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깊이 보기

특별 기고 | 오건영 신한은행 WM추진부 팀장 영원한 강세는 없다…强달러 미래는 美 무역수지 악화·경제 둔화가 전환점

지속되는 달러 강세가 글로벌 금융시장과 통상의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강(强)달러는 신흥국의 달러 표시 부채 부담을 높이기 때문에 미국 이외 국가 성장에 악영향을 주고 있음에도 쉽사리 달러 강세 기조가 풀리지 않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10년대 1달러당 1000~1200원에서 안정돼 왔던 환율이 2022년부터 1300원을 돌파한 이후 현재 1400원 목전에서 쉽게 방향을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강달러 기조가 형성된 이유와 전망을 짚어 보고자 한다. 달러 강세의 원인은 중첩적이다. 우선 미국의 금리1) 인상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대유행)으로 인해 글로벌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을 당시 과감하게 진행했던 강력한 경기 부양책은 40년 만의 인플레이션을 촉발했다. 그리고 그런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4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단행,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5.25~5.5%까지 상향 조정돼 있다. 높아진 미국 금리는 달러 보유의 매력을 높여 달러 수요가 증가한다.이는 달러 강세에 상당히 기여한다. 



다음으로 미국의 독보적인 성장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성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다른 나라에서는 미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강해지게 된다. 이때 투자는 설비투자도 있겠지만 금융자산에 대한 투자도 포함하는데, 어느 쪽이건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달러를 매입해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2022년 상반기를 제외하면 미국의 성장은 다른 나라를 압도해, 고금리 상황에서 미국으로 투자 쏠림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곧 달러 수요 급증과 달러 가치 급등으로 이어진다.미국의 고성장, 고금리는 현재 상황을 설명할 뿐 아니라 앞으로 진행 방향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시장의 기대를 유발한다. 한 국가의 금리가 높더라도 경제성장세가 더 강하면 국가의 자산 가격과 통화가치는 오히려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반면 금리는 높지만, 성장이 약하다면 고금리 부담으로 인해 더욱 성장이 부진해져, 그 국가에 대한 투자 매력이 감소하며 통화에 대한 수요와 가치가 떨어진다. 금리는 전 세계가 자국의 금리를 사용하지만, 미국 금리가 미치는 영향도 지배적이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했을 때 자본 유출에 대한 압박을 받는 국가도 있는 만큼 자국의 경제 상황에 초점을 맞추면서 반대로 금리를 인하하는 ‘역주행’을 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미국의 성장은 다른 국가의 성장 대비 압도적으로 강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글로벌 경제 상황보다는 자국 내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하려 한다. 이 경우 미국보다 성장이 약한 국가는 저성장 속에서 미국의 고금리 부담까지 흡수해야 한다. 성장이 더욱 짓눌리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성장 격차를 벌려 달러 강세를 공고히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강달러를 자극하는 요인으로는 앞서 설명한 성장과 금리도 있지만, 선진국의 행보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인이다. 대표적인 선진국인 유럽과 일본은 경제성장이 강하지 않아, 미국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일정 수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쓰거나 미국 대비 덜 긴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경우 유로화와 엔화 약세 기조가 만들어지는데, 선진국 통화인 유로화와 엔화가 약세인 상황에서 수출 성장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이 자국의 통화를 강세로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결국 미국 이외 선진국의 통화 약세 기조를 신흥국이 따르면서, 자국 통화 약세와 달러 강세를 강화하게 되는 것이다.이렇게 보면 달러 강세는 영영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어떤 자산이건 통화건, 영원한 강세는 불가능하다. 달러 역시 마찬가지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미국 무역수지2)는 악영향을 받는다. 특히 달러 강세와 자국의 호경기에 기반해 해외 수입품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이며 기록적인 재정 및 무역 적자를 기록한 미국은 향후 대규모 무역 적자에 대한 재조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게 될 수 있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유지해 온 고금리 영향으로 미국 경제 역시 일정 수준 둔화 기조를 보이고 있다. 둔화 기조가 이어졌을 때 성장 둔화를 제어하는 차원에서 진행되는 미국의 금리 인하는 달러 강세 기세를 꺾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밖에 2012년 아베노믹스 이후 12년간 이어져 온 엔화 약세의 부작용으로 물가 상승 및 수출과 내수 양극화를 심하게 겪고 있는 일본이 추가적인 엔화 약세를 제어하고자 한다면, 선진국의 통화 약세 기조 역시 일정 수준 약화 할 수 있다. 미국의 성장 둔화와 금리 인하 그리고 선진국 통화 약세 기조 제한 등은 현재까지 이어지는 달러 강세의 전환점을 향후 만들어낼 수 있는 주요 이정표가 되리라 판단한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차별적인 성장세가 과거보다 강해진 점을 감안할 때 예전 같은 수준의 달러 가치로 떨어지기를 기대하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용어설명

  • * 미국 금리(1)

    미국은 2020년 3월부터 유지했던 0.25% 금리를 2022년 3월 0.50%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줄줄이 인상해 현재 5.50% 유지 중.



  • * 미국 무역수지(2)

    미국의 무역 적자는 7월 751억달러 (약 103조8408억원)로, 올해 들어 적자 폭 확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