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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개발 어디까지 왔는가

김종찬 국민대학교 자동차IT융합학과 교수

완전자율주행은 인류의 달착륙 이후 수십 년 만에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꿈꾸는 하나의 기술적 이상향이 되었다.
우주 개발이 인류의 기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처럼 완전자율주행은 비록 실현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로봇, 물류, 드론, 자동화 등 수많은 산업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미래 자동차 산업의 핵심은 단연 자율주행이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과 IT기업,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 등은 협업과 경쟁을 통해 자율주행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헨리 포드의 모델T는 1908년부터 1927년까지 제조되었다. 최초의 자율주행차로 알려진 ‘후디나 라디오 컨트롤’의 ‘아메리칸 원더’는 1925년 발표됐다. 인간은 자동차의 산업화와 동시에 스스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를 상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상의 영역에 머물던 자율주행차는 미국 첨단군사기술개발연구소인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한 자율주행기술 경진대회인 ‘다르파(DARPA) 그랜드 챌린지’를 계기로 본격적인 연구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2010년 구글이 자율주행차를 공개하면서 연구실을 벗어나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테슬라가 오토파일럿 소프트웨어를 배포하면서 자율주행은 브랜드를 가진 상품이 되었다. 그리고 때맞춰 시작된 인공지능(AI) 신드롬은 수년 내 완전자율주행의 시대를 예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2016년 테슬라 오토파일럿의 오작동으로 인한 인명사고와 2018년 우버 자율주행차로 인한 보행자 사망사고 등이 발생하고 천문학적인 기업가치로 펀딩을 받던 자율주행 스타트업들이 사실상 폐업하거나 인수합병(M&A)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한때 기업가치가 2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되었던 드라이브닷AI(Drive.ai)는 2019년 6월 투자금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으로 애플에 매각되어 사실상 폐업하였다. 혁신적인 로봇택시 스타트업으로 알려진 죽스(ZOOX)는 2020년 6월 12억 달러에 아마존에 인수되었지만 과거 인정받았던 32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감안하면 해피엔딩은 아니다. 가장 최근(2020년 11월)에는 우버의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우버ATG가 매각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이 자율주행기술이 가트너가 발표하는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의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판단한다. 예전과 같은 붐은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점진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플레이어들 위주로 산업구조가 재편되면서 장기적으로 크게 성장할 것이다. 최근에는 구글에서 스핀오프(분사)한 자율주행서비스 기업 웨이모, 전기차로 시작해 양산형 자율주행기술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테슬라, 물류 서비스 자동화를 위해 오로라 이노베이션 투자와 죽스 인수를 단행한 아마존 등이 주요 플레이어로 분류된다. 위의 플레이어들은 서로 기술 기반도 다르고 기술 개발의 목적과 비즈니스 모델도 많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기준으로 비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의 운동장에서 단기간에 어떤 가시적인 성과를 내느냐로 냉정하게 평가될 것이다.

중국과 미국, 유럽의 자율주행사업 현황

상대적으로 공개된 정보가 적지만 중국도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의 동향은 일면 독특한 점이 있다. 독일, 일본, 미국과 같이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이 성숙한 국가에서는 완성차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자율주행기술에 투자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완성차 기업들은 차량 제조 역량에 집중하고 오토엑스(AutoX), 위라이드(WeRide), 포니닷AI(Pony.ai) 등 자율주행 스타트업과 바이두, 디디추싱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로봇택시를 목표로 자율주행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AI 분야의 인재가 풍부하고 정부 규제가 비교적 유연한 장점이 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코로나19로 로봇택시 테스트를 수개월간 중단한 사이 중국의 플레이어들은 공격적으로 로봇택시 시범서비스를 개시했다.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인 독일과 일본은 이미 성숙한 자동차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이나 중국처럼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출현하기보다는 기존 자동차 산업 틀 안에서 자율주행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 경우 도요타, 다임러, BMW와 같은 완성차 기업들이 중심이 된다. 완성차 기업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인 개별 고객에 대한 차량 판매에 의존할 경우 자율주행기술의 발전이 오히려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제조단가 상승이 필요한데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수준의 범용성, 안전성, 가격경쟁력을 가진 자율주행차의 개발은 요원하다. 그렇다면 일반 소비자가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들이 자율주행차의 주요 고객이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 경우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 정점에 이들 서비스 기업이 올라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 완성차 기업들이 기존 산업 지배력을 잃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과 일본의 완성차 기업들은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을 설립하거나 기존 서비스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도요타는 우버와 그랩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지배하는 소프트뱅크와의 제휴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다임러와 BMW는 양사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통합하여 공동으로 투자하고 운영하는 전략을 취했는데 2019년 12월 북미와 영국에서 서비스를 중단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어서 양사의 자율주행 연구개발 파트너십도 중단되었다.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자율주행 경쟁에서 완성차 기업들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완성차 기업들이 자동차 제조 기술을 보유한 것은 분명하지만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모빌리티 서비스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술 전략을 수립할 때도 완전자율주행과 운전자보조시스템의 개선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 이 두 기술은 비슷해 보이지만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다. 완성차 기업들은 막대한 레거시(Legacy)를 가지고 있는데 하드웨어 레거시는 기술 발전의 토대가 되지만 소프트웨어 레거시는 기술 발전의 장애물이 된다. 기존 소프트웨어 구조를 유지하면서 자율주행과 같은 혁신적인 기능을 개발하는 것은 모두 새로 만드는 것보다 어려울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완성차 기업들은 자율주행기술을 외부 투자를 통해 확보하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제너럴모터스(GM)가 인수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크루즈오토메이션(Cruise Automation), 포드와 폭스바겐이 투자한 아르고AI(Argo AI), 현대자동차와 앱티브(Aptiv)가 공동 설립한 모셔널(Motional) 등이 있다. 이 회사들은 모두 기존 운전자보조시스템이 아니라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서비스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 웨이모.
웨이모와 테슬라의 자율주행 전략

