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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주의의 심화 속
한국에 쏟아지는 수입규제, 대응전략은?

강준하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코로나19 사태로 각국 정부는 과감한 재정정책 도입과 각종 부양책으로 자국 경제와 산업의 회복을 위해 적극 나서는 한편 각종 수입규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기간에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특히 인도, 중국, 터키,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수입규제 조치 건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에 보호무역주의 심화의 배경을 짚어보고 수입규제조치 현황과 통상환경의 변화에 따른 우리의 대응전략을 살펴보자.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친 지 1년이 지난 지금 세계경제는 휘청거리고 있다. 각국의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그 피해가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의하면 2020년 경제성장률은 미국 –3.7%, 일본 –5.3%, 독일 –5.5%, 프랑스 –9.1%, 영국 –11.2% 등 주요 국가가 모두 큰 폭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1.1%로 OECD 국가 중에서 선방한 편이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물자 및 상품의 이동이 제한되었으며, 부품이나 원자재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공장 등 생산설비의 가동이 중단되는 경우도 나타났다.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자 실업자가 양산되고 개인 소득이 감소되었으며, 많은 국가의 내수 경기가 엉망이 되었다. 국내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각국 정부는 적극적이고도 과감한 재정정책을 경쟁적으로 시행하면서,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자국 내 산업의 회복을 위해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품에 대한 각종 규제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심화의 배경

코로나19 사태가 각국의 보호무역 경향을 강화하는 촉매제 역할은 했지만 주요국의 보호무역주의적 행태는 그 이전부터 나타났다. 그 원인은 글로벌 저성장과 신흥국들의 부상, 그리고 그로 인한 공급과잉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저성장 기조가 자리를 잡은 가운데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은 공격적인 경제성장 정책을 수립해 시행했는데, 특히 자국 내 제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제조업 강국이 되고자 박차를 가했다. 2015년 5월 중국 국무원은 ‘중국제조(中國製造) 2025’라는 산업고도화 전략을 발표, 중국은 이 전략을 통해 향후 30년간 주요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여 국제무대에서 선도국가로서 발돋움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인도는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정부 출범 후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나가고 있다. 이는 대표적인 제조업 육성 정책으로서 해외투자를 끌어들여 인도 내에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2022년까지 인도의 제조업 비중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5%로 상향시켜 1억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신흥국들의 제조업 중시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철강제품 등 주요 품목의 공급과잉 현상을 불러왔다. 특히 중국이 자국 내 조강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내수에서 소모되지 않은 많은 양의 철강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면서 국제시장에서 철강제품의 가격이 급락하고 공급과잉에 따른 치열한 경쟁을 불러왔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저가의 중국산 철강제품이 자국 내로 들어와 자국 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인식하에 중국산 제품의 수입 규제 조치를 취하게 되었고, 그 결과 다수의 통상분쟁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러한 와중에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고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1월 20일 취임하면서 중국과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었다. 2017년 8월 미국의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관행을 문제 삼아 미국 통상법 제301조에 따른 조사를 개시하는 한편 중국산 수입상품에 대해 대규모 관세를 부과했다. 2018년 1월 22일에는 수입산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했고, 같은 해 3월에는 미국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등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 수출국가들은 미국의 조치에 반발했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여 분쟁해결절차가 진행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적어도 당분간은 중국에 강경책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중 통상분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통상입국(通商立國)을 기치로 내걸고 GDP의 상당 부분을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매우 불리한 통상환경이다. 실제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견제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청두 미영사관 현판마저 파내는 중국. 2020년 7월 중국 쓰촨성 청두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 건물에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이라고 적힌 현판을 한 인부가 떼어내고 있다. 이총영사관은 7월 27일 공식 폐쇄됐다. 중국은 앞서 미국 휴스턴에 있는 자국 총영사관이 폐쇄당하자 이에 맞서 청두 주재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요구했다.
신흥국들의 수입규제 조치 증가와
지난해 한국 제품 규제 역대 최다 기록

한국 제품은 기술과 가격, 그리고 디자인 면에서 국제 경쟁력을 키워왔으며, 이에 따라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국의 각종 규제도 점점 심해졌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던 2020년은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역대 최다를 기록할 만큼 한국 제품이 고군분투한 해였다.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는 2015년 166건, 2017년 187건, 2019년 210건 등 매해 증가해왔다. 게다가 작년에는 미국, 인도, 중국 등 26개국으로부터 총 229건의 수입규제 조치를 당함에 따라 2020년은 한국 제품에 대한 규제가 가장 심했던 해로 기록되었다. 이를 형태별로 살펴보면 반덤핑이 165건으로 가장 많고, 세이프가드, 상계관세 순이다. 총 229건 중 70% 이상이 반덤핑일 만큼 그 숫자가 압도적이다.
수입규제 조치의 주된 대상 품목은 철강·금속인데, 이는 세계시장에서 철강제품의 공급과잉과 경쟁이 그만큼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철강·금속 제품에 이어 화학, 플라스틱·고무, 섬유 등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도 두 자릿수를 넘어섰다. 한 가지 특기할 만한 사실은 한국 제품에 대해 인도, 중국, 터키,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이 취하는 수입규제 조치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하반기 한국 제품에 대한 외국의 주요 수입규제 현황을 보면 그러한 점이 잘 나타난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최근 신흥국의 자국 제조업 진흥정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입규제 조치가 더 이상 선진국의 전유물이 아니라 신흥국이 자국의 제조업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 수단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철강·금속 제품에 대해서는 미국이 가장 많은 수입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화학 제품에 대해서는 인도가 가장 많은 수입규제 조치를 취했다.

