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지능형과 친환경으로 발전하는 미래차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

21세기에 진입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은 내연기관 개인운전에서 전기동력 자율주행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래차 산업은 지능형과 친환경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주요국 정부는 지속가능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한 규제가 혁신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환경과 안전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동력·자율주행차를 동시에 개발해 상용화하고 있다.

자동차의 전기동력화는 자율주행화보다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공장 가동과 차량 주행이 감소하면서 대기질이 개선되는 모습을 본 소비자가 전기차를 적극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커넥티드 카를 넘어 자율주행차로 진화하고 있는 지능형 자동차

지능형 자동차(Intelligent Vehicle)의 사전적 정의는 정보기술(IT)을 융합한 최첨단 자동차로서 교통시스템과의 연동을 통해 최적의 교통 효율을 제공할 수 있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스마트 카(Smart Car)로도 불리는 지능형 자동차는 소비자가 좀 더 안전하고 편리한 자동차를 원하게 되자 자동차와 스마트 홈, 스마트 오피스, 스마트 팩토리 등 모든 것을 연결할 수 있는 소위 V2X(Vehicle to Everything) 기능을 가진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로 발전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교통체증과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자율주행차의 개발과 상용화도 추진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상상 속의 자동차였으나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발전과 함께 현실로 다가왔다.
자율주행차는 자동차가 스스로 사물을 인지·판단·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운전자, 탑승자 및 보행자의 안전을 극대화하는 기술적 강점을 갖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0~5단계로 구분해 상용화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현재는 2단계 기능을 탑재한 자동차가 출시되고 있다. 2단계 기능으로는 정속주행(Cruise Control), 장애물 감지, 차선이탈방지, 충돌방지, 자동제동, 자동주차 등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을 들 수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면서 핸들에서 손을 떼어도 주행이 가능한 3단계 수준의 자율주행차의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물론 우버와 웨이모 등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와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의 자회사인 크루즈 등 완성차 업체들이 높은 수준의 4단계와 5단계 완전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승용과 셔틀 차량을 2021년부터 출시하겠다고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완전자율주행차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자동차 전문연구기관인 JD파워(J.D Power)가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14%, 캐나다 소비자의 13%만이 완전자율주행차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은 기술적인 한계 때문에 완전자율주행차의 본격적인 상용화가 2030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독일의 신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레벨 4~5단계 기능을 갖춘 자율주행차의 비중이 2035년 5~49%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보급 전망에 대한 편차가 큰 편이다.1)
한편 자동차 업체와 ICT 업체들은 코로나19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자율주행차의 개발과 상용화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2014~2019년 전 세계 자율주행 관련 연구개발 투자비는 60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2)
트럭 여러 대가 대열을 이루어 주행하는 군집주행(Platooning)은 2024년부터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물류운송 트럭 운전사의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미국은 군집주행을 통해 물류비용을 연 10% 절감하고 생산성을 30% 증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정부가 상용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국 정부는 자동차 산업이 전대미문의 판매 절벽에 직면하자 자율주행차 연구개발 지원 예산을 확대하고, 가이드라인을 포함한 법 제도를 제정하고 있다. 또한 시험주행이 가능한 지역을 확대 지정하고 있는데 미국은 30여 곳이 넘는 제한된 지역을 지정3)해 점진적이면서 안전한 상용화를 모색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촉진하고 있는 배터리전기차 수요

친환경 자동차를 대표하는 배터리전기차는 가솔린 자동차보다 먼저 개발되었으나 충전의 불편함과 짧은 주행거리 등으로 소비자가 외면해 상용화에 실패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에너지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1990년대 초에도 양산을 모색했으나 저유가와 성능 문제로 중단한 바 있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 정부가 환경규제를 강화하자 자동차 업체들은 친환경 자동차의 양산에 돌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로 세계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지만 전기차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최근 ‘신에너지자동차 산업 발전계획(2021-2035)’을 발표했는데 2025년까지 신에너지자동차 판매 비중 목표를 20%로 설정했다. 미국의 신행정부도 환경규제를 다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연방정부 차량 300만 대를 친환경 자동차로 대체하고, 충전기 50만 개 구축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전기차의 수요가 연평균 두 자리씩 증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자동차의 전기동력화가 자율주행화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차 업체의 전략 때문이기도 하지만 코로나19로 공장 가동과 차량 주행이 감소하면서 대기 질이 빠르게 개선하는 모습을 본 소비자가 전기차를 적극 구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배터리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 수요는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급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의 220만 대 수준을 넘어설 전망이다.

