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y

XR 기술 활용 확산을 위한
글로벌 지원 정책

한상열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기술발전으로 현실과 유사한 가상 세계 구현이 가능해지면서 가상으로 재난·의료 훈련을 하거나 콘서트·전시회를 개최하고 원격으로 협업을 하는 등 현실의 사회경제적 활동이 가상으로 연결되는 메타버스의 생산적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각국에서는 정부가 현실-가상 융합을 촉진하는 핵심기술인 XR 활용 확산을 지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XR 기술 개발 및 경제산업 전 영역의 XR 활용 지원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현대·기아차의 VR 디자인 품평장. VR을 활용해 디자인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한 최첨단 시설로,
실물 자동차를 보는 것과 똑같이 각도나 조명에 따라 생동감 있게 외부 디자인을 감상할수 있으며 일부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등 네트워크, 데이터 등 다양한 기술이 연계돼 구현된다.
이 중 XR은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로, 현실-가상 융합을 촉진하는 핵심기술이다. X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인간의 오감 자극을 통해 정보를 제공해 사용자가 실제와 유사한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사용자에게 보다 현실적이고 몰입감이 높은 메타버스 경험 제공을 위해서는 XR 활용이 필수적이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XR 기술 개발, 콘텐츠 확보, 관련 기업 인수 등 XR 경쟁력 확보에 오랜 시간 투자해왔으며, 자사 제품 및 서비스와의 연계성을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은 2014년 VR 헤드셋 업체인 오큘러스를 인수했고, 페이스북 서비스와 VR 서비스 연계성을 높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메타버스 시대의 컴퓨팅 플랫폼으로 VR을 발전시키기 위해 가상 사무실 환경, 웨어러블 컨트롤러(Wearable Controller) 등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를 개발하고 있다.

주요 국가의 XR 활용 확산 지원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국도 XR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XR 기술 개발과 국방, 교육, 제조 등 다양한 공공·산업 분야의 XR 활용 확산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범부처 IT 연구개발 프로그램인 NITRD(Networking and Information Technology Research and Development)의 일환으로 의료, 교육, 산업, 재난 등 주요 분야 VR, AR 연구를 지원하고 연구결과의 민간 이전을 추진해왔다. 국가안보, 사회안전 분야에서 XR을 활용한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미 육군은 작전 정보 공유와 의사결정 지원 목적으로 XR 도입을 준비해왔으며, 최근 MS로부터 약 12만 개의 군용 AR 헤드셋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략형 신흥산업 육성 목적으로 XR 확산을 지원해왔다. 2018년 발표한 ‘VR산업 가속화 지도의견’은 핵심기술 개발, 제조·교육·문화·헬스·상업 분야의 VR 응용 추진, 공공 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지역 XR 산업단지 구축 등 세부 실행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 현재 중국 동부지역 중심으로 15개의 VR·AR 산업단지가 조성됐으며, 지역 차원의 기업 육성, 기술 개발, 산업 활성화 전략에 XR 활용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일본은 미래사회 구현을 위한 핵심기술에 XR을 포함했으며, 주요 산업 적용을 지원하고 있다. 총무성은 2018년 발표한 ‘2030년 미래를 맞는 기술전략’에서 교육, 관광, 레저, 업무 등 주요 분야에서의 XR 활용 사례 목표를 수립했다. 경제산업성이 2020년 발표한 ‘산업기술비전 2020’은 코로나19 위기 등 외부 충격에 대응하기 위한 경제·사회 시스템의 전환과 가상공간을 통한 원격·비접촉·비대면 상태의 가치 제공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유럽은 범유럽 차원에서 중장기 XR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가상현실 R&D를 포함한 범유럽 7차 기술 연구개발 종합계획(2007~2013)’, ‘호라이즌(Horizon) 2020(2014~2020)’ 등 범유럽 계획 발표를 통해 XR 등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지원해왔으며, 영국, 독일, 스페인 등 개별 국가에서도 XR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4대 디지털 핵심기술로 XR을 지정하고, XR과 타 산업 간 융합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영국 공공기관인 이노베이트UK(InnovateUK)는 2018년 발표한 ‘The Immersive Economy in the UK’ 보고서에서 XR을 증기기관, 전기처럼 전 산업과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범용기술로 보고, XR을 활용해 산업·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실감경제(Immersive Economy) 개념을 제시했다.

한국, 가상융합경제 전략으로 XR 정책지원 본격화

한국은 2016년 국내 9대 국가전략에 VR 기술을 포함하면서 XR 관련 정책지원을 본격화했다. 이후 ‘5G+전략실행계획’, ‘실감콘텐츠산업 육성 범정부 5개년 추진계획’,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성장전략’, ‘콘텐츠산업 활성화 실행계획’, ‘VR·AR 분야 선제적 규제 혁신 로드맵’등 주로 XR 콘텐츠 산업 활성화 차원의 기술 개발 및 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춰왔다.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의 추진목표(2025)

XR경제효과 30조 원 달성

글로벌 5대 XR 선도국 진입

기업 XR 활용률
0.3% → 20% 달성
XR 전문기업
21개 → 150개 육성
가상융합지구
0개 → 10곳 구축
초중고 XR 과학실
0.7개 → 100% 구축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의 3대 추진전략과 12대 실행과제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의 3대 추진전략과 12대 실행과제
추진전략 경제사회 전반의 XR 활용 확산 선도형 XR 인프라 확충 및 제도 정비 XR기업 세계적 경쟁력 확보 지원
실행과제

