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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김정식·최석원·정영식 전문가 3人 “강달러 끝나면 보호무역 가능성… 산업 경쟁력 높여야”
  • 고성민 기자
  • 왼쪽부터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이 7월 18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대담 하고 있다. ‘통상'

    강달러 현상이 지속하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엔저 지속 등 환율 불안 요인이 이어지고 있다. 강달러는 한국은행의 정책 목표인 물가 안정을 어렵게 만든다.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7월 중순 발표한 ‘2024년 6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6월 수입물가지수는 142.76(2020년=100)을 기록했다. 작년 6월과 비교하면 9.7% 올랐다. 한국은 강달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통상’이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 등 3인에게 강달러의 국내 영향과 정책적 대응 방안, 전망 등을 물었다. 


    연세대 경제학 학·석사, 미국 클레어몬트대 경제학 박사, 전 한국경제학회장

    강달러는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이하 김정식)

    "강달러가 미치는 여러 영향 중에서 수입 물가가 가장 주목된다. 강달러로 수입 물가가 오르며 전반적으로 생활 물가가 올랐다. 물가 상승은 임금 상승과 산업·수출 경쟁력 악화로 이어진다. 또 강달러는 국내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춘다. 금리 인하가 늦어지면 부실 금융이 증가하고 내수 경기가 침체할 수 있다. 가뜩이나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이하 정영식) 

    "강달러는 일반적으로 수출 기업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긍정적 영향이 있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다른 점이 관측된다. 우리나라 수출 기업이 해외에 생산 기지를 많이 둔다는 것이다. 이전만큼 환율로 인한 수출 경쟁력 개선이 크지 않다. 다만 해외 생산 법인에서 들어오는 외화를 원화로 환전하면 수출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면이 있다. 반면 강달러는 금융 영역에서 우리나라의 외화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진다는 부정적 영향도 있다. 외화 부채 문제는 1997년과 2008년 두 차례 위기를 겪으며 많이 개선됐지만, 강달러가 이어지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이하 최석원) 

    “증시 흐름에는 이미 강달러가 반영돼 있다. 강달러가 진행되는 동안 수출 기업은 내수 기업보다 훨씬 주가가 좋았다. 환율 뿐 아니라 국내에서 임금·지대 등 생산 비용이 상승한 것이 원인이지만, 주식시장에서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의 격차가 확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강달러 혹은 원화의 달러 대비 약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예상하고 해외 증시에 투자하려는 흐름을 보인다. 나부터도 투자해야 한다고 하면 미국 증시를 유심히 보게 된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국내 증시와 자본시장은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



    통상에 미치는 영향은.

    김정식 “고금리와 강달러가 끝나면 미국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1980년대에 강달러로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하자, 금리를 내린 직후에 곧바로 보호무역을 꺼내 들었다.현재도 미국의 무역수지가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강달러가 끝나면 보호무역이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 대미 수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영식 “원화만 약세면 수출에서 우리가 좀 더 가격 경쟁력을 가질 텐데, 엔화가 원화보다 훨씬 더 약세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와 수출 경합도가 가장 높은 국가가 일본이다. 과거보다 경합도가낮아졌지만, 여전히 가장 높다. 일본과 경합도가 높은 석유, 자동차, 부품, 선박, 기계 등 업종은 강달러에도 불구하고 수출 경쟁력 면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서강대 경영학 학·석·박사

    강달러와 함께 엔화 약세 흐름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최석원 “글로벌 투자자도 일본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서 주목된다. 엔화는 우리보다 빠른 속도로 이미 통화 약세가 진행된 상태였고, 일본은 향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투자 자금이 일본으로 흐르는 이유다. 과거에는 원화 약세를 바탕으로 일본을 뚫고 우리가 점유율을 끌어올릴 산업을 노려왔으나, 지금은 그런 산업이 잘 안 보인다.”

    김정식 “엔·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엔화 가치 하락) 원·엔 환율이 많이 낮아지면, 일본의 수출이 늘고 우리 수출은 줄어든다. 현재 우리 경제에서 통상은 상당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거시 경제에서 물가·경기 등 대내적 균형은 좋은 상황이 아니다. 생활 물가가 높고 경기는 침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대외적 균형 측면에서 경상수지와무역수지가 흑자를 유지해 주고 있어 그나마 안심이다. 비록 ‘불황형 흑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만약 통상 부문에서 문제가 생기면 우리 경제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

    최석원 “내수 경기가 안 좋은데 경상수지마저 줄면 정말로 문제가 될 것 같다. 반도체가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하고 있지만, 반도체 사이클은 이제 중·후반기로 접어들었다. 시장에선 반도체를 대체할 만한 다른 수출 품목이 있는지를 걱정한다.”



