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Issue

탄소중립이 만든 글로벌 경제질서 전망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국무총리 그린뉴딜 특별보좌관

2021년 세계의 핵심 키워드는 탄소중립이다. 파리협정 시행 원년으로 유럽연합(EU), 미국, 한국, 중국, 일본은 ‘탄소중립’을 목표로 실행체계 구축에 들어갔다. 탄소중립은 석탄, 석유, 가스와 같은 화석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산업, 건물, 수송, 에너지 체계의 구축을 의미한다. 화석에너지를 기반으로 형성된 세계경제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이제 누가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가에서 누가 재생에너지와 순환경제를 기반으로 온실가스 배출 없이 질 좋은 상품을 생산하는지를 경쟁하게 되었다.

2019년 12월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한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왼쪽).
그는 전날 정상회의에서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에 대해 회원국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정책 전망

유럽연합(EU)은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그린딜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유엔 연설에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국가인 중국의 탄소중립 선언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하는 날 파리협정 재가입과 캐나다와 미국을 송유관으로 연결해 원유를 수송하는 키스톤 XL 파이프라인 건설을 취소함으로써 향후 미국이 기후위기 대응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 국무장관인 존 케리를 기후특사로 임명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참가하도록 해 기후위기를 국가안보급 문제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청정에너지’와 ‘환경정의’에 집중하는 한편 임기 동안 집행 메커니즘 마련, 청정에너지와 기후기술 연구투자 혁신, 기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에 청정에너지 우선 투자를 통한 일자리를 약속했다.
탄소중립을 구체적으로 제도화한 나라는 영국이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4억6,000만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으로 1990년 7억9,000만tCO2eq 대비 42% 줄였다. 주로 전력 분야에서 석탄발전 비중을 낮춰 이룬 성과다. 영국 의회는 2019년 6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명시한 법안을 제정했고, 전력·가스시장규제청(Ofgem)은 탈탄 소화 행동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수송·난방 전기화, 청정에너지 확대, 국민에게 투명한 비용 부과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영국의 기후변화위원회는 탄소중립에 연간 74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기후변화혁신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2021년은 미국, 일본, 한국, 중국 등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들이 로드맵과 법제도 기반 구축, 에너지 믹스 목표 재설정을 구체화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 출범과 탄소중립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5월 30~31일 한국에서 열리는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담을 계기로 탄소중립을 위한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정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전망한다.

탄소국경조정을 포함한 주요국 탄소 규제 동향

EU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1990년 대비 40%에서 55%로 상향하면서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탄소국경조정은 EU가 역내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그 상품의 생산과정에서 배출한 탄소에 비용을 부과하는 것으로 산업경쟁력 유지와 탄소누출 방지를 목표로 한다.

국가별 탄소중립 정책 및 전력부문 달성방안

국가별 탄소중립 정책 및 전력부문 달성방안

국가별 탄소중립 정책 및 전력부문 달성방안
국가 총배출량 (mtCO 2eq) 탄소중립 관련 법제 및 시책 전력부문 달성 방법 재생 비중 2050 전원 구성
1990 2018 증감률 2018→2050 ■ 석탄 ■ 가스 ■ 원전 ■ 재생
영 국 794 (13.9톤/인) 462 (6.9톤/인) -42% • 기후변화법(2019년 개정) • 탈탄소화 행동계획(Ofgem) • 2025년 탈석탄, 원전 유지 • 탄소 포집·저장 보급 35% ↓ 50% 재생: 50%, 가스+원전: 50%
독 일 1,252 (15.8톤/인) 858 (10.3톤/인) -31% • 유럽기후법(입법 중) • 유럽 그린딜(EU) • 2022년 탈원전, 2038년 탈석탄 • 태양광/풍력/수소 확대 40% ↓ 85% 재생: 85%, 가스: 15%
미 국 6,437 (25.7톤/인) 6,677 (20.4톤/인) +4% • 추진 예정 •2035년 탈석탄, 청정에너지 (차세대 원전 개발·보급) 18% ↓ 80%(2035) 재생: 80%, 가스: 10%, 원전: 10%
일 본 1,164 (9.4톤/인) 1,138 (8.1톤/인) -2% • 추진 예정 • 해상풍력 10GW 증설 • 그린 수소 등 대안 모색 • 탈원전·탈석탄 입장 없음 21% ↓ 78% 재생: 78%, 원전: 22%
한 국 292 (6.8톤/인) 728 (14.1톤/인) +149% • 추진 예정 (2021년 법제화 계획) • 재생에너지·수소 확대 • 석탄발전 비중 감축 6% ↓ 60%*
*LEDS 검토 1안
재생: 60%, 미정: 36%, 석탄 4%

