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초기에 강력한 중앙집권적 방역정책을 통해 코로나19 비상상황이 종료되고 경제활동을 비롯한 일상생활이 정상화되는 듯 보였다. 그런데 2022년 새해 들어서 상황이 바뀌었다. 2020년 4월 이후 줄곧 안정세를 유지해오던 중국 내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봉쇄되고 있는 중국의 도시들은 인구밀집도가 높고 경제활동이 활발한 지역으로 우리나라와도 경제적으로 교류가 활발하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이 봉쇄 조치를 당하면서 우리 경제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 허재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지역전략팀 부연구위원사진한경DB
오미크론 유행에 따른 세계적인 감염 재확산을 중국도 피할 수 없었다. 중국에서는 2022년 2월부터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더니 연일 확진자 수가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5월 28일에는 9만 4,753명까지 증가했다.1)
그러자 중국은 다시 ‘도시 봉쇄’라는 초강력 방역정책을 시행했다. 선전시와 지린성은 3월 14일부터, 랴오닝성 선양시는 3월 24일부터, 상하이시는 3월 28일부터 푸둥을 시작으로 봉쇄에 들어갔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현재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4월 말부터 확진자 수가 증가하면서 봉쇄되는 구역이 증가했다. 심지어 중국 정부는 6월 청두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하계 유니버시아드와 9월 항저우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아시안게임, 그리고 12월 광둥성 산터우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아시아청소년경기대회도 연기 또는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감염 확산에 대한 중국 정부의 우려가 상당히 심각함을 보여준다.
자료 :WHO (COVID-19) Homepage, https://covid19.who.int/region/wpro/ country/cn (2022. 6)
상하이시는 우리의 대(對)중국 서비스 투자 1위인 지역이다(약 30%, 2017~2021년 누계). 이에 따라 상하이시 전체가 봉쇄를 당하면서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현지 우리 국민 및 기업이 큰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1위인 상하이항과 세계 항공화물 물동량 3위인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이 정상 운영되지 못함에 따라 이곳을 이용하는 우리 기업들의 물류에도 악영향을 주었다.
산둥성도 우리와 경제교류가 활발한 지역인데, 우리의 대산둥성 투자는 자동차와 트레일러 제조업에 집중돼 있다. 특히 ‘와이어링 하네스’(자동차 부품)의 생산법인이 밀집해 있는데, 지난 3월 웨이하이시가 코로나19로 봉쇄되자 자동차 부품 생산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에 부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국내 자동차업계는 목표치보다 30% 낮춰 감산했다.
비록 도시 전체 봉쇄라는 극단적인 조치는 면하고 있지만 베이징에서도 감염이 지속되고 있어 부분 봉쇄 등 엄격한 방역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베이징시는 상하이시에 이어 한국의 대중국 서비스 투자가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이기에 현재와 같은 부분 봉쇄가 장기화되거나 더욱 악화될 경우 역시 도·소매 업종의 우리 기업이 가장 큰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현대자동차의 중국 생산공장 5개 중 3개가 베이징시 순의구에 위치해 있어 상황에 따라 자동차업계의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
현재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도시 봉쇄를 포함한 강력한 중앙집권적 방역정책은 ‘제로 코로나’라는 이름하에 시행되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2021년 12월 11일 국무원 합동방역기구의 기자회견에서 처음 언급됐다.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가 ‘감염 제로’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중국의 상황에서 사회적 비용이 가장 적게 들면서 사회적 효과를 가장 크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는 중국이 실시한 봉쇄와 격리 위주의 강권적 방역정책이 일정한 효과를 거두었다. 최근 재확산되고는 있지만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사용되고 있고, 코로나19도 변이를 거듭하면서 중증화율이 상당히 낮아졌다. 이렇게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여건이 바뀌면서 많은 나라가 ‘위드 코로나’ 등 융통성 있는 방역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올가을에 중국의 중요한 정치행사인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가 개최될 예정이어서, 중국 정부로서는 이때까지 감염 확산을 억제해 안정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중국인의 2차 백신 접종률은 약 87%로(6월 4일 기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이나 대부분 자체 개발한 불활성화 백신이어서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에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보다 효과가 떨어진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좀 더 강력한 방역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듯 보인다.
셋째, 중국은 인구가 많고 최근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데다 의료자원이 부족해 증상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오미크론에도 사망자나 중증환자 수가 크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중국식 방역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서구식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단기간에 전환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당분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지속하겠지만, 당대회가 끝나고 자체 개발 중인 mRNA 백신 또는 오미크론 전용 불활성화 백신이 상용화 단계로 넘어가는 등 여건이 마련되면 방역정책의 일정한 변환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크게 세 가지 점에 주목해 대응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첫째, 당분간 한·중 양국 사이의 방역체계가 크게 상이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에 대해 사전점검을 해야 한다. 특히 통상과 관련해 양국의 수출입 상품에 대한 방역절차 차이에서 오는 교역 지연이나, 기업인의 입국 절차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호주의 저촉 논란이 가중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대응 모색이 필요하다.
둘째,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재중 한국인 및 한국 기업의 고충 처리와 지원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현지 대사관 및 관련 부처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강력한 통제정책에 따라 우리 교민 및 기업들이 겪을 수 있는 기본권 침해 문제 및 손실 보상 등과 관련해 보다 섬세한 지원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셋째, 공급망 다변화 및 중국과의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정 소재 및 부품에 대한 우리 기업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중국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재확산될 경우, 이것이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제품에 대한 공급망 다변화로 민감성(sensitivity)과 취약성(vulnerability)에 대비하는 한편, 중국과 코로나19를 포함한 보건의료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리스크를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다.
류허 부총리
류허(刘鹤) 중국 부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와도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의 통상 리더다. 그는 1952년에 베이징시에서 태어났고, 중국인민대학 산업경제학과에서 경제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우리나라의 행정부에 해당하는 국무원(国务院)의 연구기관과 국가계획위원회에서 연구 및 실무를 담당했으며, 1994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국제금융·무역을 전공하여 행정학석사(MPA) 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2003년부터는 중국의 경제 분야에 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중국공산당의 중앙재경영도소조(中央财经领导小组·현재의 중앙재경위원회) 실무부서에서 부주임과 주임을 맡았고,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국무원 산하의 ‘국가발전과 개혁위원회(발개위·우리의 기재부와 비슷한 위상)’에서 부주임을 역임했다. 그리고 2017년 류허는 드디어 19차 당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선출되어 중국의 핵심 권력층 25명 안에 포함됐는데, 이때부터 국무원 부총리를 맡으며 중국을 대표해서 통상 업무를 수행해오고 있다. 류허는 그야말로 중국의 경제와 관련된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며 성장한 경제통이다.
한편 그는 1960년대에 베이징 101중학교를 다녔는데, 이때 현재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공부를 하는 동학 사이였다고 한다. 그리고 2013년 5월에 중국을 방문한 도닐런 당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에게 시진핑 국가주석이 곁에 있던 류허를 가리키며 “여기는 류허라고 하는데, 나에게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这是刘鹤,他对我非常重要。)”라고 말했다고 한다. 류허와 시진핑 사이의 오랜 인연과 함께 왜 그가 시진핑의 경제 책사라고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류허에 대해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스펜스(Michael Spence)는 “중국 실용주의의 모범”이라며 “시장을 경제를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생각하지만, 그런 메커니즘의 신봉자는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그를 중국의 래리 서머스(미 백악관의 옛 수석경제고문)라고 표현하는 등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