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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아침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주차장에 검은색 소형 버스가 하나둘씩 케냐, 탄자니아, 세이셸 등 아프리카 국가 국기 배너가 있는 곳에 정차했다. 버스에서 내린 넥타이 정장 차림의 중년 아프리카인들이 킨텍스 전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6월 4~5일 고양시와 서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주재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한 48개국 정상과 대표들이었다. 이번 정상회의는 우리나라의 첫 번째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다. 10개국은 국가 원수가 직접 방한(訪韓), 윤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했다. 6월 10~16일(현지시각)엔 윤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 순방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과 아프리카 정상·대표들은 ‘핵심 광물 대화’를 출범시켰다. 한·아프리카는 경제 동반자 협정(EPA)과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를 체결하고, 투자 보장 협정 확대로 기업 간 교류 활성화를 촉진하기로 했다. 도로·철도·교량 같은 대규모 인프라 협력과 아프리카 해적 퇴치, 대테러 지원 등 평화·안보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회의 중 체결된 조약·협정은 13건, 양해각서(MOU)는 39건에 이른다.윤 대통령과 아프리카 48개국 정상·대표는 공동선언문에서 동반 성장과 지속 가능성, 연대 등 3대 협력 방향에 공감하고 교역·투자·인프라 등 7대 중점 협력 분야도 선정했다.
양측의 협력 사업 이행을 위해 경제협력장관회의(KOAFEC), 농업장관회의 등 고위급 협의체의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서 가스전60억달러(약 8조2500억원) 추가 수주 가능성을 키웠고, 리튬·몰리브덴·텅스텐 등 반도체·이차전지 소재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을 계기로 2700억원 규모의 한국형 고속철 수출 계약이 체결됐다. 내년엔 한⋅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회의 개최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첫 번째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내년에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개최에 나서기로 한 것은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2023년 5월 한⋅태평양 도서국 간 첫 정상회의를 개최한 데 이은 것으로, ‘글로벌 통상 중추 국가’로 가는 행보가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이를 위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등 120여 개 개발도상국을 통칭하는 글로벌 사우스와 동반 발전하는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특히 자원이 풍부하고, 젊은 인구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아프리카는 지구촌의 신성장 동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아프리카의 경우 25세 이하가 총인구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10여 년 전부터 전 세계 주요국은 아프리카에 러브콜을 보내왔다.미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러시아, 튀르키예 등 주요국은 10여 년 전부터 다수 아프리카 국가정상과 정상회의를 하는 ‘다자 정상회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와 협력은 니켈, 리튬, 흑연, 코발트 희토류 등 풍부한 광물자원을 확보하고 한국의 앞선 기술인력 및 노하우를 결합하여 상호호혜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한국은 원조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제공하는 국가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전환한 유일한 사례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매력적인 대상으로 다가설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첫 1+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아프리카 정상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우리 정부의 ‘K실크로드’ 구상에 대해 중앙아시아 3국 정상의 지지를 확보한 게 이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