자료: KEMRI 전력경제 REVIEW 제1호(한전경영연구원, 2020.1.1)
※ 석탄·가스에 CCS 적용, 재생에너지에 수력, 바이오/폐기물, 수소 발전량 포함

바이든 대통령도 2025년 탄소국경세 또는 탄소국경조정요금제도 도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집약적 상품에 대해 탄소관세, 부과금, 쿼터 등을 시행하고, 파리협정목표 달성을 교역국과의 무역협정 조건으로 설정한다는 것이다. 2020년 한국의 수출액 2위 국가는 미국으로 미국의 기후규제가 강해지면 수출기업들의 부담은 커질 것이다. 존 케리 기후대사도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주요 정책으로 탄소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도 탄소세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도 기후규제를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30년 만에 해외시장 중심의 경제발전모델에서 내수에 집중하는 모델로 성장전략을 전환했다. 중국은 2월 1일부터 ‘탄소배출권거래 관리방법’ 시행에 들어간다. 중국은 2017년 말부터 베이징, 상하이 등 7개 지역에 국가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시범 운영해왔는데, 이를 전국 단위 시장으로 확대한다. 현재 철강, 발전, 시멘트 등 20개 이상 업종의 3,000여 개 기업이 이 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탄소중립 선언 이후 중국은 배출권거래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고, 앞으로 탄소시장이 본격화된다. 2020년 한 해 중국에서는 풍력 72GW, 태양광 48GW 설비가 늘어나 연간 100GW 이상으로 신재생 설비용량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신재생 설비용량이 2020년 기준 20.1GW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 12월 12일(현지시간) 유엔 기후목표정상회의(CAS) 온라인 화상연설에서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5% 이상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국경조정을 둘러싼 국가별 입장과 이해관계

EU의 탄소국경조정에 가장 민감한 국가는 러시아다. 러시아는 상품의 46%를 유럽으로 수출한다. 글로벌 세무·회계 컨설팅 기업 KPMG는 탄소국경조정 도입 시 러시아 산업은 연간 50억 유로(6조 6,756억 원)의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막심 레셰트니코프 러시아 경제개발부 장관은 EU가 기후의제로 새로운 장벽을 만드는 것에 극도의 우려를 표했다. 탄소국경조정이 WTO 규칙 위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대외적으로는 비판하면서 내부적으로는 관련 산업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전 러시아 경제부총리를 지낸 러시아 대형바이오펀드 ‘러스나노’의 아나톨리 추바이스 회장은 오히려 러시아 정부가 탄소세를 도입해 자국 내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탄소국경조정에 대응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그린피스가 회계법인 EY한영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EU와 미국, 중국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2023년께 철강·석유·전자·자동차 등 국내 주요 업종에서만 연간 5억3,0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30년에는 관세로만 지급해야 하는 금액이 16억3,000만 달러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피스는 이 추정치는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며 탄소국경세의 영향을 크게 받을 철강과 석유화학은 소재산업이기 때문에 제조업 전체에 파급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국경조정 도입 이후의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

