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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세에 대한 미국과 GAFA의 입장은?

정종채 대표 기고가, 법무법인 에스엔 변호사, 김소명 법무법인 에스엔 변호사, 양한규 법무법인 에스엔 세무사 사진 한경DB

EU가 디지털세 도입을 서두르자 미국이 무역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디지털세를 도입할 경우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미국의 ICT 기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세 도입은 시대의 흐름으로 보인다. 글로벌 ICT 기업은 그동안 합법적으로 세금을 피할 수 있었으나 디지털세 도입이 본격화할 경우 원천적으로 차단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GAFA를 비롯한 ICT 기업의 입장과 문제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2019년 12월 3일 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 자리에서 두 정상은 디지털세 도입을 두고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

구글의 글로벌 검색 점유율은 90%가 넘고, 아마존의 미국 e커머스 점유율은 50%에 육박한다. 한국만 해도 네이버가 검색을 시작으로 뉴스, e커머스, 부동산 등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은 ‘창조’보다 ‘전환’의 특성이 있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기존 산업 체제를 대체한다는 뜻이다. 온라인 서비스 영역이 넓어질수록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사업자들의 시름은 깊어진다. 세계적으로 고용 부진이 심각하고, 정부 정책도 잘 먹혀들지 않는다. 인력을 대체하는 플랫폼 서비스의 힘 때문이다. 경제 산업 체제의 변화와 세수 감소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부작용은 국경을 초월한다. 구글 검색은 유럽을 장악했고, 넷플릭스는 중국을 제외한 세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들며 여러 나라의 법과 제도 및 경제 생태계 전반을 흔들고 있다. 이에 비해 조세 행정 등은 원천지국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생태계 교란종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각국 정부로서도 골치 아픈 일이다. 법인세 부과를 위해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s)’이 없는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과세 근거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의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 행위

어째서 IT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과세는 세계적으로 정당한 일처럼 받아들여질까? 글로벌 기업은 세계 교역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아주 미미한 조세를 부담하고 있다. 예컨대 구글은 2017년 한국에서만 4조9,722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한국에 납부한 세금은 200억원에 못 미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IT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이 실제로 수익을 창출하는 국가가 아니라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세원을 이전하는 국제적 조세회피 행위를 광범위하게 벌이고 있다. 이른바 ‘다국적기업의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BEPS)’ 행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기업은 실체가 없는 무형자산으로 매출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특정 국가나 특정 장소에 영업장을 둘 필요가 없다. 전통 국제 조세에서의 필수 개념인 ‘고정사업장’ 없이도 사업을 수행할 수 있기에 역설적으로 세계 어디라도 고정사업장을 둘 수 있다. 여기에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주는 신자유주의 감세 경쟁까지 더해지자 글로벌 기업은 가장 낮은 세율의 국가나 지역으로 본사나 서버 또는 고정사업장을 옮기는 것을 전략적으로 고민하게 됐다.
국가 간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 전략은 글로벌 기업의 핵심 조세 전략이 됐고, 점차 퍼져 지금은 보편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됐다. 디지털 기업의 이런 조세 전략은 세계적으로 부과해야 하는 조세의 통합적 감소와 함께 조세 주권 침해를 가져와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는 OECD가 BEPS 프로젝트를 발동한 계기가 됐다. 유형의 재화를 이용한 국제 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국제적 조세회피 규제 제도로는 거래 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디지털 기업의 세원 포착이 어렵게 된 것이다.
OECD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 유력 IT 기업이 BEPS를 통해 공격적으로 절세하는 규모를 연간 1,000억~2,400억 달러(약 120조~290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구글은 2015년 총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발생했음에도 DIDS(Double Irish Dutch Sandwich)라는 조세회피 수단을 통해 해당 수익의 2.4%에 대해서만 부과했다. EU의 법인세율은 20~30%임에도 구글은 EU에서의 세율이 그 매출세액의 0.19%였다. 그래서 이른바 ‘구글세 논쟁’이 일어났다.

BEPS에 대한 대응, 디지털세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디지털세는 이미 도입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OECD는 2020년 연말을 목표로 권고안을 마련하고 있다. OECD 권고안에 따라 디지털세의 도입 및 확산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18일 프랑스 샹티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디지털세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내용의 성명이 채택됐다. 이를 바탕으로 OECD와 G20 차원에서도 논의될 예정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조세회피를 막을 새 규정은 간소하고 적용하기 쉬워야 하며, 이중과세 방지 대책도 담아야 한다”며 지침 방향을 밝혔다.
세계적으로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가장 활발한 곳은 EU다. 미국 플랫폼 거대 기업의 공세에 유럽이 적극적인 과세 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는 모양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의 이니셜을 딴 일명 GAFA 기업이 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BEPS를 활용한 기존 조세 전략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GAFA 기업은 직접적 대응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에 따른 반발은 미국과 프랑스 간의 무역 전쟁 양상으로 부각되었다. 미국 무역대표부는 청문회를 열어 디지털 서비스세 과세 대상 기업이 된 자국 IT 기업의 의견을 수렴했다. GAFA 기업은 프랑스 정부가 ‘성가신 선례’를 남겼다고 비난하며, 다른 국가들도 같은 행보를 이어갈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안정적인 국제 조세 정책에서 벗어나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에 대해 불평등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디지털 경제 시대의 성장과 혁신을 방해할 것이라며 성토했다. 아마존은 증가한 세액이 서비스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만 개 이상의 프랑스 기업이 아마존을 통해 사업을 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것도 주문했다.

