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는 중부유럽의 내륙국으로 유럽 중심부에 있다. 과거에는 체코슬로바키아였으나 80여 년의 연합을 청산하고 1993년 1월 체코와 슬로바키아 공화국으로 분리, 독립했다. 이 과정을 ‘벨벳 이혼’이라 부르는데 비폭력 혁명으로 공산정권을 무너뜨린 1989년의 벨벳 혁명과 같이 ‘부드러운 벨벳’처럼 두 국가가 분리했기 때문이다. 체코는 199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했고, 이후 유럽을 찾는 외국인 자본을 유치하면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국가로 탈바꿈했다.
글 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
지난 20년간 체코는 연평균 3%에 달하는 경제성장을 지속했다. 이는 EU 평균 경제성장률의 두 배를 상회하는 것으로 2000년대 EU 평균의 35%에 불과하던 소득수준이 2021년에는 70%까지 다가갔다. 오늘날 체코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6,400달러 수준으로 3만 달러 달성을 눈앞에 앞두고 있다.
체코 경제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외국인 투자에 의해 경제가 좌우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외국인 투자비중이 높다. 최대의 투자국은 독일과 네덜란드다. 한국은 3위를 기록하는데, 유럽 진출을 위한 생산기지로서 체코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둘째, 체코는 슬로바키아와 함께 EU 역내 무역 비중이 제일 높은 국가다. 총 무역 중 80% 이상이 EU 회원국과의 거래를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독일과의 무역은 전체의 29%에 달한다. 그렇다 보니 체코 경제는 서유럽 경제와 강한 동조현상을 보인다. 셋째, 체코 경제는 견조한 제조업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제조업 비중이 감소하는 탈제조업화(deindustrialization)를 겪었다. 반면에 체코는 지난 20년간 제조업 비중을 22~24%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체코는 독일 등 서유럽은 물론 한국과 같은 역외 국가와도 촘촘한 산업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체코 경제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5.8% 마이너스 성장을 겪었으나 2021년 3.3% 플러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바로 회복을 시작했다. 올해는 4.4%의 성장률을 기록(2021년 11월 예상),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를 떨쳐낼 것으로 전망됐으나 2022년 2월 러·우 사태 이후 경제여건이 악화되면서 민간소비와 투자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2%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전망은 유럽 경제의 성장률 둔화와 직결돼 있다. 최대 수출 대상국이자 투자국인 독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4.6%에서 1.6%로 크게 하향 조정됐다. 체코 경제는 즉각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EU가 추진 중인 탈러시아 에너지 전략 역시 에너지 수입국인 체코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천연가스 수입의 거의 전량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체코의 6월 물가상승률은 17.2%를 기록했다. 1990년대 체제 전환기 이후 최대 기록이다.
체코의 경제정책은 외국인 투자에 대한 우호적 환경 조성에 집중돼 있다. 체코는 1998년 ‘투자 인센티브법’을 도입했고, 지리적 이점과 낮은 노동비용, 잘 갖춰진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많은 투자를 유치했다. 2020년 외국인직접투자(FDI) 누적액은 GDP 대비 78%로 주변국 중 제일 높다. 많은 외국 기업은 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체코를 생산거점으로 활용한다. 가령 자동차산업의 경우 체코 GDP의 약 9%를 차지하며 16만 명을 고용한다. 체코는 2021년 111만1,432대의 차량을 생산했지만 내수는 20%에 불과하며, 80%는 다른 국가로 수출했다.
외자기업에 의존하는 산업구조는 급변하는 산업환경 속에서는 취약점이 될 수도 있다. 이에 체코 정부는 혁신기술 육성 등으로 제조업의 발전 방향을 단순 생산기지에서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을 시도해왔다. 이를 위해 투자 인센티브를 변경했으며 연구개발(R&D), 항공, 소프트웨어 개발, 자율주행 등 투자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스타트업 및 혁신기술을 가진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2021년 한국의 대(對)체코 수출은 29억5,000만 달러, 수입은 10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오히려 수출은 증가했다. 체코와의 교역은 수출이 수입보다 3배 정도 많은 상황이 약 15년간 지속됐다. 이러한 무역관계는 국내 기업이 체코를 현지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체코에는 현재 국내 기업 98개사가 진출해 있다(현지 신규법인 기준). 체코 투자청에 따르면 1998~2021년, 4년간 한국이 체코에 행한 누적투자 규모는 31억 달러로 독일, 네덜란드에 이어 3위다. 자동차산업은 투자의 65%를 차지한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30여 개 이상의 계열사, 유관 부품 업체, 타이어 업체 등이 진출했다. 이러한 한국·체코 투자 관계는 양측의 무역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대체코 수출 중 자동차 부품(MTI 742)의 비중은 38.3%에 달했고, 그 외에 컴퓨터(9.0%), 산업용 전기기기(5.5%), 반도체(3.5%) 순이다. 최근의 체코에 대한 수출 증가는 자동차 부품을 포함한 주요 수출품목에서 고르게 나타났다.
