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2년 차가 되는 해이자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받고 향후 통상정책의 향방이 결정되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인플레이션, 오미크론 확산, 미·중 갈등 지속 등 대내외적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어떤 통상정책을 추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러한 상황하에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1일 ‘2022년 통상정책의제(Trade Policy Agenda)’를 발표했다.
글 박선민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연구위원 사진한경DB
미국무역대표부는 1974년 무역법 163조에 근거해 ‘무역협정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 대통령의 통상정책의제 및 전년도 연례보고서’를 매년 2~3월에 발표하고, 의회에 제출한다. 미국은 2022년 발표한 통상정책의제(Trade Policy Agenda)를 통해 노동자, 환경, 불평등 해소, 공정한 경쟁 등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5대 통상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무역협정 이행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강제노동 대응을 위한 통상전략 개발, 다자 및 양자 간 접근을 통한 노동자 중심의 무역규범을 주도할 계획이다. 특히 노동 관련 새로운 집행수단인 신속대응메커니즘(RRM) 등을 포함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효과적 집행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신속대응메커니즘(Rapid Response Mechanism)은 근로자의 단결 및 교섭권이 침해되고 있는 멕시코의 특정 시설을 겨냥해 신속히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집행수단이다.
또한 철강 및 알루미늄 산업의 과잉설비 완화, 불법 어업행위 및 플라스틱 오염으로부터 해양생태계를 보호하는 등 환경보호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미 농산물 수출확대를 지원하고 범정부 공급망무역 태스크포스(TF) 운영을 통해 불공정 무역관행 식별과 핵심 공급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과의 경쟁은 공정해야 하지만 중국은 불공정하고 비경쟁적 관행을 통해 시장을 왜곡하고 미국 및 동맹국들의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미국은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중국에 대응할 예정이며. 특히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특히 신장위구르자치구 지역을 중심으로 한 강제노동 문제는 반인륜적이며 강한 제재가 필요함을 밝혔다.
단 성급한 대응은 오히려 역효과를 야기하기 때문에 보다 포괄적이며 신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중산층 확대, 불평등 해소, 기후·환경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무역 파트너, 다국적 기구 및 협의체들과의 관계를 확대하고 지속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할 것이다. IPEF를 출범시키고 세계무역기구(WTO)의 개혁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세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노력하며 유럽연합(EU)과 일본, 한국 등과의 양자 협정의 안정적 운영에도 힘쓸 것이다.
구분 |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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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EF | 노동 기준 확보, 친환경, 디지털 협력, 식품 및 농업, 투명성 확보 등을 아우르는 경제적 협의체 출범 |
WTO | •WTO 개혁(투명성, WTO 이행 노력 제고, 경제의 불공정성 개선)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 면제는 2022년 재추진 •12차 각료회의에서 개혁안 논의 |
OECD | OECD 디지털세 합의가 성공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지속 |
양자 협정 | EU : 항공기 분쟁 종료 성과, 무역기술위원회(TTC) 운영 일본 : 미·일 통상협력(US-Japan Partnership on Trade) 운영 한국 : 한·미FTA 노동·환경위원회 개최 대만 : 미국산 쇠고기 및 돼지고기에 대한 무역장벽, 저작권법 등 논의 싱가포르 : 환경·노동·디지털무역·공급망·지식재산권 등 논의 |
미국의 교역상대국들이 ‘미국 기준(American Standard)’을 충족하도록 하고 기존 무역수단을 점검함과 동시에 필요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USMCA의 성공적 운영이 2022년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미국 무역 파트너들의 관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무역협정에 따라 수립된 기준의 충족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미국 노동자들이 공평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현재의 무역협정 방식들을 재평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새로운 접근법을 도입할 것이다. 또한 적절한 제재수단을 통해 자국 시장을 보호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작년 미 국무부는 베트남의 통화 정책 및 관행에 대해 301조 조사를 실시했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SK이노베이션이 리튬이온배터리 제품에 대해 LG화학의 영업비밀 침해가 있었다고 판결했다.