    연세대 경제학 학·석사, 전 SK증권 미래전략부문 대표

    정책적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김정식 “미국 달러 문제이기 때문에 뾰족한 방법은 없다. 미국과 달리 우리는 경기가 침체했고 물가가 오르고 가계 부채는 늘고 있다.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별로 없다. 금리를 올릴 수 없지만 가계 부채 증가와 주택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내리기도 어렵다. 외환시장도 환율을 높이자니 자본유출과 물가 상승이 우려되고, 환율을 내리자니 외환보유액 소진이 걱정된다. 한국은 현재 4120억달러 수준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데, 만약 환율을 내리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면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대로 내려간다. 


    120억달러만 쓰면 3000억달러대가 되면서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낄수 있다.결국 산업 경쟁력을 높여 수출을 늘리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다. 수출 증진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무역구조를 보면,중국에서 낸 무역 흑자로 일본의 무역 적자를 메꿨다. 현재는 반도체를 제외하면 이미 대중국 무역에서 적자다. 강달러 이후 미국이 보호무역에 나서면 우리 무역수지가 상당히 우려된다. 신산업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보조금을 줘야 한다. 각국은 반도체 지원법을 속속 마련하고 있다. 우리 국회도 첨단산업 지원법을 만들어 줘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안정될 때까지 공공요금 인상을 연기해 물가가 너무 오르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이 있다.”


    정영식 “정교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지금도 노력하고 있지만, 통화 스와프 확대 노력 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또 지난 4월 한·미·일 재무 장관 회의에서 ‘원화와 엔화의 급격한 약세에 대해 우려한다’고 공감한 것처럼, 협의체를 보다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외환보유액을 쓰지 않으면서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예컨대 엔화가 지나치게 약세로 가는 점에 대해서 일본의 양적 완화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줄 수 있을 것이다.고부가가치 제조업의 산업 경쟁력 확보와 함께 금융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국내에선 저축이 쌓이고 개인·기관의 해외투자가 늘고 있다. 


    단순히 해외 유망 펀드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우리 금융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중요하다.외환 위기 가능성은 크게 작아졌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은 작년 말 기준 약 8100억달러다. 외환보유액을 빼면 약 3900억달러다.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대외 순자산이 많다.”


    최석원 “일본처럼 제조업 공동화의 우려가 커진 것 같다. 어떻게든 막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해외 기업이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지원책을 만들어줘야 한다. 해외 기업을 만나보면 한국의 노조 문제를 종종 우려한다. 국민적인 차원에서 합의를 끌어내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정책의 초점도 그곳에 맞춰야 한다.또 우리 대외 경쟁력의 중요한 축 중 하나는 자원 외교였다. 자원 외교를 해야 환율 변동과 원자재 가격 변동에 탄탄하게 대비할 수 있다. 해외에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부문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아봐야 한다.”



    + 수입물가지수 등락률

    자료 _한국은행


    강달러가 지속될까.

    정영식 “연말로 갈수록 강달러는 진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 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강달러가 진정되면 원화나 위안화, 엔화 등의 다른 통화는 약세가 진정되고 소폭의 강세로 반전될 것이다. 다만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이 변수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국익을 중시하는 입장에서 실용주의적 접근을 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성공 시 무역수지를 토대로 개별 국가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는 흑자가 증가하고 있다. 긍정적인 면이지만, 미국이 한국을 압박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최석원 “미국이 9월에 금리를 낮춘다는 것이 시장의 컨센서스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하더라도 미국이 2024년에 단 한 차례만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지금은 연내 1~2차례 금리 인하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강달러와 원화 약세는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식 “학계와 월가의 의견은 다른 것 같다. 월가에선 ‘9월 인하설’이 다수지만, 학계에서는 미국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금리를 인하하고 그 이후에도 고금리를 상당 기간 이어갈 것이라고 본다. 월가는 미국 대선이 11월이기 때문에 9월에는 정치적인 요인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듯하다. 반면 학계는 끈적한 인플레이션(StickyInflation·한 번 오른 물가가 끈적하게 달라붙듯이떨어지지 않고 상승 경향이 지속되는 현상)으로 인해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연될 거라고 본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한 번 도달했다고 금리를 곧장 인하하지 않고, 몇 달간 인플레이션이 안정되는지 지켜볼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렇다면 ‘9월 인하’는 시기적으로 이르다. 강달러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