미국의 자국 기업 보호, 무역 전쟁으로 가나?

미국 무역대표부는 GAFA 기업의 의견을 수렴한 보고서를 지난해 12월 발간하며 적극적인 자국 기업 보호에 나섰다. 더욱이 미국은 EU의 디지털세가 자국의 IT 기업을 겨냥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더욱 커질 수 있다. 디지털세 논란은 비단 EU와 미국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GAFA 기업은 세계를 상대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어 아시아와 중남미에서도 디지털세 도입을 검토 중이다.
OECD는 또 부가가치세와 관련해 소비지국 과세 원칙에 따라 국제적인 무형자산과 서비스의 기업 간 거래(B2B)에 대해서는 소비자가 위치한 곳에 과세권이 귀속된다고 보고 있다. 부가가치세는 공급자와 소비자가 속한 국가가 달라도 소비되는 국가에서 과세해야 하는 것에 대해 국가 간 이견은 크지 않다. 그러나 법인세와 관련해서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대립해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
전통 제조기업이 평균 23.3%의 법인세율을 적용받는 데 비해 거대 IT 기업이 고작 9.5%의 세율을 부담하는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조세 제도의 필요성이 있어 앞으로 디지털세가 새로운 유형의 법인세 자체로 기능할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은 세계 교역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조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예컨대 구글은 2017년 한국에서만 4조9,722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거두었으나 납부한 세금은 200억원에 못 미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수익 창출국 대신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세원을 이전하는 국제적 조세회피 행위 때문이다.
GAFA의 디지털세에 대한 변명

디지털 기업의 조세회피 성향과 낮은 실효세율은 문제가 되지만, 디지털세를 도입할 경우 이중과세 문제 등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디지털세란 글로벌 IT 기업이 온라인 거래를 통해 얻는 수익에 대해 자국에 납부하는 것과 별개로 실제로 서비스가 제공되고 소비되는 국가에 추가로 납부하는 조세다. 실질을 반영하지 못한 법인세에 대한 새로운 국제 규범이 정립되기 전까지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법인세 대신 부과하는 것이다. 이미 자국에 법인세를 납부한 기업이 별도로 해외에 납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이중과세의 문제를 안고 있다. 디지털세가 기존 법인세와 함께 운영될 경우 동일한 소득에 대해 거래 당사자의 거주지국과 소득 발생지국(원천지국)이 모두 과세권을 가지게 되어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디지털세는 사실상 기존 법인 세제를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법인 세제이기 때문에 동일한 세원에 대한 중복과세는 아니라는 옹호론도 상존한다.
GAFA 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은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EU의 디지털세에 크게 반대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규모 IT 회사가 미국 기업이니 당연한 일이다. 미국은 이익이 아닌 매출을 과세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전통적 법인세 과세 기준에 위반되는 자의적 조세 제도라고 주장한다. 또 EU가 역내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불공정한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추진한다며 강경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주장과 달리 GAFA 기업은 디지털세에 대한 개별 입장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구글 코리아 카란 바티아 구글 정책협력담당 부사장은 자사 공식 블로그에 “구글세 도입과 같은 하향식 경쟁은 새로운 무역 장벽을 만들고 국가 간 투자를 둔화시킨다”고 비판하면서 “몇몇 미국 IT 기업에만 특화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현재 미국에 부과해야 할 세금에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며, 통상 긴장을 고조시키게 된다”고 날 선 주장을 한 바 있지만, 회사 차원에서 입장을 보이지는 않았다. 나머지 GAFA와 같은 미국 기반의 글로벌 ICT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 기업들은 구글세와 관련한 여러 시나리오를 예상해 대응 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현지에서 일어나는 조세 포탈 비판과 사업 확장 제약을 우려해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영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디지털세를 도입하자 자진 납세에 나선 것도 하나의 사례다.
구글은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에 세운 법인을 통해 세금을 줄여왔지만, 이제 현지법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인터넷 쇼핑몰의 현지 판매액을 해당 국가의 매출로 계상하기로 방침을 바꾸었다. 페이스북은 아일랜드 법인에 일괄 계상하던 매출을 현지법인의 수입으로 잡기로 했다고 예고했다. 애플은 아일랜드를 경유해 과세를 피하는 방식으로 회피해오던 체납 세금을 납부하기로 프랑스 정부와 합의했다. BEPS 조세 전략에서 탈피해 수익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EU의 경우 매출이 큰 IT 기업이 거의 없어 디지털세를 도입하더라도 자국 기업에 대한 중복과세 우려가 없지만, 한국은 네이버・카카오 등 매출 규모가 큰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ICT 기업은 미국 ICT 기업과 달리 아직은 파편화되어 있다. 사업 통합과 자본 결합을 통해 IT 시장의 큰 권역으로 발돋움하는 데 디지털세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GAFA에 필적하는 BATH(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중국의 반응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