통상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데 있어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가치인 인종·성별 형평(equity), 소외된 지역 지원, 노동자 중심 등을 우선순위로 반영하기 위해 의회 및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무역수지 적자 해소, 보호무역주의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트럼프 행정부만큼은 무역·통상 정책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올해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8.5% 올라 40년 만에 최대폭의 상승을 겪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 이미 취임 전부터 선(先)경제재건, 후(後)무역협정의 방향성을 제시한 바이든 대통령은 통상정책보다는 자국 내 경쟁력 강화와 경제 정상화를 더욱 우선시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지금까지의 통상정책을 살펴보면 우선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이어진 대(對)중국 견제 기조는 유지하되 보다 신중한 접근을 택했음을 알 수 있다. 통상법 301조에 의한 추가관세는 아직 유지하고 있으며 인권 이슈 대응, 화웨이 등 중국 기업 제재, 패키지 법안 추진(USICA, COMPETES Act) 등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12월 종료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추가수입 2,000억 달러 미달성)에 대해서는 양측의 공식 입장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 만약 미국이 공식적 문제제기를 한다면 적극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감수해야 하는데, 현재의 고(高)인플레이션 환경에서는 추가관세 부과를 통한 보복조치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면 통상법 301조에 의한 대중 추가관세는 확실한 명분이 없으면 종료하기 어려운 선택적 딜레마에도 직면해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견제 기조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동맹국들과의 협력체제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올해 2월 백악관에서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Indo Pacific Strategy) 보고서’에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를 인태 핵심전략 중 하나로 언급했다. IPEF는 무역, 공급망, 노동·환경, 디지털 경제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협의체이며 이를 통해 미국의 가치를 공유하는 지역 내 동맹국들과 함께 협력할 것임을 표명했다.
IPEF는 2021년 10월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한 이후 동맹국들과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우리 정부도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IPEF는 아직 구체적 의제와 실행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초기 단계로 향후 지속적인 논의와 협상 과정이 있을 것이다. 미 정부는 5월 중 공식적 논의를 출범시킬 계획이며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앞서 구체적 의제 도출 등 가시적 진전이 가능토록 역량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앞서 언급한 패키지 법안 역시 정책적 우선순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첨단산업 육성 및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상원과 하원은 각각 유사 법안인 USICA(미국 혁신경쟁법안, United State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 및 COMPETES Act(미국 경쟁법안, The America COMPETES Act)를 발의했고 현재 법안 조정을 위한 양원협의위원회(conference committee)에서 최후 조정법안(reconciled bill)을 협의 중이다. 5월 30일 메모리얼데이 이전에 조정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패키지 법안들 중 반도체산업 육성 법안 ‘CHIPS(Chips for America) Act’를 통해 삼성전자 등 대미투자 기업들에게도 수혜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품목 | 2020년 추가수입액 | 2021년 추가수입액 | 2년 총 추가수입액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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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 공산품 | 32.9 | 44.8 | 77.7 | |||
농산물 | 12.5 | 19.5 | 32.0 | ||||
에너지 | 18.5 | 33.9 | 52.4 | ||||
서비스 | 서비스 | 12.8 | 25.1 | 37.9 | |||
합계 | 76.7 | 123.3 | 200.0 |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출처 : USTR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는 제19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2021년 3월 18일 임명됐다. 중국어에 능통한 대만계 미국인으로 USTR 대표로서는 최초의 아시아계이자 유색 여성이다. 미·중 관계가 한창 험악한 시기에 임명됐기에 바이든 행정부의 파격적 인사 기용으로 평가받고 있다. 더군다나 상원의 만장일치(98:0. 버니 샌더스와 메이지 히로노 불참) 가결로 인준이 확정됐는데 이는 바이든 내각인사들 중 유일한 만장일치 사례다. 그만큼 타이 대표는 워싱턴가에 적(敵)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74년 코네티컷주에서 태어난 타이 대표는 예일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고 이후 통상변호사로서 커리어를 쌓아갔다. 2007년부터 USTR 법률자문실에서 근무하면서 희토류 분쟁 등 대중 무역 갈등 대응에 전면적으로 나섰고 2011년부터는 중국 대응 수석고문으로 근무했다. 2012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조치 관련 분쟁에서 미국 측 대표로 참여해 WTO에서 승소한 바 있다.
2014년부터는 하원 세입위 민주당 수석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2019년에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협상에서 강력한 노동자 보호 조항을 반영하고 노동·환경·원산지 조항을 수정해 민주당과 미국 노동조합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캐서린 타이는 USTR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도 중국 견제에 대한 긴장을 늦추지 않았으며 중국의 미·중 1단계 무역합의 미이행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다만 실질적 보복조치에 있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또한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 조치의 경우 EU·일본·영국에 저율할당관세(TRQ)로 전환하는 등 보호무역 기조를 일부 완화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타이 대표는 작년 11월 한국을 공식적으로 방문한 바 있는데, USTR 대표가 공식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한창이던 2011년 이후 10년 만이다. 방한한 타이 대표는 한·미 간 호혜적 관계를 강조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IPEF 비전에 대해서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