향후 체코와의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두 가지 협력방향이 제시될 수 있다. 첫째는 유럽 그린딜의 맥락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EU는 탄소감축방안(Fit for 55)을 입법 중에 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EU 회원국은 2035년까지 내연기관의 신차 판매를 중지해야 한다. 체코 정부는 외국 기업에 계속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산업구조의 재편을 꾀하고 있다. 둘째는 체코의 에너지 전환 계획에 맞춰 경제협력의 세부 내용을 마련하는 것이다. 체코는 천연가스 수입을 전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해왔다. 내륙국가인 체코로서는 대안이 매우 협소하다. 재생에너지는 체코 수요의 17.3%를 충족시킬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체코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급구할 수밖에 없고, 기존 원전 확대 정책을 더욱 강화할 소지가 높다. 따라서 체코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에 한국 기업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체코는 2022년 하반기에 EU 의장국을 담당하고 있다. EU 27개국을 대표해 전체 의제를 제안, 조율할 수 있는 위치다. 따라서 이 기간 중 체코를 대EU 외교·통상 협력을 위한 창구로 적극 활용할 필요도 있다.
A 체코 바이어들은 생소한 외국 업체와 처음 접촉을 시작할 때 한꺼번에 자료를 일괄적으로 받아보는 것을 선호한다. 즉 거래 희망 서신, 회사 소개서, 카탈로그, 가격정보 등 거래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종합적으로 송부한다면 체코 바이어의 관심을 끌 수 있다. 또한 기존 거래선을 쉽게 바꾸려고 하지 않는 체코 업체 특성이 있어, 보다 쉽게 접근하기 위해선 무료 샘플을 제공해 한국 제품의 우수한 품질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CE나 CNCP(화장품의 경우) 등 품목별 EU 인증을 받지 않았다면 거래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필요 인증을 사전에 갖추는 것이 필수 조건이다.
A 체코 및 유럽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지속되면서 새로운 성분과 기법으로 혁신제품을 속속 출시하는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최근 디지털 및 비대면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및 유통업체를 통한 진출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토너, 세럼, 아이크림 등 기초 스킨케어 제품부터 마스크팩까지 전반적인 인기가 높다. 마스크팩의 경우 매장의 마스크팩 코너 대부분이 한국 화장품 제품일 정도로 가장 활발하다. 또한 체코 내 세포라(Sephora), 노티노(Notino) 등 주요 화장품 전문점들은 온오프라인으로 K뷰티 카테고리를 별도로 만들어 다수의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미팅 약속은 사전에, 휴가기간은 피해서
체코는 유연근무가 활발해 출퇴근 시간이 한국처럼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미팅 약속은 최소 2주 전에 오전 9시~오후 3시 안에 잡는 것이 좋으며, 금요일 오후에는 교외나 다른 국가로 가는 경우가 많아 미팅 약속을 피한다. 여름휴가가 집중돼 있는 7월 초순~8월 중순에는 미팅 제안을 피하는 것이 좋다.
여유를 가지고 친절·솔직하게, 약속은 꼭 지킬 것
현지 바이어들은 너무 빈번한 이메일과 전화 연락에 대해 대체로 불편하게 여긴다. 약속 이행은 상호 신뢰구축에 도움이 된다. 국내 기업들과 상담한 바이어들이 ‘상담 중 한국 기업들이 보내주기로 한 자료(카탈로그, 가격정보, 비즈니스 모델 등)를 전혀 보내주지 않는다’는 불평을 종종 호소한다.
처음 접촉은 이메일이 유용
체코의 무역업 종사자들의 영어 구사 능력은 좋은 편이지만, 담당자에 따라 영어로 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의사소통 실수에 따른 오해를 피하기 위해 처음 접촉 시 전화보다는 이메일을 통해 교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가격 제안은 실제 받을 가격으로
체코 바이어들은 가격이 예상보다 높다고 판단하는 경우 바로 상담 진행을 중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협상을 염두에 둔 가격 제시보다는 실제로 받을 가격을 처음부터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상대방에게 ‘가능한 가격을 제안하라’고 하는 것은 현지 문화와 맞지 않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