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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가 현실이 되는 시대,
메타버스(Metaverse)가 온다

김덕진 한국인사이트연구소 부소장

“지난 20년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면 미래 20년은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던 일이 벌어질 것이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기술, 심지어 가상화폐 채굴시장의 핵심 기업이 된 엔비디아의 CEO인 젠슨 황이 꺼낸 말이다. 2021년 현재, 다양한 기술 트렌드 용어 중 가장 관심이 높은 주제라면 단연코 메타버스일 것이다. 왜 지금 우리는 ‘메타버스’에 주목해야 하는가?

BTS는 지난해 9월 26일 ‘다이너마이트 (Dynamite)’의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했다.

메타버스(Metaverse)는 가상 혹은 초월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메타(Meta)와 세계 또는 우주를 일컫는 영어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초월한 3차원 가상 세계, 혹은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에 흡수된 형태를 뜻한다. 메타버스 개념은 1992년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공상과학(SF) 소설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했다. 영화 <레디플레이어원(Ready Player One)>(2018)은 메타버스의 교과서 같은 작품이며, 리니지 등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의 온라인 게임도 메타버스의 일종이다.

우리가 메타버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세 가지

오랜 시간 이미 우리 곁에 있던 메타버스는 왜 지금 모두가 주목하는 사회경제적 화두가 된 것일까?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고자 최근 5년간의 국내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해 보았다.
먼저 연도별 언급량을 비교한 결과, 2021년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간 언급량이 최근 5년 언급량의 87%를 차지할 만큼 올 들어 급속도로 우리 곁에 다가온 용어임을 알 수 있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2019년 4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언급량을 주간별로 분석한 결과 지금의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5개 지점이 있었다.

연도별 메타버스 언급량

첫째, 콘텐츠가 변화하고 체류 시간은 더욱 늘어난다. 변화가 시작된 첫 번째 지점은 2020년 9월 말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관심에서 조금은 떨어져 있던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대중의 관심 속으로 불러온 장본인은 바로 방탄소년단(BTS)이었다.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며 K팝의 새 역사를 쓴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의 새로운 안무 버전의 새 뮤직비디오가 메타버스 기반의 온라인 게임 공간인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발표됐다. 이 가상공간 속에서 세계 각지 팬들이 모여 공연을 관람하고 캐릭터들이 BTS의 춤을 따라 추며 열광했다.
왜 BTS는 포트나이트에 새 뮤직비디오를 가장 먼저 공개한 것일까? 대답은 의외로 단순할 수 있다. 그곳에 사람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포트나이트의 전 세계 가입자 수는 3억5,000만 명, 동시 접속자 수는 1,000만 명 이상에 달한다. 그들은 거기서 놀고 대화하고 즐기며 살아간다.

둘째, 기술과 산업이 진화한다. 콘텐츠의 발전만큼이나 기술 분야에서도 메타버스에 대한 화두는 뜨거워졌다. 두 번째 지점인 2020년 10월 5일,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가상 세계에서 협업하고, 실제 물리법칙에 근거한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옴니버스’ 플랫폼을 선보였다.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며 다양한 기술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서 국내 기업 및 통신사들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세 번째 지점인 2020년 12월부터 국내 통신사들의 메타버스 마케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인한 강제 비대면 상황에서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비대면 콘텐츠들이 경쟁적으로 출시됐다.
셋째, 시장이 인정한다. 메타버스에 불을 지핀 것은 ‘돈’이었다. 레고처럼 생긴 아바타가 가상 세계에서 활동하는 메타버스형 게임인 ‘로블록스(Roblox)’가 미국 증시에 상장되고 상장 이후 기업가치가 최대 43조 원을 넘기는 모습을 보여준 네 번째 지점(2021.3.11)이 대표적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원조 ‘싸이월드’가 메타버스 콘셉트를 도입한 서비스로 돌아올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 다섯 번째 지점(2021.4.4) 이후 메타버스는 우리가 꼭 알고 연구해야 할 키워드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다.

메타버스 언급량 분석(2019. 4~2021. 4)
미래의 소비자가 모여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는 미국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 가입했고, 하루 평균 접속자만 4,000만 명에 육박한다. 국내 플랫폼이자 10대들의 대세 놀이공간으로 떠오른 네이버제트의 ‘제페토(Zepeto)’ 서비스는 전 세계 2억 명의 회원을 확보했고 그중 80%가 10대 이용자다.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10·20대는 이미 메타버스를 SNS의 다음 버전으로서 익숙하게 활용하고 있다. 미래의 소비자가 모여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에 콘텐츠 기업 및 그들에게 상품을 팔기 원하는 다양한 기업과 광고회사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