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USMCA #니어쇼어링

제1의 중남미 교역 대상국,
멕시코

멕시코는 한반도의 약 9배에 해당하는 국토를 가진 나라로, 인구는 2020년 기준 약 1억3,000만 명에 달한다. 중남미에서 가장 개방적인 통상정책을 운영하며 50개국과 13개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 넓은 FTA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멕시코는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는다. 양국은 경제규모와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해 국제무대에서 주요 중견국으로서 여러 국제 현안에 대해 비교적 유사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승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 부연구위원

usmca 발효
비교적 건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거시경제지표

2021년 들어 물가상승이 본격화되자 멕시코는 경기침체 속 경기부양 수단으로 선택했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으로 전환했다. 경기회복과 물가상승 압력 속에서 본격적으로 긴축정책이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2022년 1분기 물가상승 추세는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가 멕시코의 물가상승 추세와 경기회복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지켜봐야 한다.
멕시코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비교적 건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왔던 중남미 주요국 대부분의 재정정책 방향이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재정지출로 전환된 반면, 멕시코는 재정투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다. 이에 따라 역내 주요국과는 달리 멕시코의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커지지 않았다.
멕시코 경제는 지리적 요인과 1994년 발효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영향으로 미국 경제와 높은 상호의존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멕시코의 경기 흐름은 미국의 경기 흐름과 상당 부분 연동돼 있는 모습을 보인다. 멕시코의 이러한 대미 의존성은 2020년 7월 발효한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으로 인해 더욱 강화됐다. 이에 따라 향후 멕시코의 경기회복 여부를 점치기 위해서는 미국의 경기회복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니어쇼어링 수혜국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멕시코

미국 기업의 니어쇼어링 움직임이 본격화될 경우 중남미에서 가장 유력한 수혜 국가는 멕시코가 될 것이다. 많은 기업이 미·중 갈등의 심화와 코로나19의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탄력성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니어쇼어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파트너로 멕시코를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9월 개최된 미국과 멕시코 간 고위급 경제 대화(U.S.-Mexico High-Level Economic Dialogue)에서 양자 간 공급망 실무 그룹이 마련됐다.
하지만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 정부 출범 이후 일부 경제부문에서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국제적 평가는 미국과의 공급망 강화 노력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에너지 부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민족주의적 담론을 즐겨 사용하는 AMLO 정부는 에너지 민족주의를 외치며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이 집권 이후 2013년부터 진행해왔던 에너지개혁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에너지 가격 왜곡과 투자환경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는 해외직접투자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 예산 324 억 달러
한·멕시코 FTA 협상 재개

우리나라와 멕시코가 교역부문에서 보이고 있는 비교적 높은 상호 의존도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FTA가 부재하다. 지금까지는 멕시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FTA 협상이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 멕시코의 이러한 태도는 무역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와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국내 산업계의 반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는 한·멕시코 FTA 협상 재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양국 정부는 지난 3월 FTA 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우리나라가 멕시코와의 FTA 체결로 얻는 이점은 다양하다. 첫째, 우리나라의 대(對)멕시코 상품 및 서비스 수출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미국의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진 멕시코와 공급망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나 태평양동맹(PA) 준회원국 가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2년 7월부터 자체 개발 백신 사용 목표
낮은 코로나19 백신 접종률과 높은 치명률

멕시코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022년 3월 22일 기준 약 563만 명이다. 오미크론 확산의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신규 확진자 수는 크게 늘어났으며, 1월에는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1만 명에 달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32만여 명이다. 치명률이 5.7%에 달할 정도로 높은데, 이는 중남미에서 가장 높은 치명률을 기록하고 있는 페루에 비해 약 0.3%p 낮은 수치다. 멕시코의 높은 코로나19 치명률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부진한 백신 접종률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3월 22일 기준 1차 접종을 마친 인구는 멕시코 전체 인구의 66%를 밑돌며, 2차 접종까지 마친 인구는 전체 인구의 61% 수준으로 나타났다.

