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우리에게 익숙해진 카타르는 아라비아반도 동쪽의 반도 국가로 사우디아라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수도인 도하(Doha)는 페르시아만을 마주한다. 경기도만큼 작은 나라지만 1995년 칼리프 빈 하마드 국왕이 즉위한 후 천연가스 개발과 적극적인 개혁·개방 정책, 그리고 친서방 표방으로 외교적 영향력을 키우며 중동 내 상당한 입지를 다져왔다.
글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팀 연구위원
카타르는 세계 2위 천연가스 수출국이며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자국 천연가스를 수출하고 있다. 카타르의 총수출 대비 천연가스·석유 비중은 약 82%(2020년 기준)에 이르며 재정수입의 78% 역시 석유·천연가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천연가스 수출에 힘입어 카타르의 2021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만8,581달러를 기록했으며 최근 고유가에 힘입어 2022년 1인당 GDP는 8만6,514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에 힘입어 카타르 명목 GDP는 2004년 306억 달러에서 2022년 2,257억 달러로 7배 이상 증가했다.
카타르의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다 보니 카타르 정부도 국가비전 2030 발표, 카타르 자유지대청 설립 등을 통해 경제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석유화학 부문 개발, 태양광 등의 친환경에너지 육성, 디지털 전환을 통한 정보기술(IT) 산업 기반 구축 등이 있다. 카타르는 2019년 이후 석유화학 부문 건설 프로젝트가 증가하면서 투자 규모가 2020년 8,600만 달러에서 2022년 8월 13억 달러로 급증했다. 한편 카타르 정부는 천연가스 재정수입을 바탕으로 수자원 담수화 플랜트 확장, 천연액화가스(LNG) 운반선 도입 등을 꾀하고 있어 당분간 카타르 경제에서 천연가스 관련 산업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카타르는 제조업 육성정책의 일환으로 타우틴 제도를 시행 중이다. 에너지 분야 기업이 발주하는 조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현지 구매 비율을 40%(2023년 기준)까지 확대해야 하며 현지화가 유망한 6대 분야(화학 및 금속, 엔지니어링 서비스, 소모성 자재 및 유지보수, 디지털 기술, 산업 기자재, 해양 플랜트 기자재 및 서비스)에 대해 100대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금융, 보험 등 특정 산업에 한해 최대 100% 지분 투자가 가능하도록 2019년 외국인 투자법을 개정했다. 또한 카타르경제자유구역과 카타르과학기술단지는 현지 에이전트 없이도 외국인 직접투자가 100%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2018년 외국인 영주권에 관한 법을 제정하면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최초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국가가 됐다. 이처럼 제도적으로는 걸프 지역 다른 국가에 비해 외국인 투자가 수월한 편이다.
카타르는 제조업, 농수산업 등의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해 높은 대외개방성에 바탕을 둔 통상정책을 취하고 있다. 보통 관세율은 5%이나 식료품에는 관세를 면제하고 주류, 담배, 돼지고기 등 일부 판매가 제한된 품목에 대해서는 100% 관세를 부과한다. 카타르는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보다는 GCC 6개국(사우디, UAE,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오만)의 일원으로서 FTA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카타르의 FTA 체결국가로는 유럽연합(EU), 인도, 이란, 모로코 등이 있으며 GCC와 FTA 협상을 완료했거나 협상 중인 국가로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EU, 중국, 호주, 싱가포르 등이 있다. 최근 들어 고유가 지속, 유럽의 천연가스 수급처 다변화에 따라 카타르산 천연가스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자 카타르 정부는 천연가스 장기 계약을 통한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과 카타르는 1974년 수교를 했으며 2007년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관계를 전방위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2015년 이후에는 원전, 과학기술, 스마트팜, 수산, 항만, 스마트그리드 등 전방위적인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양국 간 경제협력은 실질적으로 천연가스 교역 비중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는 2021년 기준 카타르로부터 62억 달러 규모의 천연가스와 35억 달러 규모의 원유를 수입했다. 우리의 수출품목은 전선, 건설중장비, 자동차 등이다.
