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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 미·중 전략 경쟁 심화하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통상 정책 로드맵

우리나라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특성을 지니고 있어 수출과 수입이 매우 중요한 경제 산업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통상 정책은 산업 정책과 더불어 우리의 경제정책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최근 단기적으로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통상 정책에 대한 논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통상 정책의 목적은 수출 확대와 수입 대체에서 글로벌 통상 규범 아래 자유무역협정(FTA)을 최대한 활용한 교역 경쟁력 강화 등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중 간 전략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글로벌 가치 사슬과 공급 사슬상에서 중요한 거점이 될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신뢰 기반의 교역 대상국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통상 정책의 목적이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는 자율적이고 적극적인 통상 정책의 추진이 요구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

우리나라를 둘러싼 통상 환경 변화는 크게 두 가지를 살펴볼 수 있다. 하나는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본격적인 미·중 전략 경쟁이 시작되면서 첨단산업 기술에 대한 보호주의가 확산했다. 이른바 경제 안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선진국과 동남아시아 및 중남미의 공급망과 중국 주도의 러시아,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 공급망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로 인해 반도체와 핵심 광물자원 및 이차전지 그리고 바이오·의약 분야에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또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이 진행 중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우리나라 내부 환경의 변화다. 중진국에서 선진국 대열로 어렵게 들어섰으나 저출산·고령화로 2020년부터 인구 감소를 경험하고 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미 경제성장률은 2%대로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통상 정책 로드맵의 기대 효과

올해 8월 말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연대와 공조의 통상을 통한 국익 극대화”라는 통상 정책의 비전을 제시했다.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FTA를 통한 경제 운동장을 넓히는 것, 핵심 품목의 공급망을 안정화함으로써 경제 안보를 확보하는 것, 4대 주요 통상국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 글로벌 사우스1)와 협력으로 경제 지평을 확대하는 것, 글로벌 사회에서 신통상 규범 정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다자 무역 질서로의 복원에 기여하는 것 그리고 정책 추진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세부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당분간 글로벌 사회는 자국 이익을 우선시하는 보호주의가 심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통상 로드맵은 국제사회에서 성숙한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을 의미하고 있다. 단순히 이기적으로 우리의 국익을 우선시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교역 대상국이 됨으로써 공급망의 안정화는 물론 경제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거나 원하는 대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기 위한 구조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 애쓰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통상 현안 대응을 위한 제언

산업 측면에서 글로벌 사회는 단기적으로는 전략 경쟁에 따른 공급망의 재편, 중기적으로는 디지털 전환을 통한 부가가치의 제고 및 경쟁력 강화, 그리고 보다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그린 전환을 통한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모든 나라가 똑같이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각각의 나라는 조금씩 다른 입장에 처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략 경쟁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보다 조금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이념과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과 공유하는 반면,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나 반도체 칩과 과학법(칩스법) 그리고 미국의 정권 변화로 인한 정책 변화가 낳는 불확실성에 민감하게 단기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대응 방안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핵심 산업 기술 및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주요 핵심 현안에 공동 대응을 할 수 있는 굳건한 소다자 형태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 및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 전환은 우리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산업은 반도체 중심의 하드웨어적인 분야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반면, 인공지능(AI)이나 양자 컴퓨터 등 소프트웨어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중국에 조차 뒤처진 상황임을 직시하고 젊은 세대를 잘 준비시켜야 하며 이를 위한 교육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현재 에너지 다소비 형태의 산업구조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선진국이 기후변화를 위기로 규정하고 있고, 탄소 배출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빨라지는 데 비해 우리의 산업구조 전환이 늦어지고 대응이 늦어지면 우리 산업 경쟁력 및 통상 경쟁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기술의 개발, 신재생에너지 자원 개발 및 보급, 산업구조 고도화 등과 함께 우리와 유사한 입장의 나라와 연대해 필요하다면 탄소 중립2)으로의 국제사회 발걸음을 늦추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통상 리스크 대응 방안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을 언급할 때 불확실성이 라는 용어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우리 스스로 산업 경쟁력을 갖추기만 한다고 해서 충분하지 않다. 주요 선진국의 정책 변화에 대하여 정확하게 파악하고, 무엇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 오는 요인인지, 어떤 것이 단기적인 충격을 주는 요인인지를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과 우리와 유사한 국가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을 구분해야 한다. 많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의 대응 방안은 근본적인 문제에 지속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것일 수 있다. 어차피 코로나19 같은 예측 불가능한 변화까지 미리 준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와 완화의 주기적 변화 또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로 인한 통상 환경의 변화 등에 대한 우리의 바람직한 대응은 단기적이 기보다는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 물론 단기적인 대응도 중요하지만 이조차 중장기적 대응 기조 아래에서 마련해야 한다.







용어설명

  • * 글로벌 사우스 (Global South)(1)

    남반구나 북반구 저위도에 있는 인도·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120여 개 개발도상국. 북반구에 쏠려 있는 선진국을 가리키는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와 대비된다.



  • * 탄소 중립 (net zero)(2)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흡수량도 늘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늘어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