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y

기업 비즈니스 영역으로 부상한
미래공간 메타버스

김도향 KT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메타버스가 전 산업 분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메타버스의 대표주자 로블록스(Roblox) 내에서 게임 개발자가 200만 명 정도 되고, 이 중 40만 명은 게임 속으로 매일 출근하면서 전업으로 수입을 올리고 있다. 기업들도 메타버스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인식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산업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집과 관련된 모든 제품군을 판매하는 미국 기업 로스(Lowe’s)는 메타버스라는 가상공간을 활용해 제품의 고객경험을 향상시켰다. (자료: 로스 홈페이지)

최근 메타버스의 영역이 마케팅, 콘서트, 의료, 교육 등 전 산업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가장 많은 사례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오프라인 공연과 이벤트의 대체재로서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게임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개최된 래퍼 ‘트래비스 스콧’의 공연은 2,770만 관객이 관람하면서 약 2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오프라인에서 공연할 때보다 높은 수익이다. 또한 파워 셀러브리티와 팬 간 상호작용을 다양화하는 방식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1월 출시한 K팝 커뮤니티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를 통해 가상공간 안에서 팬들과 스타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이는 인공지능(AI)과 모션캡처 기술 등을 적용한 것으로, 실제 스타 목소리를 딥러닝한 AI가 팬이 원하는 시간에 모닝콜을 해주거나 스타와 팬이 직접 통화하는 것처럼 팬의 안부를 물어보는 ‘프라이빗 콜’ 서비스를 선보였다. 다양한 이벤트도 메타버스 안에서 개최되고 있다. UC버클리는 코로나19로 졸업식을 취소하는 대신 가상 세계를 배경으로 한 게임인 ‘마인크래프트’에 캠퍼스를 열고 졸업식을 진행했다. 국내에서는 청와대가 마인크래프트에 어린이들을 초청해 2020년 어린이날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새로운 비즈니스 공간이 된 메타버스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면서 메타버스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산업혁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간 가상현실(VR) 기술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온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를 활용한 새로운 업무수행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오큘러스 퀘스트를 착용하고 언제 어디서나 가상의 업무 공간에 접속할 수 있는 인피니트 오피스가 그것이다. 실제 모니터 대신 입체 스크린을 활용하고, 마우스 대신 손가락을 이용해 입체 스크린을 조절할 수 있다. 가상공간 속 사무실에서 다른 직원들과 협업도 가능해 생산성을 효율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집과 관련된 모든 제품군을 판매하는 미국 기업 로스(Lowe’s)는 고객이 인테리어 공사나 가구 구입 등 중요한 구매 결정을 할 때 느끼는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입체 시각화 툴 ‘홀로룸(Holoroom)’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로스의 다양한 제품을 가상공간에서 사용해보고 배치해보고 바꿔보면서 보다 편하게 구매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구입 전에 홀로룸에서 기기를 사용해본다거나 부엌 조리대 상판을 여러 색상으로 바꾸고 가구 배치를 변경해보는 것이다. 이렇게 메타버스에서 꾸민 공간은 저장하고 비교해볼 수도 있다.

고객과의 소통 측면에서 메타버스는 전통 미디어와 일부 온라인 미디어의 일방적 소통의 한계를 극복하고 몰입형 광고와 오가닉 마케팅을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구찌는 모바일 테니스 게임인 ‘테니스 클래시’에서 구찌 디자인의 아바타용 테니스복을 판매했고, 게임 속 아이템들을 실제 구찌 웹사이트에서도 판매했다. 루이비통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선보인 루이비통 디자인의 스킨을 실제 제품으로 출시했다. 루이비통과 LoL의 로고를 결합해 제작한 의류,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 총 47종의 한정판 아이템은 출시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매진된 바 있다. 이렇게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 사례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공 부문에서도 활용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토부와 국립연구재단 등이 주도하는 ‘버추얼 싱가포르(Virtual Singapore)’를 통해 다양한 국가정책 이슈를 시뮬레이션 결과로 예측하고 이를 정책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공기흐름을 분석하고 건물 대피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이다. 또한 도시 각 지역, 각 건물에 비치는 일조량 파악과 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경우의 발전량도 예측할 수 있다.

로스의 입체 시각화 툴인 홀로룸(Holoroom).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집의 다양한 요소를
가상으로 바꿔보며 제품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자료: 로스 홈페이지)
메타버스로 인한 신산업 창출

이렇게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메타버스의 실제적인 구현은 플랫폼과 디바이스가 크게 좌우한다. 현재의 메타버스는 3D 아바타를 통한 오픈월드에서의 상호작용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몰입형 시각화 기술인 VR, 증강현실(AR), 홀로그램 등이 도입되고 있는 ‘가상공간’ 구축의 초기 단계라고 할 수 있다. 현실과 구분이 어려운 수준의 가상공간으로 메타버스가 점차 진화하면서 이에 따른 다양한 플랫폼과 디바이스가 출현하게 될 것이다. 지난해 10월 엔비디아는 실제와 같은 가상 세계를 협업으로 쉽고 빠르게 구현하는 ‘옴니버스(Omniverse)’를 발표하면서 전 산업의 활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옴니버스는 최초 모델링부터 최종 렌더링까지 모든 3D 시각화 프로세스를 클라우드에서 실시간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개발자 친화적인 플랫폼인데, 최근에는 영화 제작에도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메타버스를 제작하고 구현하는 플랫폼의 활용 영역은 게임을 넘어 전 산업으로 확대 중이다. 가상게임 제작의 플랫폼으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유니티(Unity)’는 최근 건설, 엔지니어링, 자동차 설계, 자율주행 등 타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지난해 존 리치텔로 유니티 CEO는 50만 명 이상의 학생이 유니티를 통해 3차원 입체 세계를 구성해내는 작업을 공부하고 있고, 수년 안에 100만 명을 돌파할 것이며, 모바일 앱 개발자가 세계 1,200만 명 정도 커진 것처럼 3차원 가상 세계를 만드는 수많은 개발자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자마자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화제가 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뒤지지 않을 수준의 영상미를 뽐낸 <승리호>의 CG는
‘옴니버스(시뮬레이션과 협업을 위한 플랫폼)' 기술로 제작됐다.
(자료: 주식회사 메리크리스마스)
(그래프) XR/VR/AR 시장 전망