➀ 6대산업 플래그십 프로젝트 추진

➁ 지역중심 XR 확산 기반 조성

➂ 민간참여 XR 확산 기반 마련

➃ 사회문제 해결형 XR 확산

➀ XR 디바이스 개발·보급 가속화

➁ XR 구현에 필요한 데이터댐 구축

➂ 네트워크 고도화로 XR 서비스 확산

➃ XR 조기 사업화를 위한 제도기반 조성

➀ XR 전문기업 집중육성

➁ 경쟁우위 XR 혁신기술 확보

➂ 수요맞춤형 XR 인적자원 양성

➃ XR 글로벌화 촉진

자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020. 12

하지만 그간의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전환 가속화와 비대면 사회로의 급속한 변화로 촉발된 XR의 경제·산업적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이에 정부는 국내 수요와 주요국의 정책을 반영해 XR산업 활성화 중심의 기존 정책 범위를 경제산업 전 영역의 XR 활용 확산으로 확대한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2020년 12월 10일에 발표했다. 이 전략은 XR을 활용해 경제활동(일·여가·소통) 공간이 현실에서 가상융합공간까지 확장돼 새로운 경험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개념으로 ‘가상융합경제’를 정의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와 디지털 뉴딜을 발판으로, XR 활용 확산을 지원해 ‘가상융합경제 선도국가 실현’을 비전으로 제시했고, 이를 위한 3대 추진전략과 12대 실행과제를 마련했다.

3대 추진전략의 첫 번째는 산업현장부터 사회문제 해결까지 경제사회 전반에 XR 활용을 확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산업의 강점·특성과 XR 활용 효과를 고려해 6대 산업(제조·의료·건설·교육·유통·국방) XR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선정했다. 지역 중심의 XR 활용·투자 촉진 방안, 펀드 조성, 민간협력체계 구성 등 민간 참여 촉진 방안도 마련했다. 사회재난 대응, 사회적 약자 지원 등 사회문제 해결에도 XR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두 번째 추진전략은 XR 고도화·확산의 핵심기반인 XR 인프라와 디바이스를 조기에 확충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AR 글라스 등 XR 디바이스 핵심기술 개발·보급을 지원하고, 3차원 영상·이미지 등 XR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이터댐 구축, 5G 엣지컴퓨팅, 차세대 근거리무선망(Wi-Fi) 등 네트워크 고도화를 추진한다. 가상융합경제 진흥과 XR 서비스 조기 사업화를 위한 제도 기반도 조성한다.
세 번째 추진전략은 XR 확산을 주도할 XR 기업의 세계적 경쟁력 확보 지원이다. 이를 위해 XR 전문기업 육성, 비대면 XR 기술 개발 등 XR 혁신기술 확보를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에서 필요한 XR 석·박사급 고급인재, 실무인력 등 수요맞춤형 인적자원 양성, XR 전문기업의 해외진출 지원도 추진된다.

(도표) XR 세계경제 파급효과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의 가치와 중요성

정부의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은 메타버스라는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실행 전략으로서의 가치와 중장기적 중요성을 가진다. 정부는 메타버스 실현을 위해서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체계적으로 이행하고, 메타버스 시대로의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변화의 기회와 이슈에 대응한 정책 어젠다를 고도화해야한다.
첫 번째로, 메타버스를 새로운 기회의 땅, 신(新)디지털 영토로 인식하고, 이를 통해 기업과 국민이 성취할 수 있는 미래 비전과 기회를 제시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 메타버스는 국경의 제약 없이 글로벌 고객을 만나는 훌륭한 시장이 될 수 있다. 제페토는 국내 플랫폼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2억 명의 이용자(2021년 2월 현재) 중 90%가 해외 접속자다. ‘로블록스(Roblox)’나 ‘포트나이트(Fortnite)’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에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이용자가 몰리고 있다.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고 제품·서비스의 가상화를 통해 활용성을 높일 기회가 커지고 있다. 개인은 메타버스에서 자신을 대리하는 아바타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디지털 재화·서비스를 개발하는 크리에이터 같은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도 있다. 정부는 기업과 개인이 메타버스가 가져올 변화와 기회를 잘 활용해 성장과 혁신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두 번째로, 메타버스 관점에서 현재 공공 정책의 한계와 개선 방향, 사회혁신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전염병 등 잠재적인 외부 위기, 지리적 격차에 따른 지방 소외 등 시공간적 제약이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메타버스 적용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오프라인 중심의 대학 등 교육공간, 시청·구청 등 행정공간, 도서관·미술관 등 문화공간을 모두 메타버스 공간으로 옮긴다면 어떠한 변화가 생길까? 지리적 위치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함을 줄이면서, 더욱 흥미롭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공공 서비스 제공 방식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세 번째로, 메타버스 진화에 따른 여러 신기술의 등장과 활용 사례, 새롭게 발생하는 사회적 이슈들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대응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최근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와 함께 컴퓨터 그래픽 기술과 AI가 접목된 사람 형태의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 활용이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아이템에 블록체인 기반의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기술이 접목된 디지털 자산도 늘고 있다. 메타버스 서비스가 더욱 다양해지고 현실 경제 흐름과 연계되는 장점이 있지만, 일자리 대체, 디지털 자산 해킹이나 투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과몰입, 사회적 갈등, 사용자 데이터 관리 이슈도 존재한다. 선제적인 검토와 대응이 필요하지만 산업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균형 있는 정책적 접근이 마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