 통해 서비스 무역의 형태 네 가지를 규정하고 있는데,2) 상당수 디지털 서비스 교역의 경우 ‘서비스 공급자’인 IT 기업은 본사가 소재한 국가에 머물러 있으면서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만 해외시장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만약 IT 기업이 해외시장에 자회사의 형태로 상업적 주재를 하고 있다면 이들의 디지털 서비스를 소비하는 국가의 정부가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만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경우 공급자인 IT 기업은 디지털 서비스 ‘수출’에 대한 법인세를 자신이 주재하고 있는 본국에만 납부하면 된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프랑스는 ‘프랑스에서 돈을 벌었으니 프랑스에 세금을 내야 한다’는 입장에서 디지털세를 도입하게 된 것이며, 영국을 비롯한 다른 유럽 국가들 또한 디지털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상품 무역의 예로 다시 돌아가보자. 상품 수출의 경우 수입업자가 해당 상품을 수입한 후 자국 시장에 유통함으로써 해당 상품의 수출 시장 진출이 가능해진다. 만약 수입품에 세금이 부과된다면 수출 시장 국가 내에 주재한 수입업자가 이를 부담하게 되고, 수입업자는 그만큼 수입품 가격을 인상할 것이다. 결국 아무리 수입품에 과세를 한다고 하더라도 해당 세금을 내는 주체는 수출 시장 국가의 자국민인 수입업자이며, 외국에 있는 수출 기업이 과세 대상은 아니다. 또한 내국민 대우 원칙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국산품과 수입품 간 공정한 경쟁 조건’이므로 세금 제도 자체의 부당성이 아니라 그로 인한 수입품의 가격 인상 등 경쟁 조건 악화가 문제시된다.

디지털세 도입을 두고 강하게 맞서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자국 영토 관할권 밖 외국 기업에 세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서비스 무역의 경우는 매우 다르다. ‘서비스’라는 것 자체가 공급자와 불가분 관계에 있기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과세는 단순히 국산 서비스와 수입 서비스 간 공정한 경쟁 조건의 문제뿐 아니라 과세 대상에 대한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상품과 달리 디지털세는 결국 디지털 서비스를 공급하는 해외 주재 공급자에게 부과되므로 자국 영토 관할권 밖에 있는 외국 기업에 세금을 부과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 프랑스가 선구적으로 도입한 디지털세에 대응해 24억 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프랑스산 제품(와인, 치즈 등 총 63개 품목)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의 디지털세로 인해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미국계 기업에 상당한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게 되었고, 미국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동 과세 조치가 무역법 제301조3) 상 ‘불공정한 무역 행위’라고 비판했다.4) 첫째,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사실상 미국의 IT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에 매우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국내법뿐 아니라 WTO의 GATS 위반에 대해서도 제기될 수 있는 문제다. 물론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프랑스 정부의 디지털세 부과는 미국 기업뿐 아니라 유럽연합(EU), 프랑스 혹은 중국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는 차별이 아니다”라면서 만약 미국이 일방적으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경우 “이를 국제재판소, 특히 WTO에 제소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5) 하지만 실제로 프랑스의 디지털세 과세 대상 기업(연 매출 7억5,000만 유로가 넘고, 프랑스 내 매출이 2,500만 유로 이상인 IT 기업)의 상당수가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서비스 무역에서의 실질적인 내국민 대우 원칙 위반이 발생할 수 있다.
사실 오늘날 디지털 서비스 시장을 살펴보면 내국민 대우 원칙의 문제는 GAFA 같은 거대 IT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기존 매출로 얻은 수익에 대한 세금 납부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이런 세금으로 인해 프랑스 IT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조건(세금만큼의 비용 인상)을 야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구축해둔 디지털 서비스 시장은 이미 독과점 상태다. 플랫폼 기반 글로벌 기업의 경우 이미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장한 상태이며, 이런 기업들의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수요는 디지털세로 인한 가격 인상과는 상관없이 지속될 것이다. 그리고 최근 아마존이 프랑스의 디지털세에 따른 추가 비용을 수수료 인상을 통해 프랑스 유통업자들에게 부담시키기로 한 것처럼 결국 디지털세의 부담은 소비자인 프랑스 국민에게 전가될 수 있다.