한국이 카타르에서 수주한 건설 프로젝트는 2021년 22억3,000만 달러 수준이며 우리나라의 대(對)중동 수주의 약 20%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수주한 프로젝트는 대표적으로 루사일 타워, 875㎿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등이 있으며 삼성중공업이 담수화 플랜트, LNG터미널 건설공사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에너지 및 건설 수주 관련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카타르는 인구가 268만 명에 육박하나, 시민권을 가진 아랍인은 33만여 명에 불과하며 전체 인구의 약 90%는 외국인 노동자로 구성돼 있다. 1939년 유전이 발견되기 전에는 전통적으로 유목민이었으며 베두인으로 불렸다. 카타르 국민은 베두인 전통에 따라 1년에 몇 달간 사막에서 생활하기도 한다. 페르시아 제국, 오스만 제국 등에 이어 1916년 영국에 식민 통치를 당한 카타르는 아랍 지역 9개 토후국의 하나로 존재했다. 영국이 아랍 지역을 독립시키겠다고 발표한 이후 카타르는 현 아랍에미리트(UAE)의 7개 토후국과 함께 아랍에미리트 연합국의 하나로 독립하고자 했으나 토후국 간 의견 차이로 충돌하면서 1971년 바레인과 함께 각각 독립했다. 전체 인구의 79%가 이슬람교도이고 대규모 외국인 노동자가 유입되면서 힌두교, 기독교, 천주교 등의 비중이 20%를 차지한다. 카타르는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알자지라 방송사를 통해 중동 지역 주요 뉴스를 국제사회에 송출하고 있으며 2022년 월드컵에 이어 2030년 아시안게임을 연달아 유치하면서 중동 지역 문화·언론·스포츠 행사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A 카타르는 시장 규모가 작은 편이다. 카타르 바이어와 거래를 하려면 시장 규모 측면에서 인근 나라와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초기 주문물량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첫 주문은 시장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한 소량 주문을 선호하는 편으로, 바이어의 최소주문수량(MoQ)에 대해 협조하는 것이 장기적인 거래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또한 카타르 경제가 대외수입형 경제체제이다 보니 바이어도 수익성 높은 새로운 제품 라인을 꾸준히 찾고 넓혀가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거래처 발굴 시 전문분야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조건 배제하기보다는 현재 그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의 현황과 향후 새로운 사업 분야에 진출하고자 하는 계기 등을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A 카타르 화장품 시장은 유럽산 제품이 중·고급 시장을, 인도산 제품이 저가 화장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전자상거래 성장세에 맞춰 한국문화 콘텐츠의 인기로 국가 인지도가 상승하면서 한국산 화장품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카타르 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고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의료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현지에 한국 피부과가 영업 중이며, 카타르 회사들의 한국 병원과의 협업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 한 카타르 기업은 ‘한국의료센터(Korean Medical Center) 프로젝트’를 통해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통증관리, 재활 및 한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목에서 한국 병원들과 협업을 추진 중에 있다.
친밀감의 표시를 ‘수락’과 ‘긍정’의 의미로 오해 말아야
카타르 바이어들은 비즈니스 면담 시 상대방에게 친밀감을 보이거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거래를 수락한다는 의미가 아닐 수도 있으니 섣불리 판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즐리스(Majilis) 문화에 대한 이해 필요
여성 가족 구성원의 외부인 노출을 막기 위해 집 입구에 마즐리스(Majilis)라는 손님방을 설치해놓고 있다. 만약 거래하고자 하는 상대방으로부터 초대를 받는다면 이러한 장소임을 염두에 두고 가는 것이 좋다.
남성이 여성에게 악수를 청하는 것은 금물
이슬람 문화에서 남성이 여성에게 먼저 악수를 청해서는 안 되며 자기 왼쪽 가슴에 오른손을 얹고 고개를 숙이는 인사가 적절하다. 만약, 여성이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면 악수도 가능하다.
조급한 독촉은 금물, 중장기적으로 관리 필요
이메일 발송 시 전화로 리마인드가 필요하지만 바이어가 검토 중인 단계에서 답장이나 주문 계획을 수시로 묻는 경우 비즈니스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일정 기간을 두고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