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정준 한림대학교 글로벌협력대학원 연구교수
햄버거와 치킨 없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콜라 없는 햄버거와 치킨은 상상하기도 싫다. 칼로리 부담에도 거부하기 힘든 조합인데 죄책감과 즐거움의 공존, 이른바 ‘길티 플레저’를 더해주는 콜라가 중심이다. 애초 ‘당 덩어리’ 이전에 의약품으로 개발된 콜라의 역사 속 무역이야기의 첫 페이지는 188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134년 전이다.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을까. 제조과정에서 원료인 콜라 열매와 함께 코카 잎과 카페인이 포함됐을 뿐 아니라 특히 설탕이 과다하게 들어가 건강을 위협하는 식품이라고 비판받는 콜라는 사실 소화불량과 두통, 신경증을 치료하기 위한 자양강장제 성격의 의약품 ‘코카콜라’로 탄생했다. 1886년의 일로 미국의 약사인 존 펨버턴(John Pemberton)이 발명했다. 이어 1898년에는 또 다른 미국인 약사 케일럽 브래덤(Caleb Bradham)이 ‘펩시콜라’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역시 위액의 주요 성분인 펩신을 넣은 탄산수로 소화제 성격이 강한 음료였다. 지금은 청량음료로 노선을 변경했으나 여전히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나 속이 더부룩할 때 콜라가 떠오르는 것은 탄산의 화학적 효능뿐 아니라 나름 역사적 기원의 역할이 있다.
이것은 메시와 호날두, 또는 삼성과 애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그 못지않을 전쟁과도 같은 이야기로, 주인공은 바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다. 비슷한 시기에 개발된 두 콜라는 오랜 시간 ‘콜라’의 대명사로 총성 없는 전쟁을 해오고 있다. 그 사이사이 우리나라의 815콜라를 포함하여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콜라를 생산, 판매했지만 이들의 아성을 넘을 수는 없었다. 베일에 감춰진 제조법, 이를 아는 이들은 절대 한 비행기에 탑승불가라는 철저한 경영원칙 등 그 경쟁력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지만 콜라전쟁의 이면에는 이 둘의 확실한 유통 가치관이 특히 큰 역할을 한다.
선두의 코카콜라는 기본적으로 굴지의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과 계약을 하고 그 소비자들에게 콜라를 공급하는 방식의 유통체계를 가지고 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 KFC 등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패스푸드계의 공룡기업들이 바로 그 파트너다. 다시 말해 이들 매장에서 시킨 세트에 포함된 콜라는 코카콜라가 되는 방식이다. 참고로 롯데리아는 국내에서 롯데가 유통하는 펩시콜라를 제공한다. 그 외에도 펩시콜라는 모회사인 펩시코(PepsiCo)가 한때 직접 소유했던 피자헛, 타코벨을 중심으로 콜라를 보급했다. 2010년엔 국내에서 롯데가 코카콜라와 동행해오던 KFC와의 거래를 추진하다 법적 다툼이 발생하는 등 콜라 유통의 세계는 역사, 드라마, 전쟁 등 그 장르가 다양하다. 그 와중에 롯데리아는 2039년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우주정거장 1호점 오픈 목표를 밝혔다. 만약 이것이 실현됨으로써 특급 마케팅의 기회로 인식되면 또 한 번 유통경쟁이 심화되고 그 장르는 공상과학(SF)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은 연합군에 ‘100억 병’의 물자를 공급했는데 이는 무기인 화염병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코카콜라다. 전쟁 중에도 그 맛을 잊을 수 없던 아군을 위해 코카콜라가 공급되고 생산기지까지 설립됐다. 난처해진 건 적대국 독일이다. 이때까지 코카콜라 소비가 미국 다음가던 독일은 코카콜라와 강제 작별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 미국에 대한 무역금지조치를 취하고 독일 내 코카콜라 생산, 판매도 금지됐다. 이때 독일이 코카콜라 대체용으로 만든 것이 환타다. 1960년 환타는 코카콜라에 인수됐으니 독일은 미국과 전쟁에서 두 번 패한 격이 됐다. 한편 소비자는 승리했다. 코카콜라와 무역 갈등 속에 환타가 탄생했으니 제품 다양화를 통한 소비자 후생 증진의 무역 효과가 빛을 발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전쟁에서 본격적인 관세폭탄을 투하하기 4개월여 전인 2018년 3월, 무역 관련 국가안보를 이유로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근거해 수입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알루미늄 가격이 11% 인상되면서 코카콜라의 소비자 가격 인상까지 덩달아 예고됐다. 콜라 캔의 원재료가 알루미늄이기 때문인데, 안타깝지만 이번에는 무역의 소비자 후생 증진 실패 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
※ 참고: <일곱 가지 상품으로 읽는 종횡무진 세계지리>(조철기, 2017), <음식경제사: 음식이 만든 인류의 역사>(권은중, 2019) 및 인터넷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