탄소중립 시대 세계경제는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탄소감축 기술과 경험이 있고, 재생에너지 경쟁력을 갖춘 국가가 경제를 주도할 것이다. 이전에 부담으로 여겨졌던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 기술과 산업이 경쟁력을 갖고 빛을 발휘하는 시대로 진입했다. 또한 각국의 통상·산업 정책과 에너지 정책의 연계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어떤 에너지를 사용해 산업활동을 하는가가 탄소배출량과 연결되므로 에너지 전환 없이는 무역과 경제를 지탱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EU는 개별 상품에 대해서도 탄소발자국을 통해 품목별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탄소발자국이란 제품 및 서비스의 원료채취, 생산, 수송·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적으로 나타낸 지표이다. 현재 배터리 규제 현대화 입법과정을 거치고 있다. 개정논의를 하고 있는 규정에 따르면 2024년 7월 1일부터 유럽에서 판매하는 전기차 및 산업용·휴대용 배터리는 탄소발자국을 공개해야 하고, 2027년 7월 1일부터는 탄소발자국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제품 판매를 금지한다. 한국의 배터리 생산 기업도 이 규정을 따라야 수출할 수 있다. EU는 자동차 배출 규제 상향, 플라스틱세 신설 등도 진행할 계획이다.
변화하는 세계에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준비를 해야 한다. 첫째, 개별기업이 탄소국경조정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에너지 탄소집약도를 낮춰야 한다. 2019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7억280만tCO2eq으로 파리협정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목표 배출량을 초과한 이유는 단위생산량과 인구는 줄었지만, 에너지집약도와 탄소집약도가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전력 중 석탄발전 비중을 낮추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해상풍력과 그린수소, 스마트 그리드를 연계한 전력망 운영에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둘째, 상품생산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과 보고, 검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EU를 중심으로 상품에 내재된 온실가스 증빙, 즉 탄소발자국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출범할 2050탄소중립위원회에서 탄소국경조정을 포함한 탄소중립 시대의 통상·산업 대책을 전담하는 체계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셋째, 국내 탄소세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EU와 미국이 탄소국경세를 도입해 시행하면 우리 기업이 EU와 미국에 탄소배출 비용을 내는 것이다. 어차피 탄소비용을 내야 한다면 국내에서 내고, 늘어난 세수를 국내 탈탄소 기술과 산업 지원에 투입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러시아에서 탄소세 도입 주장이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EU, 미국, 중국의 탄소중립은 배경이 있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기술과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세계 1위, 전기자동차 보급 1위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시기에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으며, 그리드패리티(화력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 원가가 같아지는 시점)를 넘어 재생에너지가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재생에너지 비중 최하위에다가 교역에 내재한 탄소 순수출국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상품에 이산화탄소 4,800만 톤을 담아 세계로 수출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경제사회 전환 정책이 속도를 내면서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표준이 등장했다. 앞으로 세계 통상을 좌지우지할 주요 흐름으로 대비책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도 온실가스 감축이 비용이라는 기존 생각에서 벗어나 자체 탄소발자국을 관리하면서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탄소 정책 제도화를 요구하고 나서야 한다. 성큼 다가온 탈탄소 경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탄소 기반 에너지시스템에서 과감히 탈출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이 뒤처져 있기에 세계의 속도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집중적인 자원투입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U 탄소국경조정에 따른 국내 전략 제안

EU 탄소국경조정에 따른 국내 전략 제안

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전환
• 탈탄소 전력믹스
• 에너지효율 개선
•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 기업 RE100* 가입 확대
탄소발자국 측정 검증 시스템 구축
• 상품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시스템 구축
• 배출권 거래시장 기능 강화
• 세계 탄소시장 확대 대비
탄소세 도입
• 징벌적 탄소국경조정 비용을 해외에 지급하는 것보다 국내 탄소세 도입으로 탄소저감 기술과 산업 지원에 활용
* RE 100: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 기업이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캠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