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메타버스 시대를 맞기 위한 과제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메타버스는 증강현실 클라우드, 매직버스, 미러월드, 사이버스, 공간 인터넷 등 다양하게 불린다. 이들 용어는 서로 공통점도 있지만 조금씩 다른 것을 말하기도 한다. 본질적으로 메타버스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이런 측면에서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은 메타버스의 발아 과정일 뿐이다. 메타버스가 현실화되는 데 10년 이상의 기술발전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지난 3월 2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공개한 AR·VR 플랫폼 메시(Mesh). 지구 반대편의 사람끼리도 서로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 소통할 수 있다.(자료: 마이크로소프트)

3차원 게임 공간에서 새로운 정체성, 활동, 경제 구조를 갖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 새로운 디지털 세계를 만들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동물의 숲’, ‘제페토’ 같은 것이 메타버스의 모습이라고 생각될 것이다.
또 다른 방향에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현실에 중첩되거나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장비와 센서가 결합하며 기존 현실의 확장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게임 기반이 아닌 MR의 방향은 현재 ‘홀로렌즈’를 기반으로 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 ‘오큘러스’를 활용하는 페이스북 외에 애플이나 구글, 삼성의 참여가 이루어질 것이다.
이런 흐름에서 진정한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이슈를 하나씩 살펴보는 것이 조금 지나치게 기대감이 늘어난 시점에서 필요한 논의라고 생각한다.

메타버스를 위한 기술 플랫폼

메타버스를 3차원 게임 공간이라는 메타포로 제작할 경우 고성능 게임 엔진이 필요하다. 로블록스는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활용했고, 에픽게임스의 포트나이트는 자사의 언리얼 엔진을 활용했다. 에픽게임스는 최근 장기적으로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해 소니의 2억 달러를 포함해 1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받았다.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는 ‘유니티’의 엔진을 사용하고, ‘포켓몬 고’로 유명한 나이앤틱랩스도 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리얼 월드 플랫폼’을 소개했고, 이를 위해 지구 스케일의 AR을 만들기 위한 ‘에셔 리얼리티’와 컴퓨터 비전과 머신러닝 회사인 ‘매트릭스 밀’을 인수했다.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로 접근하는 기업은 현실과 연계한 디지털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MS의 ‘메시(Mesh)’는 협업을 위한 솔루션으로 보이지만 여러 층위의 MR을 홀로렌즈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메타버스를 지향하는 플랫폼의 가능성을 보인다. 여기에 협업 툴 ‘팀즈’와 고객관계관리 솔루션 ‘다이나믹스365’ 등의 협업도구를 통합해 MR에서 MS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게 만들었다.
엔비디아는 2019년에 ‘옴니버스’를 소개했고 최근 이를 기업용으로 전환해 여러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BMW는 옴니버스로 디지털 트윈 공장을 시험하고 있다. 새 모델의 출시에 맞춰 생산라인 조정 과정을 옴니버스를 통해 가상 공장에서 진행하는 것이다. 기계설비뿐 아니라 엔비디아의 디지털 휴먼 시뮬레이션으로 작업자의 워크플로를 조정하고, ‘아이작(Issac)’ 로봇 플랫폼으로 지능형 로봇의 배치와 훈련을 가상 진행했다. 가상 공장의 생산 시스템을 설계하고 조정하는 전반적인 과정에서 엔지니어, 시설 관리자, 공정 전문가가 실시간 협업을 진행했다.
메타버스에서 인공지능(AI) 기반 가공의 인물을 만드는 기술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언리얼 엔진으로 만드는 메타휴먼 크리에이터는 고품질의 디지털 휴먼을 1시간 안에 만들어내게 한다. 여기에 음성 인식과 자연어 처리 기능을 통합하면 우리가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게 인간인지 봇인지 구별하기 힘들어진다.
앞으로 요구되는 기술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아이템을 그대로 디지털 공간에서 재현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이나, 다양한 유형의 디지털 공간을 서로 연결하는 기술일 것이다. 3차원 데이터와 지리공간정보 기술을 이용해 실세계를 오픈 메타버스로 구현하고자 하는 접근이 에픽게임스의 비전 중 하나인데, 최근 언리얼 엔진과 세슘(Cesium)을 연결해 글로벌 고해상도 3D 콘텐츠를 만들려는 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 세계가 하나의 해결방안이라는 주장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참여하는 기업은 디센트럴랜드, 크립토복셀스, 솜니움스페이스 그리고 샌드박스다. 특히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를 기반으로 가상 세계 간 아이덴티티와 자산의 이동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사용자를 위해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제공 기업인 구글, 아마존, MS의 역할이 중요하다. 구글의 ‘클라우드 스트리밍 기술’, 아마존의 ‘수메리안’, MS의 ‘애저 스페이셜 앵커(Azure Spatial Anchor)’와 ‘애저 리모트 렌더링 (Azure Remote Rendering)’ 등은 메타버스를 지향하는 많은 플랫폼이 클라우드 서버에서 작업하게 함으로써 브라우저와 하드웨어의 부담을 줄인다.
메타버스를 구축하기 위한 플랫폼 기술은 아직 하나의 거대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를 나누어서 서로 다른 공간에서 만나게 하는 것이다. 지금 나타나는 많은 플랫폼은 결국 작은 규모의 디지털 공간이지 아직 메타 ‘버스’라고 부를 수준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은 좀 더 많은 사용자를 동시에 지원하는 클라우드와 연계한 서비스가 더 발전해야 한다.
메타버스의 기술 기반은 메타버스를 만드는 플랫폼, 사용자들이 자신의 창의성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끊임없이 만들어낼 수 있는 도구, 사용자 간 상호작용과 안전한 거래를 이루게 할 수 있는 기능, 수억 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다양한 유형의 메타버스 간 연결과 이동을 도와줄 수 있는 커넥터 등이 될 것이며, 조금씩 진화하면서 빌딩 블록으로 하나씩 쌓아갈 것이다.
하드웨어의 경우, 8K 이상 고해상도에 안정감 높은 영상을 지원하면서 사람의 시각 기능 특징을 반영하는 기술 적용이 필요하다. 나아가 메타버스에서 만나는 사람과 객체에 대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글러브나 슈트의 개발 역시 앞으로의 과제다.

