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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위한 혁신기술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한국혁신학회 회장,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온실가스 배출 증대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대응정책은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와 에너지 절약이었다. 이들은 이를 기술개발 육성을 통해 성취하려 하였는데, 기존 기술로는 경제도 살리면서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유럽은 최근 기술개발에 성공하면서 이제 탄소국경세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다. 자국 산업 보호 측면이 있어서 국내 기업은 무서운 무역장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대 이후 온실가스 저감 및 처리 기술로 가장 각광받은 기술 두 가지는 재생에너지와 탄소의 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이다. 특히 CCS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면서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이미 21세기프론티어연구개발사업으로 기술개발을 시작했으며 활용(Utilization)을 추가, CCSU로 확대해 십수 년간 상용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울릉분지에서 생산 중인 국산 천연가스의 생산이 끝나면 여기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실증연구가 기획 중이다. 발전소, 정유사, 석유화학사 등 온실가스 배출산업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적용대상이 많아 투자처 확보도 손쉽다는 장점이 있다. CCS 기술은 파이넥스 공법에 적합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파이넥스(FINEX)는 포스코가 1992년 지멘스VAI와 공동으로 개발에 착수해 2007년 상용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한국산 친환경 제철기술이다. 가루 상태의 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을 사용할 수 있어 용광로 공법과 비교할 때 소결 및 코크스 공정 등 전처리 공정을 없앨 수 있다. 이로 인하여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및 먼지 발생량이 크게 줄어들고 원가 절약도 가능한 혁신공법이다. 포스코는 1990년부터 기술개발을 시작해 1조600억 원을 투자했으며 2007년 4월에 상용화에 성공하였다. 이는 20세기 환경친화적 기술개발의 추세에 따라 국내 연구진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기술 중 단연 으뜸이다. 특히 환경오염 저감은 몰론 경제성도 향상시켜 상용화는 물론 기술의 해외수출 전망도 밝다.
재생에너지는 연구개발과 상용화 단계를 넘어 설비투자가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반면, CCS는 소규모의 설비투자만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성이 아직 확보되지 않은 탓이다. 파이넥스에 이어 새로이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수소환원제철기술이나 수소 기반 시멘트 소성기술 등도 경제성 있는 기술의 확보가 주요 이슈다. 우리가 기술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경제성을 확보하더라도 국제적인 표준에 들어야 하는 장벽이 있다. 탄소국경세 이전에 국제표준의 문제로 이미 무역장벽화한 건이 있는데 바로 전자산업의 삼불화질소(NF3), 수소불화올레핀(HFO) 건이다. 우리나라의 전자산업은 공정과 냉매 등으로 다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에 국내 전자산업은 일찍이 NF3 등으로 대체하고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노력을 인정받았는데, 선진국들이 미국회사 듀폰이 개발해 특허를 가지고 있는 HFO 계열로 대체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 또한 국내 회사에 HFO를 라이선스 받고 생산하라고 요청하였다.
이는 단순한 국산 기술, 혁신기술 개발 차원의 노력이 아닌, 전략적인 제휴를 동반하는 기술개발 계획과 정책이 필요함을 알려주고 있다. 탄소국경세의 도입은 더욱 강한 전략적 기술개발 접근법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기술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탄소국경세 관련 협약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