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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김봉만·김종덕·이주형 전문가 3人 “트럼프 시대 통상 환경 불확실성↑… 팀 코리아 마음가짐이 최고 대응법”
  • 윤진우 기자
  • 고관세정책을 예고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제47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전 세계 통상 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통상”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통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대선 내내 미국에 들어오는 중국산 수입품에는 60%의 고율 관세를, 나머지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언급해 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가 1%포인트 오르면, 한국의 대미국 수출은 장기적으로 2.2%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KIEP는 모든 국가에 대한 10~20% 보편 관세가 현실이 될 경우 우리나라의 수출은 최대 448억달러(약 62조원)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1월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미칠 영향과 우리의 대응책은 무엇이 있을까. ‘통상’은 김봉만 한국경제인협회 국제본부장, 김종덕 KIEP 무역통상 안보실장,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 등 전문가 3인에게 트럼프 당선에 따른 한미 통상의 변화와 우리의 대응에 대해 물었다.



    영국 뉴캐슬대 국제관계학 석사, 영국 맨체스터 과학기술대 국제경영학 석사, 전 외교통상교섭본부 서비스교섭과 전문관, 전 전경련 국제본부장


    트럼프는 유독 관세를 강조하는 것 같다. 

    김봉만 한국경제인협회 국제본부장(이하 김봉만) “트럼프는 공식 석상에서 항상 미국이 겪는 무역 적자와 무역 불균형의 불합리함을 언급했다.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한 감세 정책을 대대적으로 펼칠 예정으로 관세 등의 재원 확보가 중요해질 것이다. 관세를 통한 재원 확보는 자유무역 시대에서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비판 받더라도 경제적으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관세라는 큰 페널티를 경제·외교·안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복안도 갖고 있는 것 같다.” 


    김종덕 KIEP 무역통상안보실장(이하 김종덕) “미국은 전 세계 대부분 국가의 교역에서 무역수지 적자를 경험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외무역 불균형이 미국의 일자리에 악영향을 주면서 미국이 궁극적으로 해결해야하는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무역 불균형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 상대국이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펼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면서 양질의 미국내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대외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의 제조업을 부흥시켜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적인 수단을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보는 것 같다.”


    이주형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이하 이주형) “트럼프의 관세정책은 전 세계 모든 수입 품에 일정 비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 관세, 중국산 물품에 대해서만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 물품에 대한 추가 관세, 미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 관세로 나뉜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정책은 이해득실이 바로 숫자로 가시화되는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동시에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무역정책을 가장 잘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경제학 박사, 현 기획재정부 무역원활화위원회 민간위원, 전 고려대·서강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전 WTO 무역정책 검토 정부 대표단, 전 OECD 무역위원회 정부 대표단


    트럼프가 취임 후 보편 관세를 실제로 부과할까. 

    김봉만 “보편 관세는 미국의 재정 적자를 메우는 도구로 쓸 수 있는 효과적인 카드이기 때문에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다. 충성파 위주의 미국 신행정부 내각 선임을 볼 때 취임 후 빠른 속도로 보편 관세 등을 시행할 수 있다. 대선 공약 등을 감안할 때 보편 관세 10% 선에서 먼저 추진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이 보편 관세를 실제 부과할 경우 미국 내 인플레이션 문제가 커지고, 국가 간 정치 이슈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대상 국가 변경 △유예기간 조정 등의 조건이 달릴 수도 있다.”


    이주형 “현행 미국 법규상 미국 의회가 법률을 통해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의회는 법률을 통해 특정 요건 충족의 경우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하는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미국 국내법으로는 무역확장법(Trade Expansion Act) 제232조, 무역법 제301조1), 관세법 제338조, 국제적 긴급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등이 있다. 보편 관세는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의회의 관세 관련 의회 법률이나 아직 검증되지 않은 대통령의 권한을 기반으로 시행되는 만큼 단기간에 도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런 현행 법규를 통해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돼야 한다는 전제가 충족돼야 하는데 이와같은 요건을 충족했다는 법적 해석이 어려워 현행 법규에 따른 보편 관세 도입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결국 현행 법규로는 적용이 불가능한 보편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미국 의회가 새로운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단기간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건 쉽지가 않다.”



    미국이 중국에 60%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은. 

    김종덕 “트럼프가 중국에 대해 부과하려는 약 60% 관세의 근거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미국은 중국에 ‘항구적 정상 무역 관계(PNTR)’ 지위를 부여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가 인하됐다. 트럼프가 실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60% 관세는 중국이 WTO에 가입하기 전 미국이 중국에 부과하던 평균 관세 정도로 이해하면 좋다. 트럼프 1기 정부 때도 대중국 관세가 취임 즉시 부과된 건 아니다. 2017년 1월 취임했지만 2018년 7월부터 2년간에 걸쳐 네 차례 나눠 부과됐다.” 


    이주형 “중국을 상대로 한 추가 관세 부과는 보편 관세보다 훨씬 더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 1기 정부 때와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미 중국산 제품을 타깃으로 한 각종 관세 부과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관세 관련 법규를 근거로 미국 경제에 피해가 발생하거나 미국의 안보가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해 중국을 상대로 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화여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6기, 현 한국무역학회 부회장, 현 한국통상정보학회 부회장, 전 대법원 국제심의관,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우회 수출에 대해 미국이 어떤 규제를 내놓을까. 

