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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자동차 산업의 메가트렌드

임두빈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2016년을 기점으로 자동차 기업 경영진의 인식에 일대 전환이 발생했다. 과거 자동차 산업을 이끌 핵심 트렌드로 지목된 신흥국 시장의 성장, 내연기관 엔진의 다운사이징 등이 빠르게 후순위로 밀려나고 전기차와 수소차, 연결성과 디지털화, 모빌리티 생태계의 이해, 자율주행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한 것이다. 자동차의 심장과 두뇌, 거래 방식이 모두 바뀌는 미래 자동차 혁명이 진행 중이다.

자동차 심장의 변화,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전기차(HEV), 플러그인하이브리드전기차(PHEV), 배터리전기차(BEV) 등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2019년 500만 대를 넘어섰다. 이 중 배터리전기차의 판매량은 153만 대로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51%로 급성장했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가 연간 9,000만 대 수준임을 고려하면, 그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나 폭발적인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특히 2020년 7월, 테슬라는 나스닥에 상장된 지 불과 10년 만에 자동차 기업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이는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감을 나타낸 것으로 위기감을 느낀 기존 자동차 기업들도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2025년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출시계획을 모두 합하면 3,87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전 세계에서 운행되는 전기차가 약 1억 2,5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와 함께 수소차도 주목받고 있다. 2019년 수소차의 전 세계 판매량은 7,000여 대에 불과하지만 전기차 대비 긴 주행거리와 짧은 충전시간, 수소 사회를 향한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 등에 힘입어 점차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 산업을 이끌 핵심 트렌드

  1. 52% 배터리전기차(BEV)
  2. 50% 연결성(Connectivity) 및 디지털화(Digitalization)
  3. 49% 수소전기차(FCEV)
  4. 47% 하이브리드전기차(HEV)
  5. 46% 이머징 시장의 성장
  6. 45% 모빌리티 생태계에 대한 이해
  7. 43% 모빌리티서비스(Mobility-as-a-Service)
  8. 41% 자율주행 차량
  9. 41% 빅데이터를 활용한 가치 창출
  10. 41% 생산 플랫폼과 모듈의 표준화
  11. 37% 내연기관 엔진의 다운사이징
  12. 34% 서유럽에서의 생산합리화
  13. OEM 캡티브(Captive) 금융 및 리스
  14. 혁신적인 자동차 디자인 콘셉트

자료 : KPMG, ‘Global Automotive Executive Survey 2020’

* 퍼센트는 해당 트렌드를 ‘매우 중요함’으로 평가한 경영진의 비율

** 그래프 왼쪽의 숫자는 각 연도별 트렌드의 성장 레벨을 나타냄. #1이 가장 높고, 숫자가 높아질수록 낮은 단계를 뜻함

자동차 두뇌의 변화, 자율주행

전기차의 확산과 함께 자율주행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자율주행의 경우 구글, 인텔, 바이두 등 IT기업들이 적극 뛰어들고 있다. 자율주행의 핵심은 실시간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고, 이는 IT기업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자동차가 점점 움직이는 디지털 기계로 변하면서 IT기업들은 모바일 혁명에 이은 자동차 혁명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자율주행 개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평가받는 기업은 구글이다. 2009년 자율주행 개발을 발표한 구글은 현재 최장거리의 시범운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2016년 자율주행차 개발부서를 웨이모(Waymo)로 분사하여 본격적인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IT기업보다 소프트웨어 기술에서 다소 열위에 있는 자동차 기업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을 진행하거나 합작회사 설립, 전략적 제휴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은 자율주행 기술기업 크루즈오토메이션을 인수했고, 포드는 폭스바겐과 함께 인공지능(AI) 플랫폼 기업 아르고AI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 현대차그룹도 앱티브와 합작하여 자율주행기술 전문기업인 모셔널(Motional)을 설립했다. IT기업과 자동차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가속되면서 각 기업들이 발표한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계는 2022년으로 맞춰져 있다. 그러나 기술적 도달에 맞춰 자율주행차의 출시가 이루어져도 대중화 시기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제도 수립과 소비자 인식 전환 등 기술 외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부분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거래 방식의 변화, 모빌리티 서비스

2020년 11월 현재 우버의 시가총액은 약 84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완성차 업체인 GM, 포드의 시가총액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놀라운 점은 우버가 차량호출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10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공유경제와 차량 공유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버의 플랫폼 비즈니스가 각광받는 이유는 단순히 ‘사람의 이동’에 국한된 것이 아닌,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로의 확장성을 갖기 때문이다. 우버는 생필품 구매를 대행해주는 ‘우버코너스토어’, 음식을 배달해주는 ‘우버이츠’,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러시’ 등 모빌리티 플랫폼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차량 공유 매출은 급감했지만 우버이츠 등 배달사업은 오히려 크게 성장하고 있다. 모빌리티를 이용한 플랫폼 비즈니스는 최근 그 영역이 공중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버는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우버에어’라는 항공택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자동차 기업을 넘어 종합 모빌리티 기업을 표방하는 것은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에서 모빌리티 서비스로 비즈니스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자동차 혁명은 친환경차,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로 대변된다. 이 중에서 단 한 가지 변화만으로도 기존 질서의 붕괴를 가져올 만큼 파괴력이 강한데, 현재 이러한 세 가지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는 전기동력의 자율주행차를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로 제공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전 세계에 예기치 않게 찾아온 코로나19로 환경보호와 사회적 안전망이 중요해지고, 비대면 디지털 시대가 앞당겨지면서 미래 자동차 패러다임의 변화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 기업들과 정부의 선제적이고 민첩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