2014년 직선제 채택
21세기 이후 민주주의 체제로의 이행

멕시코에서는 2000년 국민행동당(PAN)의 비센테 폭스 케사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70여 년간 계속돼온 제도혁명당(PRI)의 권위주의적 일당 통치체제가 마감됐다. 정권교체로 비로소 민주주의 이행이 완료된 것이다. 21세기 들어 멕시코의 민주주의 체제는 일부 중남미 국가들에서 발생한 권위주의 체제로의 재이행을 우려할 필요가 없을 만큼 비교적 흔들림 없이 이어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의 민주주의에 여러 결점이 존재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멕시코의 공공부문에서는 부정부패가 만연하며, 일반 국민이 조직범죄에 빈번하게 노출될 정도로 거버넌스 수준이 낮다. 언론의 자유 역시 낮은 거버넌스 수준으로 인해 크게 위협받아왔다. 언론자유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언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는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멕시코를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로 꼽았다. 민주주의 체제는 유지되고 있지만 민주주의 공고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현지인터뷰
권준섭 멕시코시티무역관 부관장
Q 멕시코 진출 기업이 꼭 알아야 할 현지 관행이나 주의사항을 말씀해주세요.

A 멕시코 정부는 노동자 처우개선과 복지향상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이익공유제(PTU)’와 ‘아웃소싱 금지조항’이다. PTU는 멕시코 헌법과 노동법에 보장된 기본권리 중 하나로서 당해연도 세전이익의 10%를 근로자에게 배당·성과금 형태로 지급해야 할 의무를 말한다. 2021년 노동법 개정을 통해 발효한 아웃소싱 금지조항은 필수직무에 대한 외부 하청을 금지함으로써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조치다. 이들 모두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비용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현지진출에 앞서 철저한 사전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Q 멕시코에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제품이나 진출 유망 산업군을 소개해주세요.

A 멕시코는 중남미 다른 나라와 달리 생산 인프라가 잘 갖춰진 제조강국 중 하나다. 천혜의 입지, 우수한 인적자본, 경쟁력 있는 임금의 3박자가 잘 맞아떨어진 까닭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멕시코 수출물량은 자동차부품·철강·디스플레이 등 생산공정에 필요한 품목 위주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K화장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고령인구·만성질환자 급증에 따른 각종 복제약과 개량신약도 진출 유망분야 중 하나다. 중장기적으로는 공장설비 자동화 또는 무인화 수요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비즈니스 에티켓
이것만은 꼭 알아두세요

고맥락 문화, “Yes”는 “Yes”가 아니다
멕시코는 의사소통 시 문맥(정황)과 제스처 등 비언어적 신호에 의존하는 고맥락 문화권에 속한다. 멕시코인은 완곡하게 돌려 표현하는 방식을 선호하며, 그들에게 상대방의 호의나 부탁을 면전에서 거절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위로 간주된다. 따라서 거래 상대방의 Yes가 실제 수락의 의미인지, 예의상 건넨 말인지 구분해낼 필요가 있다.

확장된 시간개념, “지금”은 “지금”이 아니다
멕시코에서 시간은 탄력적이고 융통성 있는 개념이다. 약속은 서로의 의사와 호의를 확인하는 과정이며, 약간의 지각은 결례가 되지 않는다. 비즈니스 상담이나 면담도 20~30분 지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자가 아닌 문맥을, 숫자가 아닌 의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색깔과 뉘앙스, “강조”는 “강조”가 아니다
비즈니스 파트너와 이메일 교신 시 중요사항을 강조하기 위해 색깔(붉은색)을 달리하고 볼드체, 밑줄효과를 넣을 때가 많다. 하지만 멕시코인은 텍스트 전체를 읽고 문맥을 파악하는 데 익숙하므로 굳이 색깔이나 밑줄 등 효과를 넣을 필요는 없다.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텍스트로 정중하게 풀어쓰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호칭의 미학, “학사님”
멕시코에서 호칭은 배려와 존중 외에도 사회적 지위를 나타낸다. 취득 학위에 따라 인문학사(Licenciado), 공학사(Ingeniero), 석/박사(Maestro, Doctor) 등의 호칭을 사용한다. 상대방의 명함이나 메일에 이 같은 호칭이 명기돼 있다면 이를 강조해서 불러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