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팩트 읽기
역대급 대혼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상당한 격차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11월 6일(이하 현지시각) 이후 한국 경제가 삭풍(朔風·겨울철 부는 강한 찬 바람)’을 맞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한국 증시의 코스피 지수는 11월 15일 장중 2400선이 붕괴되는 등 최대 7% 하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선을 오르내렸다.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 등 선거 과정에서 보여준 공약이 실현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 실현되면 우리 경제가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1 를 내세우는 트럼프 당선인은 11월 6일 오전 2시 30분쯤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카운티 컨벤션센터에서 당선 연설을 통해 “우리는 모두 미국을 우선하는 방식으로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당분간 미국을 가장 우선해야 한다”라고 했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정책은 △규제 혁파 △법인세 인하 △관세 인상 등을 지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관세를 핵심 정책 수단으로 활용할 구상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산 제품에 최대 60% 관세를 매기고, 다른 수입품에는 10~ 20%의 보편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재무장관, 상무장관 등 경제팀 인선에도 관세 부과에 대한 지지 여부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1월 20일 출범할 트럼프 2기 정부의 통상 정책은 보후무역주의 색채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취임 이듬해인 2018년 중국에 관세 폭탄을 안기며 이른바 ‘무역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1기 정부의 통상정책이 경쟁국의 미국 시장 접근을 봉쇄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었다면, 2기 정부는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제조 생산 시설의 미국 이전에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1기 정부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일률적으로 34%에서 21%로 낮춘 것과 달리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내 제조·생산 시설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 국한해 법인세율을 15%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보편 관세와 결합한 법인세 인하로 대미 수출 기업의 제조 공장을 유치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구상이 잘 드러났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 중 “관세를 높게 매기고 법인세를 낮추면 해외 기업이 알아서 (미국에)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8월 초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재집권 시 취임 2주 내 중국·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것도 같은 맥락이다. 멕시코가 아니라 미국에 자동차 공장을 지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의 대미 해외직접투자(FDI)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미국 신행정부 측에 부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미 수출이 늘어난 품목들이 대미 투자 기업의 미국 현지 공장에서 활용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미 FDI가 10% 늘어나면, 대미 수출이 0.202%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미 해외직접투자와 수출의 연도별 추이
또한 한국산 장비가 들어간 미국 내 반도체, 배터리 산업 한국 공장은 미국의 고임금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한국 기업이 채용한 미국 현지 근로자 1인당 연간급여는 평균 10만4000달러로, 다른 나라 대비(전체 평균 8만7000달러)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24년 4월 기준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사업장은 총 2432개로, 미국 현지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제조업 (26.8%)과 도매업(21.6%) 비중이 높았다. 도원빈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 수석 연구원은 “대미 수출 증가는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에 따른 것으로, 미국의 고용, 경제성장, 수출 등 다방면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대미 투자가 양국 모두에 긍정적 윈윈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 * 1)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Make America Great Again)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도널드 트럼프가 쓴 대선 구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좌우 정치인이 가리지 않고 사용했던 슬로건으로 전해진다. 트럼프의 열성 지지자나 극우 성향을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