2020년 대(對)한국 수입규제 조치 현황
2020년 대(對)한국 수입규제 조치 현황 유형별(건수)
유형별
(건수)
반덤핑 세이프가드 상계관세
165(26) 54(22) 10(1) 229(49)
2020년 대(對)한국 수입규제 조치 현황 국가별(건수)
국가별
(건수)
미국 인도 중국 터키 캐나다 기타(21개국)
46(6) 34(8) 16(1) 14(1) 13(0) 106(33) 229(49)
2020년 대(對)한국 수입규제 조치 현황 품목별(건수)
품목별
(건수)
철강·금속 화학 플라스틱·고무 섬유·의류 전기전자 기계 기타
110(18) 53(15) 20(5) 17(2) 8(1) 1(1) 20(7) 229(49)
자료: 2020년 하반기 對韓 수입규제 동향과 2021년 상반기 전망(코트라, 2021. 1, 단위: 건수(조사중 건수))
선진국 중심으로 탄소국경조정 등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 등장

각국의 수입규제 조치가 확대되면 기업들은 해외투자를 늘려 현지에 공장 등 생산시설을 짓거나 물류 경로 및 수출선 다변화를 꾀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미·중 갈등이 고조되면서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Global Value Chain)의 재배치 및 재구축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황이 되었다. 선진국과 주요 신흥국 간 임금격차가 축소되고 원자재 가격 및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본국회귀(Reshoring)가 가속화된 측면도 공급망의 재배치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은 적극적인 기업유치 활동을 통해 미국에 직접 투자할 것을 권하고 있으며, 이에 많은 수의 기업이 호응하여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현지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제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의 기업 입장에서도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한국은행의 보고서(2020)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수출구조는 과거에 비해 완제품보다는 중간재의 수출 비중이 늘어났으며 중국이 중간재의 최종 귀착지가 되는 비율도 상당히 증가했다. 따라서 미·중 갈등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이외의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방안을 포함해 물류 및 생산방식의 변화 등 기업 공급망을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가 양자적인 접근 방식보다는 국제기구의 복원과 우방국들과의 연합을 통한 다자적 접근을 선호할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의 대중 강경 노선은 당분간 변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반덤핑, 세이프가드, 상계관세 등 전통적 의미의 무역구제제도뿐 아니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탄소국경조정 등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이 등장할 개연성이 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인권, 노동, 환경 등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워 통상정책을 전개할 가능성이 있다. 대중 관계에 있어서도 인권보호, 환율조작 등의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근거로 탄소국경조정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EU도 이러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지난 2월 18일 EU 집행위원회는 WTO 개혁과 녹색 경제로의 전환 등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무역정책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WTO 개혁안을 제안하고, 국가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의 무역 왜곡을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규범 협상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EU는 최근 신설한 통상감찰관(Chief Trade Enforcement Officer) 제도를 통해 노동, 환경 및 반덤핑·보조금 등 불공정 무역행위에 대한 감찰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와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새로운 형태의 무역장벽 도입은 수출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이외에 신흥국도 수입면허, 강제인증 대상 품목 확대 등 비관세장벽을 강화하고 있어 신흥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견제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인도는 자유롭게 수입되었던 타이어와 TV 제품을 수입 규제하면서 인도 정부로부터 사전 수입면허를 취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도 국가인증 대상품목을 238개로 대폭 늘려 잡으면서 인증절차가 향후 교역에서 비관세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함께 아세안(ASEAN) 회원국인 태국과 필리핀도 의무인증대상 품목을 늘리고 있어 해당 국가에 수출하는 기업은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외국의 대(對)한국 주요 수입규제 조사·조치 동향
외국의 대(對)한국 주요 수입규제 조사·조치 동향 - 조사개시일, 규제국가, 품목명, 규제내용
조사개시일 규제국가 품목명 규제내용
2020.7.9 베트남 액상과당(High-Fructose Corn Syrup) 반덤핑(조사 중)
2020.7.13 호주 구리관(Copper Tube) 반덤핑(조사 중)
2020.7.28 미국 무계목강관(Seamless carbon and Alloy Steel Standard, Line, and Pressure Pipe) 반덤핑(조사 중)
2020.7.28 미국 무계목강관(Seamless carbon and Alloy Steel Standard, Line, and Pressure Pipe) 상계관세(조사 중)
2020.7.28 말레이시아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Polyethylene Terephthalate) 반덤핑(조사 중)
2020.8.25 파키스탄 황색무기크롬안료(Inorganic Yellow Chrome Pigment) 반덤핑(예비판정)
2020.10.16 중국 폴리페닐렌술파이드(PPS) 반덤핑(예비판정)
2020.11.4 미국 강철못(Certain Steel Nails) 반덤핑(예비판정)
2020.11.10 인도 카프로락탐(Caprolactam) 반덤핑(조사 중)
2020.11.20 미국 송유관(Welded Line Pipe) 반덤핑(최종판정)
2020.11.30 미국 감열지(Thermal Paper) 반덤핑(조사 중)
2020.12.7 인도네시아 발포 폴리스티렌(Expansible Polystyrene) 세이프가드(조사 중)