트럼프의 와인 관세에 결국 프랑스는 미국의 ICT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를 1년 유예하기로 했다.
IT 강국과 디지털세 도입국 간 무역 분쟁의 불씨

그러나 프랑스의 디지털세는 상품 무역과 달리 내국민 대우 원칙의 문제 외에도 세금 제도 자체의 부당성이 문제시된다. 프랑스에서 동 법안은 작년 7월 11일 상원을 통과했지만 2019년 1월부터 소급 적용해 디지털세가 부과되고 있고, 이러한 ‘소급성’은 조세 원칙상 부당하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또 미국은 프랑스의 디지털세가 자국 영토의 관할권을 넘어 미국 국적 기업들에 역외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불합리한 세금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솔직히 미국 정부로서는 내국민 대우 원칙 위반으로 인한 자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보다는 오히려 미국 IT 기업들이 자국에 세금을 납부하고 디지털 서비스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에도 세금을 내는 ‘이중과세’의 상황이 좀 더 우려될 수도 있다. 이는 단순히 기존 조세 원칙을 붕괴시키는 것뿐 아니라 자국에 납부하는 세금의 규모가 축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은 EU와 체결한 이중과세 방지 조약 위반 가능성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결국 올해 1월, 다보스포럼에서 프랑스는 구글・페이스북 등 미국의 IT 기업에 대한 디지털세 과세를 향후 1년간 유예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현재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터키가 추진 중인 디지털세에 대해서도 조사한 뒤 추가 보복관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세 도입은 EU의 강경한 통상정책 등으로 인해 최근 증가하고 있는 미국-EU 간 통상 분쟁 가능성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으며, 양자 간 무역 협상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또한 다른 IT 강국과 디지털세 도입 국가 간 무역 분쟁 가능성도 급격히 증가했다. 오늘날 상소기구의 기능 마비 등으로 WTO의 분쟁 해결 능력이 현저히 약화된 가운데 디지털세와 관련한 일방적인 보호주의적 정책과 보복적 통상 조치로 인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각 국가는 단순히 국내 조세체계의 문제만으로 디지털세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게 아니라 이로 인한 무역 분쟁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무역 질서와 패권 전쟁으로 인한 춘추전국시대 예상

그러나 산업과 경제구조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됨에 따라 디지털세 도입은 필연적이다. 따라서 국제기구는 디지털세로 인한 무역 분쟁과 세계경제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각국의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디지털세 국제 표준’을 세우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일례로 작년 7월 미국을 포함한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디지털 경제구조에 맞는 과세가 필요하다는 큰 틀의 원칙을 합의한 바 있으며,6) OECD는 올해까지 디지털세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7) 하지만 디지털세에 대한 다자적 제도를 구축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지역 규범이 다자 규범의 공백을 보완할 수도 있겠지만, 향후 어떤 지역 규범이 다자 규범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 또한 불투명하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은 1947년부터 1994년까지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발전해 규범이 확립되었다. 서비스 무역에 관한 규범 또한 1995년 WTO에서 합의한 GATS 이래로 아직까지도 규범을 발전시키기 위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무역 규범도 각 국가 간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데는 만만치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디지털 무역 질서가 확립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소위 ‘춘추전국시대’와도 같은 패권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EU의 대립에 이어 중국 등 신흥 IT 강국의 부상, 개발도상국의 거대 IT 기업 견제 및 선진국 간 디지털 시장 내 경쟁 심화 등 여러 요소들로 인한 불안정성이 지속될 것이다. 디지털세는 이러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국면에서 국제통상 규범과 무역 질서 논의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앞으로 여전히 전통적 ‘영토 주권’ 개념에 기초하고 있는 무역 질서가 과연 디지털 플랫폼상 국가 관할권과 무역 관계를 규명할 수 있을지, 아니면 ‘무역’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할지 여부를 숙고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 1)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GATT) 제3조.
  • 2) 서비스 무역은 크게 네 가지 모드로 분류된다. (1) 서비스만 이동하는 국경 간 공급, (2) 소비자가 서비스 공급지로 이동하는 해외 소비, (3) 서비스 공급자(법인)가 해외시장에 주재하는 상업적 주재, (4) 서비스 공급자(자연인)가 해외시장으로 이동하는 경우.
  • 3) 1974년 통상법(Trade Act of 1974) 301조. [§301(a)(1)(B)(ii), §301(b)(1)(2)]: 동 조에 따르면 USTR가 외국의 관련 법, 정책, 행위에 대해 조사를 개시하면 공청회 및 의견 수렴 등의 절차가 수반되며, 이러한 일련의 조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USTR가 불공정무역 행위로 결정할 경우 그에 대한 일방적 조치까지도 허용된다.
  • 4) Federal Register Vol. 84, No. 136(Tuesday, July 16, 2019).
  • 5) 뉴시스, ‘프랑스, 미국의 디지털세 보복? WTO에 제소할 것’, 2019년 12월 9일 자 기사 참조.
  • 6) 자세한 내용은 기획재정부, ‘G7, 디지털세 과세 방안 원칙에 대해 합의’ 보도 자료(2019년 7월 23일) 참조.
  • 7) 자세한 내용은 OECD 공식 웹페이지, ‘OECD Leading Multilateral Efforts to Address Tax Challenges from Digitalization of the Economy’(2019년 10월 9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