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프리카 관문이자 아랍권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 이집트는 아프리카와 중동(서아시아)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국가로 정식 명칭은 이집트아랍공화국이다. 국토의 약 95%가 사막이며 나일강을 중심으로 대다수 인구가 몰려 살고 있다. 지중해, 홍해, 수에즈만, 아카바만 등과 접해 있어 해상무역이 활발히 이뤄졌다.
글 강문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팀 팀장
이집트는 1억 명이 넘는 인구를 바탕으로 내수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146달러(2022년 명목가격 기준) 수준이다. 이집트의 최근 5년간 연간 경제성장률은 3.3~5.6% 수준이며 연간 수출규모는 약 407억 달러(2021년 기준)로 주로 원유 및 석유제품, 면화, 면직물, 철강제품, 화학제품,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다. 연간 수입규모는 738억 달러(2021년 기준)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주요 교역국은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독일, 튀르키예, 이탈리아, 러시아 등이다. 이집트는 아프리카 내 대표적인 자동차 생산국이며 국영 엘나스르 기업을 포함해 아랍아메리칸자동차, WAMCO, MCV 등이 상용차를 수출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가전제품, 화학비료, 철강, 의류 등 제조업이 비교적 발달해 있다. 다만 노동인구의 32%가 농업에, 51%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실업률도 9.33%(2021년 기준)에 달해 정부가 실업 해소를 위한 직업훈련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는 5대 밀 수입국 중 하나이며 대외 밀 수입 의존도가 약 54%(2022년 기준)에 달해 식량과 관련된 대외 리스크에 취약하다. 이집트는 타 아랍국가와 비교했을 때도 식량 및 에너지 보조금 비중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인데, 2008년 식량가격 상승과 정부 보조금 축소가 ‘아랍의 봄’(2010년 12월 튀니지를 시작으로 아랍 국가에 번진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집트는 2016년 이래 경제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에너지 보조금을 점진적으로 철폐하고 변동환율제를 시행하는 등 국제 기준에 맞는 경제구조로 전환하고자 한다. 특히 투자법 개정과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 신설, 수출장려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수출 및 외국인 투자 확대를 노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에서 제조된 상품에 부가가치 비율에 따라 수출 거래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현지 제조 프로그램, 아프리카 내 수출기업에 수출운임비 지원, 중소기업 프로그램과 수출촉진 프로그램 등과 같은 금융지원 프로그램 등이 있다. 또한 수에즈경제구역 내 외국인 지분을 100% 허용하고 회사 설립 시 인지세를 면제하는 등 외국인 투자자에게 호의적인 제도를 시행하면서 이탈리아, 영국 등의 이집트 진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집트 정부의 신행정수도 및 신도시 개발 기조에 따라 인프라 수요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집트 정부는 1999년 동남아프리카공동시장(COMESA) 체결 이후 다자무역 협정뿐만 아니라 영국, 튀르키예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다. 또한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서아프리카 경제통화연맹 등과도 FTA를 추진하는 등 아프리카 내 국가들과의 통상협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집트·유럽연합(EU) 파트너협정에 따라 이집트산 공산품은 EU에 무관세로 수출이 가능하다. 이집트는 제조업과 신재생에너지 분야를 집중 육성하기 위해 관련 완제품에 대한 수입관세 할인율을 현지 제조 비율과 연동함으로써 국내 제조업 기반을 확대하고자 한다. 2021년부터 신규 통관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으며 수출업체와 수입업체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선전 코드를 부여받도록 하고 있다. 그동안 비효율적인 시스템, 수출입 정책 일관성 부족이 우리 기업의 이집트 진출에 애로사항으로 작용했는데,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통관시스템 운영이 보편화될 경우 수출 및 투자 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이집트는 1995년 수교했으며 약 750명의 교민이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의 대(對)이집트 경협은 그동안 석유 및 석유가스, 자동차 및 부품 등 일부분에 한정해서 이뤄졌다. 한·이집트의 연간 교역규모는 약 22억 달러(2018~2022년 평균)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승용차 및 철도, 석유, 자동차부품, 화학제품 등을 수출하며 이집트로부터 석유, 석유가스 등을 수입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국수력원자력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사업 수주, K9 자주포 등의 방산 수출, 현대로템의 전동차 공급사업 수주 등 한·이집트 간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 또한 이집트가 제3기 중점협력국으로 선정되면서 개발협력 역시 유상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카이로에서 45km 떨어진 지역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최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과의 건설공사 양해각서 체결을 통해 한국의 행정수도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이집트는 내륙의 룩소르를 중심으로 한 상이집트와 멤피스, 알렉산드리아 등 지중해 인근 도시를 중심으로 한 하이집트 간 세력 다툼이 끊임없이 발생하다가 람세스 2세(재위 BC 1279~BC 1213) 이후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기원전(BC) 343년경 페르시아에 정복당했으며 BC 332년엔 마케도니아 알렉산더 대왕이 다시 이집트를 정복하면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BC 305~BC 30)가 세워졌다. 이집트는 7세기 초 페르시아, 1517년 오스만 제국 등 이슬람 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아랍국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으며 1922년에 이르러 마침내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으로 이집트는 룩소르, 기자 등의 고대 왕국 유적뿐만 아니라 로마 제국과 이슬람 문화 유적이 상당하다.
