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4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롯데호텔에 한국과 아세안(ASEAN) 10개국 싱크탱크 관계자가 모였다. 우리나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제1차 한· 아세안 경제·통상 싱크탱크 다이얼로그(AKTD)’ 콘퍼런스에서 아시아 역내 경제·통상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행사에는 아세안 회원국, 아세안 사무국, 동아시아·아세안경제연구센터(ERIA), 아시아재단 등 주요 산·학·연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AKTD1) 는 2024년 10월 라오스 비엔티엔 ‘제25차 한·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아세안의 외교 관계가 최고 단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이후 처음 추진되는 경제협력 프로젝트로, 싱크 탱크 간 정책 연구 플랫폼을 통해 지속 가능한 협력 사업을 발굴하고 체계적인 공조 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성장한 한국과 아세안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협력 과제를 효과적으로 발굴하고 추진하는 데 있어 AKTD가 시그니처 정책 협력 프로젝트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미얀마, 캄보디아, 브루나이, 라오스(경제 규모순)등 10개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2024년 기준 인구 약 6억9000만 명, 국내총생산(GDP) 3조9844 억달러로 세계 5위권 경제권에 해당한다. 역내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5% 수준의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은 젊은 인구와 빠른 도시화, 디지털 전환 추세에 힘입어 내수 시장의 확대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아세안은 알타시아(Altasia) 공급망의 핵심지로 부각했다. 다국적 기업이 생산 기지를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다변화하면서 제조업 중심의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 베트남과 태국은 전자·자동차 분야에서,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및 자원 관련 산업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금융 및 물류 중심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아세안은 자원도 풍부하다.
+핵심 광물 보유한 아세안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율 관세정책은 아세안 국가에 구조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국제금융센터(KCIF)에 따르면 미국이 상호 관세를 90일 유예했음에도 베트남(8%), 태국(9%), 인도네시아(10%) 등 아세안 국가의 실효 관세율은 기존 1~3% 수준보다 크게 상승했다. 특히 수출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태국, 싱가포르 등은 관세 여파로 성장률 전망치가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제시한 2025년 성장률 전망치는 싱가포르가 2.6%에서 1.3%로, 베트남은 6.6%에서 5.4%로, 태국은 2.8%에서 1.7%로 낮아졌다. 과거 아세안은 중국산 제품의 우회 수출 경로로 반사이익을 얻었으나, 미국이 원산지 통제를 강화하면서 수익이 줄고, 신뢰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세안 각국은 이에 대응해 재정지출 확대, 기준금리 인하 등 부양책을 병행하고 있지만 투자 심리는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미국과 관세 협상 과정에서 중국 견제 요구가 이어지며, 아세안은 실리를 좇되 외교적 균형을 고려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아세안은 여전히 한국의 전략적 경제 파트너다. 한국과 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은 2007년 6월 발효됐다. 아세안은 한국의 3대 교역권이자 제2위 해외직접투자 대상지로 자리 잡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대(對)아세안 수출은 1139억9400만달러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베트남은 583억2100만달러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수출 품목은 반도체, 석유제품, 합성수지 등 중간재 중심이다. 투자 또한 활발하다. 2024년 3분기까지 한국의 대아세안 직접투자는 55억6000만달러였으며, 이 중 베트남이 40% 이상을 차지했다. 아세안은 한국의 글로벌 공급망 안정과 생산 기지 다변화 전략에서 핵심 축으로 부상 중이다. 중간재·자본재 중심의 한·아세안 교역 관계를 소비재 분야로 확대하고, 한국 기업이 아세안 소비 시장에 침투하는 적극적인 현지 진출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정부도 무역협정 확대 및 고위급 정책 대화를 통해 아세안과 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한·아세안 경제협력은 앞으로 더욱 확대·다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용어설명
- 1AKTD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의 대표 국책 연구 기관이 참여하는 연구 협의체. 공급망, 무탄소 에너지 등 호혜적 성과 창출이 가능한 주제를 중심으로 경제·통상 정책 분야 공동 연구를 하고 그 결과를 포럼 등을 통해 대외 공개하는 한편, 매년 개최되는 한·아세안 경제장관회의에서 주요 성과를 보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