현재 메타버스 시장의 규모를 전망할 때 많은 연구기관들이 AR 또는 VR 시장 규모나 이를 총칭하는 확장현실(XR; eXtended Reality) 시장을 언급하고 있다. 메타버스로의 몰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VR·AR 기기이기도 하고, XR이 메타버스의 기술적 근간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 PwC는 2020년 ‘Seeing is believing’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 시장이 글로벌 기준 2030년 1.5조 달러에 이르고 GDP의 1.81%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특히 AR 시장은 2030년 1조 924억 달러로 VR 시장의 2030년 전망치 4,505억 달러보다 클 것으로 예측하였다. 현재 VR은 이미 오큘러스가 선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큘러스의 경우 AR에 비해 구현 난이도가 낮은 VR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여 성능 고도화와 동시에 단말 가격을 계속 낮춰가면서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니치마켓 형성에 성공하였다. AR 기기의 경우 이제 초기 시장을 형성해가고 있다. 차세대 메타버스 구축에는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AR 단말이 유리하다. 이에 페이스북, MS, 애플, 구글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AR 글라스 개발에 대거 착수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 가상공간에서의 게임 플랫폼과 메타버스 플랫폼의 가장 큰 차이는 유저가 자신의 아이디어로 가상자산을 만들어 수익을 창출하고 다른 유저들과 다양한 사회문화적 교류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상 세계 플랫폼 로블록스에서는 로블록스가 무료로 제공하는 개발도구를 이용해 쉽게 게임을 만들어 옷, 무기 같은 아이템을 팔아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렇게 판매가 가능한 가상 아이템의 종류는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방탄소년단(BTS)이 ‘다이너마이트’의 안무를 포트나이트에서 처음 공개했는데, BTS의 안무를 구입하여 자신의 아바타가 BTS와 함께 춤을 출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었다. 전 세계 메타버스 플랫폼 가입자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플랫폼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사람들이 많아지자 광고, 가상자산, 콘텐츠 등 여러 수익 모델이 창출되고 있으며,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 적극적으로 이용자들이 가상 세계를 확장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장려하면서 플랫폼은 더욱더 진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수익 모델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관련 새로운 직업군도 탄생하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소비되는 각종 재화, 아이템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제페토에서는 각종 의류, 아이템을 사용자가 자유롭게 제작해 마켓에서 거래할 수 있다. 메타버스 안에서 사용자를 상대하는 대상이 디지털 휴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직접 조종하는 아바타들도 필요하며 이와 관련된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최근 블록체인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는 코인데스크를 통해 메타버스 내 카지노에서 일할 직원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메타버스에서 아바타로 근무하고, 업무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상에 기록되며, 급여는 가상자산으로 지급받는 방식이다. 실제로 최근 디센트럴랜드 카지노에 풀타임 매니저가 채용되었고, 메타버스 내에서 일정관리, 실적관리 등 현실에서 카지노 매니저가 감독하는 일을 하고 있다.

AR 글라스 개발 준비 현황

페이스북
2020년 9월 개발자 행사를 통해 AR 글라스 ‘아리아’ 개발 계획 공개
선글라스 ‘레이밴’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안경업체 ‘룩소티카’와 함께 개발 중
마이크로소프트
경쟁사이던 매직리프의 경영위기로 사실상 B2B AR 글라스 시장 독주체제
2020년, ‘홀로렌즈2’ 2차 출시국을 한국, 대만, 홍콩 등 아시아와 스페인 등 유럽으로 확대
애플
2020년 출시한 ‘아이폰12 프로’에 이미 룸스케일 AR 구현을 위한 라이다(LiDAR) 센서 탑재
2022년 ‘애플 글라스’(가칭) 출시 목표로 스타트업 M&A 및 기술특허 확보에 주력
구글
2013년 출시한 ‘구글 글라스’를 기업용으로 전환해 2019년 ‘기업용 구글 글라스2’ 출시
2020년 7월 안경형 AR 글라스 특화 캐나다 스타트업 ‘노스(North)’를 1억8,000만 달러에 인수
자료: 글로벌 테크 기업의 AR 글라스 개발 준비 현황(KT경제경영연구소, 2021)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원동력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어떻게 미래가 바뀔지 예상하지 못했다. 메타버스도 마찬가지다. 메타버스로 인한 변화의 범위와 속도를 예측하기는 이르지만 메타버스는 언젠가는 맞이할 미래이고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트렌드임에는 분명하다.
메타버스는 포스트 인터넷 시대를 주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관련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메타버스를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메타버스 분야 기술혁신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혁신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미국 금융가에서는 차세대 정보통신(IT)의 블루오션으로 메타버스를 주목하고 있다. 또한 각 나라 정부에서는 메타버스를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주목해 메타버스 관련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신산업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시대를 기회 삼아 경쟁력을 확보해나갔듯이 메타버스를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시대를 열 기회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