수에즈운하 점유권 갈등으로 1956년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이 참전한 제2차 중동전쟁이 발발했으며 미국과 당시 소련 측 중재로 이집트가 시나이반도와 수에즈운하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이집트의 국부로 불리는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재임 1956~1970)이 1956년에 취임한 후 왕정에서 공화국으로 통치체제를 바꾸는 등 현대 이집트의 기틀을 마련했다.
신준열 코트라 카이로무역관 과장
A 이집트인과의 비즈니스 계약 종료 시점에서 신중히 해야 할 사항이 있다. 계약서상의 계약 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이집트에서는 이를 에이전트 관계가 끝났다고 간주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에이전트를 변경하고자 한다면 법적인 계약 관계만을 내세우기보다는 미리 공지해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에이전트 종결 문제는 이집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다. 에이전트 계약에는 구두 합의와 문서 합의가 있는데 일부 한국 기업은 법적인 계약관계 종결에 대한 부담감으로 구두로 합의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매년 실시되는 라마단 기간에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으므로 라마단 기간에 거래를 약속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A 현지에서 한국산 세라믹 주방용품이 강세다. 최근 해당 완제품에 대한 이집트 수출입청(GOEIC) 규제 및 관세 상승(60%)으로 현지에서 제조하는 생산공장이 세워지기 시작했다. 기존 세라믹 주방기기의 영향으로 코팅제도 한국에서 수입하려고 하는 현지 공장이 많다. 현재까지는 해당 제품 생산공장이 많지 않지만 새롭게 생산공장 설비를 만들려는 업체는 많다. 기존 공장을 타깃으로 한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접촉 노력이 필요하다. 신규업체는 제품생산 등의 노하우 등을 전수할 수 있는 업체를 선호한다. 이집트 내 인테리어 산업이 성장 중이며, 신도시 건설 붐과 맞물려 신도시 외의 건물 내 수리개선 수요가 많다. 특히 스테인리스 싱크대는 튀르키예산 제품이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나 한국산 제품이 바로 그 뒤를 따르며 수요 증가세를 보인다.
전화로 이메일 수신 여부 체크
이집트인은 대부분 메일 수신 확인을 잘하지 않는다. 현지 에이전트 또는 바이어와 이메일로 업무 교신이 이루어질 경우, 담당자 휴대폰을 통해 이메일 수신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절은 부크라 또는 인샬라로 대신
이집트인은 낙천적인 성향이라 거절의 표현으로 ‘No, I Can't’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에 부크라(내일), 또는 인샬라(신이 원한다면) 식의 완곡한 표현으로 거절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바이어가 원하는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돼지고기, 술, 이슬람식으로 도살되지 않은 고기 금기
돼지고기, 술, 그리고 이슬람식으로 도살되지 않은 고기는 먹지 않으며 일부 이집트인은 술과 고기를 판매하는 한국 식당에서 식사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양고기·해산물 식당이나 호텔 내에 있는 고급 음식점을 가는 것이 좋다.
선물 선호, 비즈니스 시 효과적
이집트인은 선물을 매우 좋아하므로 선물한 후 상담에 임하면 비즈니스가 성사될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한국 전통문양이 새겨진 부채, 열쇠고리, 휴대폰 액세서리 및 홍삼제품(홍삼차·홍삼캔디)이 인기가 있고 한국 화장품 등도 좋은 선물품목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