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_치료제 #의약품_특허_분쟁

팬데믹 시대, 의약품 특허 분쟁이 주는 교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벌써 3년째 일상을 크게 제약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의 마침표를 기대하는 건 다소 지나친 희망일 수 있겠고, 대신 풍토병화를 의미하는 엔데믹(endemic)을 대비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백신과 치료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과거 유럽과 캐나다 간 의약품 특허 분쟁이 주는 시사점은 특별하다.

박정준 강남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코로나19는 질병이다. 바로 그 질병이 또 다른 질병인 홍역을 앓았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특허권(지식재산권) 유예 논의 과정을 비유한 말이다. 전 세계는 사실상 코로나19의 유일한 대응책인 백신 개발 및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미국·독일·영국·중국·러시아 등 소수 국가를 중심으로 빠른 백신 개발에 성공했지만 공급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당연한 경제적 논리로 자본력 우위에 근거해 선진국, 강대국 중심으로 백신이 선점되다 보니 개도국에 대한 백신 불평등이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동시다발적으로 그 대상을 가리지 않는 팬데믹 특성을 고려하면 결코 이상적이지 않았다. 개도국을 중심으로 세계무역기구(WTO)에 백신 특허에 대한 일시적 유예 요구가 나온 배경이다. 물론 특허권자들과 엇갈린 이해관계 속 첨예한 대립 끝에 아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법을 지켜도 문제가 된다?

캐나다 국내법상 특허법(Patent Act)은 캐나다 법이 요구하는 정보를 개발하거나 제출하기 위한 경우에 한해서라면 그 누구라도 특허로 보호되는 발명을 제조·구성·사용·판매해도 특허권 침해가 아니며, 특허권 종료 후의 판매 목적으로 보호기간 내 해당 물품을 생산 및 보관하는 행위 역시 특허권 침해가 아니라고 명문화하고 있었다.
위 캐나다 법을 오리지널과 제네릭(복제약) 의약품에 대입해보면 개인이 제네릭 생산과 판매를 미리 고려해 오리지널의 특허권 보호기간 내에라도 대량으로 제네릭을 생산, 보관해두고 오리지널의 특허권 보호가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이에 대한 판매를 개시해도 캐나다 특허법상 위반이 아니게 된다. 보통 최대 12년까지 걸리는 제네릭 개발기간을 특허권 보호기간 내부터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제네릭 생산업자에게 매우 유리한 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캐나다 특허법이 WTO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유럽은 1997년 12월 캐나다를 제소하기에 이른다.

특허권 보호 중요성 인정한 WTO

캐나다 특허법이 WTO의 ‘무역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에 따라 특허권자의 배타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사실은 제소국(유럽)과 피소국(캐나다)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동 협정 제30조(허여된 권리에 대한 예외)를 통해 캐나다의 국내법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WTO 1심 재판의 주요 쟁점이었다. 단 동 조항을 통한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예외가 ①제한적이어야 하고 ②특허권의 정상적 이용이 불합리하게 저촉되지 아니하며 ③특허권자의 정당한 이익이 불합리하게 저해돼선 안 된다.
문제는 캐나다 특허법에 따른다면 제네릭 대량생산 및 보관이 그 예외성을 인정해줄 정도로 충분히 제한적이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는 생산량에 대한 제한 등이 없어 예외 인정을 위한 첫 번째 조건부터 만족시키지 못해 WTO는 유럽의 이의 제기가 타당하다고 해석하며 유럽의 손을 들어줬다.

TRIPs: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의 줄임말.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으로 특허권· 의장권·상표권·저작권등 지식재산권에 관한 다자간 규범을 말한다.
팬데믹 장기화 속 다가오는 WTO MC12

코로나19로 이미 두 차례나 연기됐던 제12차 WTO 각료회의(MC12)가 오는 6월에 개최될 예정이다. 팬데믹이 여전한 상황에서 전언한 백신 특허 일시유예 논의 역시 주요 의제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백신 특허에 대한 WTO의 기본적 입장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의 국제협력 도모와 이에 대한 지지로 앞서 소개한 판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역시 백신 수입국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환영할 수 있는 대목도 있지만 코로나19가 엔데믹화 된다면 어느 순간 우리 역시 백신과 치료제 수출국이 될 수 있다. 특허 의약품의 수입국일 때와 수출국일 때는 그 입장이 180도 달라질 것이다. 1998년 유럽과 캐나다 간 의약품 특허 분쟁 사례와 2022년 MC12에서의 특허권 유예 논의에 대한 관심과 학습이 필요한 이유다.

유럽·캐나다 간 의약품 특허 분쟁(DS114 사건)1)

  1. 1995.1.1 : WTO TRIPs 발효
  2. 1997.12 : 유럽, 캐나다를 WTO에 제소
  3. 1999.2 : WTO 패널 설치
  4. 2000.4 : 유럽, WTO 분쟁 최종 승소
  5. 2000.10 : 캐나다, WTO 판결 이행 확인
1) DS114: Canada - Patent Protection of Pharmaceutical Products(WTO 홈페이지)

자료 :『WTO 통상분쟁 판례해설(2)』(김승호, 법영사), 「워싱턴 통상정보(No.705)」 (한국무역협회 워싱턴지부) 및 인터넷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