자료: 통권 제70호 <무역구제> (무역위원회, 2020.9.25 발행)
신흥국의 추격과 선진국의 수입규제 강화 속 한국의 대응전략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더라도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그동안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지만 미·중 간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신흥국의 계속되는 추격과 선진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의 수입규제 조치가 강화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한국은 전략을 짜야 할 것이다. 대응전략의 수립과 실천은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과 기업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일로 나눌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을 먼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급변하는 통상환경에 노출되는 위험을 상시적으로 감수하고 있으므로 주요 교역국들과의 국제통상 네트워크 구축 및 유지, 그리고 새로운 국제규범의 성립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활용하여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등 신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노력하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한편 한-아세안 FTA,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등 기존 FTA의 업그레이드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중국 등 특정 국가에의 의존도를 줄이면서 주요 교역국에 대한 적절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위험을 분산하고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작년 1월 미국, EU, 일본의 통상장관들은 공동성명서를 통해 산업보조금에 WTO 보조금 협정의 개정을 제안한 바 있고 이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는 구체적 전략을 가지고 이러한 규범형성 과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한편 최근 발효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등 메가 FTA에서는 디지털 무역, 국영기업, 반부패, 거시경제 정책 및 환율 등 새로운 주제에 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내용들을 면밀히 분석·검토함으로써 새로운 FTA 협상이나 기존 FTA 개정 과정에 필요한 경우 이를 포함할 수 있도록 참고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는 기업이 새로운 형태의 규제에 대하여 적극 대응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환율상계관세, 탄소국경조정 등 새로운 형태의 규제는 기업, 특히 중소기업으로선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해외공관 및 정부 간 대화 채널 등을 통하여 수집한 정보를 적시에 관련업계 및 전문가들에게 제공하고, 필요하면 수출자에 대한 교육 등도 지원해야 한다. 현재 코트라(KOTRA), 한국무역협회 등에서 세계 각국의 수입규제 현황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나 개별 기업 입장에서 보면 다소 추상적이고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고 구체적인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체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무역 당국 간 소통 채널을 확보하여 정보 교류 및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야 한다. 무역 당국 간 대화는 양자 채널에 의할 수도 있고, 다자 포럼을 활용할 수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가 매년 개최하는 ‘무역구제 서울국제포럼’의 경우에도 무역구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주요국의 무역 당국이 가지고 있는 무역구제 관련 기법 및 방식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외국 정부의 수입규제에 대응하는 것은 1차적으로는 기업의 몫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요국 수입규제 당국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정교하고 철저한 원가관리를 통해 규제 가능성이 큰 수출품목에 대해서 덤핑판정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수출기업은 항상 예측할 수 없는 통상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을 인식, 사내 통상조직을 운영해 수입규제 조치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 통상의 전문성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긴 호흡을 가지고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당장 기업에게 급박한 통상 현안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적절한 통상조직을 유지하고 통상전문가에 대한 재교육과 훈련을 통해 기업은 자체적인 통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의 기업들도 수입품에 대해서 국제통상법이 허용하는 무역구제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쟁국 기업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바로잡고 수입의 급증으로 인한 국내 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중소기업의 무역구제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 그리고 관련 협회는 기업의 통상 담당자들에게 무역구제제도에 대해 설명하고 그 효용성에 대해 알릴 필요성이 있다. 미국 상무부 국제무역행정청(ITA)이 미국의 기업들에게 연간 수백여 건의 제소지원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면에서 참고할 만하다.

2020년 12월 18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네 번째)과 아구스 수파르만토 인도네시아 무역부 장관(왼쪽 세 번째)이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 협정(CEPA) 서명식에서 협정서와 이행약정서에 정식 서명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19년 5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세계 무역환경 변화와 무역구제제도의 발전 방향을 주제로 개최된 ‘2019 무역구제 서울국제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