    김봉만 “트럼프는 우회 수출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미 공화당 전당대회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중국이 자동차를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하기 위해 멕시코에 대규모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다. 우리는 자동차마다 약 100~2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그들은 미국에서 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우선주의를 고려하면 우회 수출을 다른 형식으로 오픈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중국 전기차 업체가 미국의 노동력을 쓴다는 가정하에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장려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종덕 “우회 수출에 대해서는 미국이 이미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보편 관세 논의가 나오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우회 수출을 없애기 위해서다. 이미 멕시코, 베트남 등이 우회 수출국으로 지목되고 있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 등의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United States-Mexico-Canada Agreement) 재협상(원산지 규정 변화)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우회 수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만큼 미국의 주요 교역국도 대중국 관세 부과를 강화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미국의 WTO 탈퇴 가능성은.

    김봉만 “WTO 상소기구는 2017년 미국이 상소위원 임명을 거부하면서 상소위원 정족수 미달로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에 따라 2019년 12월 이후 1건의 항소심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WTO는 자유무역 시대의 포문을 연 상징적 의미가 있고, 여전히 미국에 WTO는 활용 가능한 기구인 만큼 탈퇴 가능성은 미지수다.”


    김종덕 “미국의 WTO 탈퇴 논의도 나오는 것 같다. WTO 분쟁 해결 기구가 무력화된 상황에서도 여전히 많은 나라가 WTO에 제소하고 있다. 1995 년 WTO 출범 후 자유무역협정(FTA) 등 대부분의 통상 질서가 WTO 규범을 중심으로 형성된 만큼 각국의 통상 정책은 WTO 규범을 근거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WTO에서 탈퇴하기 위해서는 의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한 만큼 WTO 탈퇴가 얼마나 동력을 확보할지는 의문이다.”


    이주형 “트럼프 1기 정부(2017~2021년) 때 트럼프는 미국이 WTO 분쟁에서 대부분 패소한 것을 지적하면서 WTO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탈퇴하겠다는 불만을 거듭 표출한 바 있다. 다만 WTO 탈퇴가 우선순위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이미 WTO의 분쟁 해결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만큼 오히려 미국이 나서 탈퇴할 필요성도 낮아졌다.”



    +트럼프 주요 경제정책 전망

    자료 '통상' 정리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또는 반도체 과학법(칩스법) 폐기 가능성도 있을까.

    김봉만 “IRA와 칩스법 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대신 △요건 강화 △보조금 감축 또는 차별적 적용 등의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공화당은 세제 혜택을 주요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 신행정부의 관세 확장 및 세금 감면 공약으로 인해 재원 확보가 중요한 만큼 기존 투자 협약에 대해서도 추가 협상을 요청하거나 다른 규제를 연동해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김종덕 “형식적으로는 가능하다.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기 때문이다. 다만 IRA와 칩스법 혜택이 공화당 지지 주(州)에 집중돼 있고, 특히 칩스법은 초당적 지지를 받은 만큼 폐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보조금 축소 가능성이 있고 미국 기업에 수혜가 집중되도록 조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주형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대표 산업 정책인 IRA와 칩스법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특히 IRA의 경우 ‘폐기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언급하기도 했다. 칩스법 역시 보조금 지급을 비판한 바 있다. 다만 IRA와 칩스법의 경우 이미 미국 의회가 도입한 입법인 이상 이를 대통령의 권한으로 폐기하는 것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에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봉만 “통상 환경은 항상 변화했고, 우리는 위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경험이 있다. 우리 정부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신행정부 출범에 따른 변화에 철저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재계의 긴밀한 협력으로 통상 협상에 대응할 경우 앞서 언급한 모든 변화도 대응할 수 있는 하나의 변수 정도에 불과할 것으로 생각한다.” 


    김종덕 “우리 정부와 기업은 이미 미국 대선 결과를 놓고 차분히 준비해 온 것으로 안다. 미국에서 나오는 작은 뉴스, 근거 없는 소식에 조급한 마음으로 우리의 대응 방향을 수정하는 것은 금물이다. 국가 전체로 보면 큰 도전은 기회일 수 있다. 우리는 한 팀이라는 마음가짐이 최고의 대응 방법이다.”


    이주형 “트럼프 당선 전부터 디지털 대전환과 국제무역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다만 이런 환경이 우리나라에 무조건 부정적인 건 아니다. 또한, 트럼프 재집권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후·통상 연계 현상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디지털 전환(DX)과 녹색 전환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산업 및 무역정책을 키워나가려는 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용어설명

    • * 1) 무역법 제301조

      미국이 1974년 다른 나라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항하기 위해 무역법상의 조항을 강화한 형태로 만든 제301조 조항을 말한다. 무역법 제301조는 외국이 미국을 차별하거나 무역상의 합의를 준수하지 않거나 또는 비합리적인 관행을 갖는 경우 미국은 그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상대국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 미국은 ‘보복 조치’를 강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