메타버스의 경제 시스템

가상 세계의 초기 모델인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린덴 달러’라는 가상의 토큰을 통해 자체 경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금도 대부분의 서비스에서는 자체 가상화폐를 발행한다. 로블록스의 ‘로벅스’, 포트나이트의 ‘브이 벅스(V-Bucks)’, 마인크래프트의 ‘마인크래프트 코인’ 등이 그 예다.
사용자가 많은 포트나이트는 가상 경제 시스템 규모가 연간 2조 원이 넘는데, 주로 아바타를 꾸미는 스킨을 구입하는 소액 결제다. 자유도가 높은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만드는 게임이나 아바타 스킨, 그리고 패션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이런 가상 경제는 결국 플랫폼 사업자보다 가상 아이템을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를 지켜봐야 한다. 우리가 모바일 시대 앱 마켓을 통해 전체 생태계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가상 경제에 등장하는 또 하나의 시도는 블록체인, 특히 NFT를 통한 소유권과 진품 인증, 그리고 이를 통한 거래 시스템을 메타버스에 적용하자는 접근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 공간 서비스 업체가 판매하는 디지털 자산에는 가상의 땅도 있다. ‘디센트럴랜드’에서 지난 4월 11일에 거래된 4만1,216㎡의 가상 땅은 57만2,000달러(약 6억4,000만 원)에 판매되었다. 이는 웹 초기 도입 시기에 도메인 네임을 사들이는 것과 유사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가상 땅을 우선 구입한 후 기업에게 되팔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방문자 트래픽이 높아지는 곳의 가격은 올라갈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중앙 위치에 대한 수요가 높다. 아타리는 레트로 스타일의 아케이드를 구축했고, 아디다스는 디센트럴랜드에 가상 패션 전시공간을 만들었으며, 공연을 위한 장소는 뮤지션들에게 인기를 끈다.
가상 경제 시스템에서 첫 번째 논의할 이슈는 효율성과 공정성이다. 사기나 도용의 문제를 처리해야 하며 이는 특정 기업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과 정책을 어떻게 만들어 낼 것이고, 부정적인 측면이 나타났을 때 이에 대한 제재나 처벌을 어떤 절차와 법률에 의해 대응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제 가상 경제가 본격적으로 규모 있게 성장하는 가운데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많은 문제가 나타날 것이고, 이를 누가 어떻게 책임을 갖고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거버넌스 문제가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표준과 연결의 문제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경제가 상호 연결 운영되기 위해서는 표준과 연결을 통한 관계의 정립 또는 교환의 방식이 필요할 수 있다.