미국자동차공학회(SAE)는 현재의 운전자보조시스템을 레벨2 자율주행으로 분류하고 완전자율주행을 레벨5로 본다. 레벨2는 사람의 운전을 시스템이 보조하지만 레벨3는 시스템의 운전을 사람이 보조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 ‘부분 자율주행차(레벨3) 안전기준’을 제정하여 2020년 7월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의 판매를 허용하고 있으나 자동차로 변경을 허용하지 않으며 현실적으로는 정체구간 저속 자율주행에 한정하여 운전대에서 손을 놓아도 주행이 가능한 형태로 조심스럽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레벨3는 운전자의 존재를 가정하기 때문에 자율주행 셔틀 등 서비스에 적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들은 제한된 영역에서 운전자가 필요 없는 레벨4 자율주행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구글의 웨이모는 2020년 10월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보조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서비스를 ‘웨이모 원(Waymo One)’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바이두는 중국 베이징에서 ‘아폴로 고(Apollo Go)’라는 이름으로 로봇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직은 보조운전자가 동승하지만 조만간 운전자 없는 서비스를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레벨4 자율주행서비스의 선두주자인 웨이모는 메인 센서로 레이저 스캐너(라이다)를 사용한다. 라이다는 깊이 정보를 센티미터 정밀도로 측정하기 때문에 3차원 공간 정보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차량 주변 장애물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또한 라이다 기반의 정밀지도 제작기술을 이용하면 특정 지역의 3차원 구조를 정밀하게 표현하는 점군지도를 미리 제작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자율주행 차량의 라이다 센서에서 유추한 주변 3차원 공간 정보를 점군지도와 매칭하여 현재 자차의 위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현재 차량 내비게이션에 사용되는 위치정보시스템(GPS; Global Positioning System) 등 위성측위시스템(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기술은 보정기술을 적용해도 터널이나 빌딩숲과 같은 악조건에서 수미터 이상의 오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자율주행에 적용할 수 없다. 하지만 라이다와 3차원 점군지도를 이용한 정밀측위 기술은 자율주행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의 안정성을 보인다. 이와 같은 기술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웨이모는 비교적 안전하게 보조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다. 하지만 지도 제작과 업데이트에 많은 비용이 들어 서비스 지역을 광범위하게 확대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까지도 애리조나 피닉스와 같은 특정 도시에 한정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테슬라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법을 택하고 있다. 라이다와 점군지도를 사용하지 않고 주로 카메라에 의존하되 딥러닝 기반의 인지 기술을 통해 2차원 카메라 이미지로부터 주변 장애물의 위치를 3차원 공간에 매핑하고 차선과 운전 가능 영역을 검출하여 기존 내비게이션 수준의 지도만을 이용해 자율주행을 구현한다. 이와 같은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2019년 4월에는 자체 개발한 뉴럴프로세서를 탑재한 ‘완전자율주행(FSD; Full Self Driving)’ 컴퓨터를 공개하고 2020년 10월부터 클로즈베타 서비스로 일부 사용자에게 FSD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FSD는 차선변경, 좌회전, 우회전, 신호등에 의한 정차와 출발 등 대부분의 운전 행위를 자동으로 수행한다. 많은 베타테스터를 통해 FSD의 놀라운 성능이 알려지면서 딥러닝 기반의 카메라 인지 기술은 다른 기업들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 기술은 FSD라는 이름과 달리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 자율주행 분류 기준에 의하면 레벨2 수준에 해당한다. 실제로 테슬라의 FSD 베타 서비스 안내 메시지는 ‘항상 운전대를 잡고 도로상황에 각별히 주의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FSD의 출시를 허용했으나 “테슬라의 신기술을 면밀히 감시하겠다”라고 밝혔으며 한국의 국토교통부에서도 FSD의 안전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오토파일럿에 이은 다소 무모하고 과감한 테슬라의 FSD 출시 전략이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안전성과 편의성을 제공하느냐에 향후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테슬라가 모험한 결과는 향후 모든 완성차 기업의 자율주행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한민국은 과거 일본과 독일에서 배운 기술을 바탕으로 지금의 자동차 산업을 일으켰다. 하지만 자율주행차라는 새로운 시대에 대비하여 자동차 회사들은 물론 자율주행 센서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정밀지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등 많은 훌륭한 플레이어들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자동차 산업을 대한민국이 주도하길 바란다.

완성차 기업들이 자동차 제조 기술을 보유한 것은 분명하지만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모빌리티 서비스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술 전략을 수립할 때도 완전자율주행과 운전자보조시스템의 개선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