수소차 및 충전소 보급 비중
전체 신차 판매량 중 배터리전기차 판매 비중
코로나19가 촉진하고 있는 배터리전기차 수요

우리 정부는 2003년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을 통해 지능형 자동차와 친환경 자동차를 개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친환경 자동차를 전기자동차, 태양광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와 수소전기자동차로 구분하고 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친환경 자동차의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2005년부터 5년마다 보급 계획을 수립해 운용하고 있다.
세계 브랜드별 전기차 판매는 테슬라가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자율주행차 기술개발 역시 미국의 신 빅3(GM·포드·테슬라)가 주도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무너졌던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정부의 지원 아래 미래차 분야에서 빠르게 회복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도약 전략을 바탕으로 전기차 산업에 이어 자율주행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주도형의 전략을 시시각각 수정·보완해가면서 미국을 뒤쫓고 있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도 디젤 게이트에서 벗어나 전기동력 자율주행차시장 선점을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반면 1980년대 이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지배해온 일본 자동차 업계는 닛산의 적자 누적과 혼다의 성장 정체 속에 도요타만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세계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그룹과 내연기관 시장 최고 기업인 도요타그룹을 비교할 때 배터리전기차 판매물량에서 현대기아차가 도요타그룹을 앞서가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2030년까지 지속될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배터리전기차 수출액에서 미국, 벨기에, 독일 다음의 4위를 차지했으며, 일본은 10위에 그쳤다. 또한 현대기아차는 올해 1~9월 중 세계 배터리전기차 판매 4위, 수소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경쟁력에서도 현대차가 5위를 차지했고 도요타는 13위에 머물렀다. 자율주행차의 종합경쟁력에서도 현대차와 앱티브의 합작법인이 6위를 하면서 도요타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세계화(Global) 산업에서 지역화(Regional) 산업으로 변화한 지 오래다. 그만큼 자동차 업체들은 지역별 수요자의 취향과 욕구를 반영해 신차를 개발하고 판매한 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전기동력·자율주행차의 보급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수용력이 중요하다. 전기차의 국내 보급이 충전기 부족과 네트워크 관리시스템의 비효율성 등으로 상대적으로 부진하지만 자율주행차에 대한 소비자 수용성은 독일, 일본, 중국을 앞서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배터리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융합이 불가피한 전기동력과 자율주행차의 균형적인 성장을 위한 전략과 정책이 필요하다. 특히 기계기술 기반 부품을 대체해나가고 있는 전기전자(전장) 부품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다. 주지하다시피 향후 자동차는 모빌리티로 호칭이 바뀌면서 부품과 서비스 산업이 성장을 주도해나갈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에 부응해 우리 정부는 기존 공급업체의 전장부품 업체로의 사업 전환과 관련 창업 및 ICT기업의 진입을 촉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부품 산업의 구조조정과 구조개편은 불가피하다. 또한 모빌리티 서비스(Mobility as a Service)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개혁과 선제적이며 투명한 규제의 도입도 필요하다. 2030년 ADAS와 차량 관련 데이터를 이용한 각종 솔루션 및 이동수단 서비스 시장만 해도 2,30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고, 모빌리티 산업에서의 고용 창출은 서비스 분야가 주도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친환경적이지 못하고 부품 수가 감소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자율주행차 역시 대중교통, 물류, 택배 등 서비스 분야에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자동차는 이미 스마트해지고 있고, 아직 산업 형성 초기 단계이지만 국내 자동차 업체가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에서 달성하지 못했던 경쟁우위를 전기동력·자율주행차 산업에서 확보해나가고 있으니, 이러한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면 미래차 산업 육성을 위한 산학연관의 노력이 물거품될 수도 있다. 우리 자동차 산업이 또다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정보 공유와 소통을 통한 이해, 양보, 배려와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 1) Deloitte, Future of Sales & After sales, 2019. 9.
  • 2) Alixpartners
  • 3) 미국과 캐나다 정부는 운전자들이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주행할 수 있는 Hands-free zone 도로를 10만 마일(160,000km) 이상 지정해 운용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