가상 부동산 판매 현황(롤플레잉게임 디센트럴랜드, 단위: 백만 달러)
메타버스 구현이 가져올 사회적 이슈

메타버스가 구현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사회적 이슈와 마주치게 될 것이다. 이를 해결해나가는 노력은 기업이나 고객만의 몫이 아니라 사회의 규범이나 규율과 합치가 되거나 규율이 그에 맞게 변화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정체성이 얼마나 나를 나타내며, 내가 책임질 수 있는 것인가는 자기 정체성 기만의 문제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특히 메타버스에서는 나이, 젠더, 인종을 모두 다르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친밀감이나 새로운 관계를 얼마나 인정할 수 있을까?
한 법률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갖는 법적 리스크는 기기의 문제가 아닌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안이라는 결과가 있다. 다양한 기기 등을 통해 그전에 다루지 않았던 눈동자의 움직임, 아바타와 교류 방식의 선호도, 친밀감 표시 등 기존과는 다른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다. 특히 개인 정보의 처리와 통제 문제는 더욱 복잡한데, 수많은 가상 아이템의 거래, 사람이 아닌 존재와의 대화와 협업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윤리적 이슈는 정체성 속임부터 시작해 괴롭힘, 아바타 탈취, 통화 갈취나 지나친 구매 유도, 사기, 아바타나 사회적 계층에 따른 서비스 차별, 허위 정보 유포 등 지금 온라인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세컨드 라이프에서 지나치게 관계와 관리에 지친 사람이 자신의 아바타를 자살로 삭제하고 무덤으로 표현하는 일도 있었으며, 이 기능을 악용해 다른 사람의 아바타를 해킹한 다음 자살해버리는 일도 있었다. 메타버스에서 누군가 나의 아바타를 탈취해 삭제해버리면 이는 살인일까 아닐까?
영화 <매트릭스>나 <써로게이트>에서 묘사한 것처럼 현실의 삶에 만족하지 않으면서 메타버스에서만 생활하는 사람의 선택은 자유일까 아니면 정신 건강의 문제일까?
메타버스는 그 단어가 갖는 매력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지만, 지금 나타난 서비스 중에 제대로 메타버스 수준으로 평가할 것은 아직 없다. 주요 서비스 운영자들도 메타버스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10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가 현실이 아닌 또 다른 세계에서 내가 원하는 다른 모습으로 살려고 하는 욕망이 계속되는 한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 사회 시스템, 경제, 윤리 이슈는 메타버스 1.0에 도달할 때까지 시행착오와 많은 교훈을 얻으면서 풀어가야 할 숙제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만일 메타버스 안에 존재하는 시뮬레이션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복잡하고 많은 문제가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특집 용어 정리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가상과 현실의 공간을 분간할 수 없도록 만드는 기술. 가상 세계를 현실로 느껴지도록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인간의 오감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AR(Augmented Reality·증강현실): 현실 세계 위에 가상정보를 입혀주는 기술. 예를 들어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이 아이언맨 슈트를 착용하고 명령을 내리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AR 웨어러블 기기로는 구글 글라스가 있다.

AMR(Mixed Reality·혼합현실):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혼합하는 기술. VR은 몰입감이 높지만 현실과 괴리되고 AR은 현실 위에 가상정보를 덧입히지만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화면 크기가 한정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몰입감이 떨어진다. 두 기술의 장점을 합친 것이 MR이다.

XR(eXtended Reality·확장현실): VR, AR, MR을 통칭하는 기술. 여기서 ‘X’는 ‘변수’를 의미하며 현재 개발된 VR, AR, MR 기술은 물론 미래에 등장할 또 다른 형태의 현실까지도 포괄하는 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