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아카데미

유럽의 심장, 폴란드

권창호 코트라 바르샤바무역관 관장

유럽 중앙에 위치한 폴란드는 면적이 31만1,889㎢로 남한의 3배가 넘는 크기다. 인구는 3,800만 명, 경제규모는 국내총생산(GDP) 5,940억 달러로 유럽연합(EU) 27개국 중 각각 5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GDP는 3만5,000달러를 기록해 서유럽과의 소득 격차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어 향후 발전전망이 매우 밝은 국가 중 하나다.

서유럽 누적 투자 규모 약 2,100 억 유로 (2019년 기준)
유럽의 공장으로 고도 성장

폴란드는 서쪽의 독일, 남쪽의 체코와 슬로바키아, 동쪽의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 북쪽의 발트해와 러시아 등과 국경을 맞댄 나라로 유럽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다.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과 함께 이른바 V4(비셰그라드 그룹)로 불리며 동유럽권 붕괴 이후 빠르게 서방진영으로 노선을 바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다.
EU에는 2004년 가입했는데 서유럽의 투자(누적 약 2,100억 유로, 2019년 기준)가 폴란드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특히 동서 유럽을 이어주는 지리적 장점과 함께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안정적인 경제상황 및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을 바탕으로 하는 우호적인 투자환경이 빠른 성장의 큰 원동력이 됐다. 이를 통해 폴란드는 체코, 헝가리와 함께 중유럽 국가들 중에서 사업하기 좋은 여건을 갖춘 국가로 알려지게 됐고, 제조업 중심으로 유럽의 공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고도 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

고속도로망 4,000km, 철도망 1만9,000km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육상물류 흐름의 중심

폴란드는 외국인 차별이 거의 없고, 외국과의 교류에 매우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외국 자본이 차지하고 있어 전통적으로 외부 투자자들에게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갖추었다. 공산권이던 시절에 제조업으로의 산업전환이 이루어진 이후 기계·자동차·항공 산업이 발달했고, 최근에는 전기차 및 그린에너지와 디지털 관련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또한 EU기금을 바탕으로 기술 선진화를 적극 도모하고 있으며 사회간접자본의 확충과 함께 현대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유럽 중앙에 위치하면서 여러 국가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물류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4,000km가 넘는 고속도로망을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1만9,000km가 넘는 철도망을 활용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 육상물류 흐름의 중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대(對)폴란드 교역 규모 수출 56 억 달러 수입 8.3 억 달러 (2020년 기준)
독일에 이어 EU 내 2위 수출국으로 부상

한국과 폴란드의 교역규모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7년 대(對)폴란드 수출이 30억 달러를 넘어선 이래 2020년 코로나19의 팬데믹이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56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독일에 이어 EU 내 2위 수출국이 되는 성과로, 향후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폴란드의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임을 의미한다.
폴란드는 EU기금 수혜국으로서 풍부해진 자금을 활용해 첨단기술 분야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의 개혁을 큰 과제로 삼고 있다. 따라서 해당 분야에서의 양국 간 교역의 기회가 더욱 기대된다.
프로젝트 참여를 통한 교역의 기회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석유화학 플랜트, 포스코건설과 두산중공업의 폐기물 소각로 사업, 그리고 현대로템의 바르샤바 트램 사업 수주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주한 바 있다. 올해 2월에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폴란드 신공항 건설의 자문사로 선정되면서 폴란드의 인프라 사업 진출의 기회를 더욱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다.

5월 중 뉴딜 정책 시행 예정
지역 간·산업 간 불균형과
과도한 EU 의존은 남은 과제

단기간에 높은 경제적 성과를 거두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생겼다. 서유럽과 인접한 지역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되면서 자국 내 동서지역 간 경제력 차이가 더 크게 벌어졌고 탄광산업을 포함해 기존 전통산업의 빠른 해체로 사회적인 갈등도 커지고 있다. 또한 EU기금 등 지나친 외국 자본에 의존한 제조업 중심의 산업 편중은 미래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폴란드는 EU경제회복기금을 토대로 과감한 경제개혁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5월 중 EU의 승인을 받을 예정인 뉴딜 정책을 통해 낙후된 첨단기술 분야 및 사회 인프라를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폴란드 정부는 5개 핵심 분야 선정에 이어 그린에너지 확대, 디지털화, 의료 현대화, 전기·수소 자동차 개발 및 원전, 고속철과 신공항으로 대표되는 대형 국책 인프라 구축사업을 과감하게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1919년 독립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폴란드는 망하지 않는다

