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획(bycatch) #멸종위기종_보호 #GATT

환경과 경제 사이의 딜레마:
 ①새우-바다거북 분쟁

‘경제’와 ‘환경’은 그 우위를 가리기 쉽지 않고 모두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이들 가치의 동시 추구 등 양립이 어렵다는 맹점 역시 일부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국가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일정 부분 환경의 피해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인정할 것이다. ‘가치충돌의 딜레마’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의 판례를 살펴본다.

박정준 강남대 글로벌경영학부 교수

WTO(1995년 출범)는 경제기구다. 공식 웹사이트에서도 WTO협정 관리, 통상협상 및 분쟁 지원 등으로 기구의 기능을 정리한다. 국제적 환경협력을 위한 유엔환경계획(UNEP)이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세계자연기금(WWF) 등과는 차이가 분명하다. 이는 WTO의 전신인 GATT(1948년 발효)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특히 GATT의 출범 배경에는 제1·2차 세계대전과 전간기(戰間其) 대공황을 거치는 과정에서 득세했던 ‘보호무역’에 대한 대응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자유무역’과 이를 통한 ‘경제발전’을 협정(GATT)과 기구(WTO)의 최고 가치로 인정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GATT와 WTO 모두에서 ‘경제적 가치’를 강조해온 것에 비해 환경보호와 같은 ‘사회적 가치’에 대한 규범이나 합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GATT·WTO에서 환경 관련 내용은 극히 일부인데 구체적으로는 일반적 예외 조항(GATT 제20조), WTO 마라케시 협정 서문, WTO 무역환경위원회(CTE), 그리고 최근의 수산보조금협정 정도다. 

새우를 잡는데 바다거북이 잡히다

미국은 큰 시장이라 모든 국가에게 대미 수출은 중요하다. 대미수출 제한이나 금지는 곧 경제적 손실을 의미한다. 그런 미국이 바다거북 보호를 이유로 새우 금수조치를 내렸었다. 바다거북은 멸종위기종으로 CITES라는 국제협약하에 보호를 받고 있었다. 미국은 자국법을 통해 어선의 바다거북탈출장치(TED) 사용을 의무화하였고 이후 추가입법을 통해 새우 포획 과정에서 바다거북에 영향을 미치면 특별한 경우 외엔 그렇게 잡힌 새우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다. 새우잡이 과정에서 혼획(bycatch)에 희생되는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가치’ 추구 성격의 정책이었다. 그러나 이 결정이 ‘보호무역’ 성격으로 ‘자유무역’의 ‘경제적 가치’에 반한다며 인도와 말레이시아, 태국과 파키스탄은 WTO에 미국을 제소한다.

멸종위기종 보호는  자유무역의 예외로 인정될까?

인도 등 제소국들은 미국의 조치가 인위적 수입량 제한에 해당해 WTO협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미국도 인정했다. 다만 미국은 자국 결정이 GATT 제20조 (b), (g)항에 의거해 동물 생명 보호, 유한 천연자원 보전조치로 예외적 정당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1심 패널은 제20조의 이층(two-tier)구조에 대해 ①우선 조항 맨 위 전문(chapeau)1)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만약 전문 위반이 아닌 경우 더 나아가 ②하부 (b), (g)항에 대한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패널은 전문에 따른 자유무역에 대한 제20조상 예외적 차별이 ‘다자무역체제에 위협을 가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데 미국 조치는 타 국가들의 유사 조치 도입을 촉진할 수 있는 만큼 다자무역체제에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b), (g)항을 통한 예외성 인정 여부까지 가기 전에 전문 위반으로 1심에서 패소하게 된 것이다.  상소기구 2심은 이러한 패널의 접근법을 지적하며 (b), (g)항에 대한 검토가 전문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상소기구는 미국의 주장대로 바다거북이 (g)항에 해당하는 유한한 천연자원이라고 확인했고, 미국의 조치 역시 그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전문에 대한 검토 결과, 미국의 조치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며 사실상 수출국들의 미국 기준에 대한 종속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봤다. 미국의 바다거북 보호 노력이 다자적으로 충분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종합적으로 미국의 조치는 부당한 차별로 판단됐다.

1) 해당 조항은 다음과 같다: (중략) 동일한 조건하에 있는 국가 간에 임의적이며 불공평한 차별의 수단 또는 국제 무역에 있어서의 위장된 제한을 과하는 방법으로 적용하지 아니할 것을 조건으로 한다.

새우-바다거북 분쟁 (DS58)

  1. 1995.1 : WTO 출범
  2. 1996.10 :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파키스탄이 미국을 WTO에 제소(협의절차 요청)
  3. 1997.2 : 패널 설치
  4. 1997.4 : 패널 구성
  5. 1998.5: 패널 1심 판정 회람 (미국 패소)
  6. 1998.10: 최종 상소심 판정 회람 (미국 패소)
많은 비판을 동반한 판례

가치’가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월했다고 봤던 것이 주요 원인일 것이다. 경제와 환경이라는 두 개의 가치 양립이 이토록 어렵다. ‘경제발전’과 ‘환경보호’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분쟁 당시와 비교해 20여 년 이상이 지나 수많은 기술적 발전을 이뤄낸 오늘날 당시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효율적인 어획도구로의 진화를 통해 새우는 잡고 바다거북은 보호하는 식의 두 마리 토끼 잡기가 조금은 더 가능하지 않을까? 

자료: 『WTO 통상분쟁 판례해설(1)』(김승호, 법영사) 및 인터넷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