폴란드는 역사적으로 많은 면에서 우리나라와 유사한 점을 가지고 있다. 독일,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잦은 외침의 역사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1919년 독립국가를 선포할 때까지 123년의 나라 없는 설움을 극복한 인내의 민족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잔혹한 참상을 남긴 제2차 세계대전과 자유가 억압되는 공산체제를 이겨내고 자유 폴란드를 되찾기까지 기나긴 여정을 묵묵히 지켜온 폴란드인의 끈기와 인내는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폴란드는 망하지 않는다”라는 폴란드 국가의 첫마디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마음가짐이 공산 치하에서도 거의 전 국민이 종교(가톨릭)를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폴란드 출신 교황(요한 바오로 2세)을 배출할 수 있는 기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현지인터뷰
김재일 코트라 바르샤바무역관 과장
Q 폴란드 진출 기업이 알아두어야 할 현지 관행이나 주의사항을 소개해주세요.

A 폴란드에서는 한국 기업의 진출을 특히 환영한다. 단순히 저임금을 이용하기보다는 기술을 요구하는 전자,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첨단 제품군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꺼번에 많은 기업이 진출하다 보니 현지 관공서의 각종 인허가나 대응이 한국 기업들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들의 비자 발급이 적체돼 길게는 1년이 넘도록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그 외, 잦은 법률 변경으로 적용과 해석을 둘러싸고 상이한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도 있다. 폴란드는 지방분권화가 잘돼 있어 중앙정부의 지침이 일선에 적용되기까지 거쳐야 할 단계가 많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는 점을 미리 감안하는 것이 필요하다.

Q 폴란드에서 인기 있는 한국 제품과 한국 진출 유망 산업군을 소개해주세요.

A 폴란드에도 한류바람이 불면서 한국 화장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 설문에 따르면 구매 이유 1위는 한국인의 깨끗한 피부에 대한 동경이고, 2위는 천연 추출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김치도 인기다. 폴란드의 식생활은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많은데 그중에서 절임채소류가 매우 발달했으며 그 생김새도 한국과 유사한 면이 많다. 문화적인 차원에서 K팝도 당연히 인기가 있지만 한국 배우들의 섬세한 표현력에 매료돼 한국 영화를 찾는 경우가 많아 의외로 한국 영화 마니아도 많다. 배우뿐만 아니라 한국의 영화감독들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인데 김기덕,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홍상수 등이 많이 알려져 있고 인기도 높다.

폴란드 비즈니스 에티켓
폴란드 비즈니스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까요?

신뢰 구축이 먼저예요
한국 사업가들은 협상을 할 때 단도직입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폴란드 사업가들은 내성적이고 표현을 직설적으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먼저 신뢰를 구축한 후 비즈니스 협상에 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공신력 있는 기관 통한 접촉이 유리해요
개별적인 접촉보다는 코트라와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이나 제3의 교섭 담당자를 활용하는 것도 초기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개 폴란드 사업가들은 상대가 믿을 만한 대상인지를 먼저 검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직책이나 직함으로 호칭하세요
폴란드 사업가들은 이름보다 직책이나 직함으로 불리는 것을 선호한다. 한국과 달리 폴란드에서는 성 앞에 Mr.를 붙여 부르는 것을 무례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폴란드 직원들이 포함된 회의석상에서는 Mr. President 또는 Mr. Director 같은 직책으로 호칭하는 것이 예의를 갖춘 표현이라고 여긴다.

상대방 이야기에 집중하세요
사업 협상을 같이 진행하다 보면 한국 기업들이 기술이나 규모 등 자기 회사 자랑에 너무 많은 힘을 쏟는 경우가 있다. 주어진 짧은 시간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폴란드에서는 오히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