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미얀마 쿠데타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

김미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사진 한경DB

지난 2월 1일 시작된 미얀마 군부 쿠데타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민주화 요구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며 유혈 사태가 벌어지자 국제사회가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제재를 준비하는 등 국제사회의 미얀마 군부 제재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으며 기업들도 투자 보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對)미얀마 제재는 미국과 EU 및 영국이 주도하고 국제개발기구도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부활하거나 추가로 부과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미얀마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4월 13일 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하며 미얀마 양곤 시민들이 가두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4월 27일 현재 미얀마 시민 75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는 중국과 인도를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이러한 미얀마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해 일본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다자개발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과 양자 차원의 개발협력 사업들을 통해 미얀마와 협력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 한편 중국에게 미얀마는 ‘말라카 딜레마’를 해소할 수 있는 인도양 진출로로서 큰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군부독재 시기에는 국제사회에서 미얀마의 후견인 역할을 자처하며 교역, 투자 등 다방면에서 미얀마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미얀마 민간정부가 로힝자(Rohingya) 사태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던 2020년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히려 국가주석 자격으로서는 19년 만에 처음 미얀마를 방문하며 양국의 협력관계를 전면적전략협력동반자관계에서 운명공동체로 격상했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 미얀마에 대한 관여가 감소하기는 했으나 미얀마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 정책의 핵심 협력국 중 하나였다. 아웅산 수치 정부의 출범은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의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 신남방정책의 주요 협력국

미얀마는 2017년 11월 발표한 신남방정책 주요 협력국 중 하나이다. 한국무역협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미얀마 교역 총액은 2020년 기준 11억 달러로 같은 해 한-베트남 교역액 691억 달러와 비교해 아직은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미얀마의 제조업은 아직 발전 초기 단계로, 현지의 한국 제조 기업의 대부분은 저임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미얀마에 진출한 섬유·봉제 기업들이다. 양국 간 교역도 한국의 의류 및 제화 원부자재 수출과 의류 및 제화 완성품 수입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최근 금융업과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며 협력산업의 구성이 다변화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1~2015년 한국은 주로 미얀마의 광업(74.6%) 부문에 투자해왔으나 2016~2020년에는 금융업(0.7%→38.4%), 제조업(9.2%→17.5%) 부문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렸다. 국내 시장 포화에 따라 한국 금융사가 미얀마로 눈을 돌린 것이다.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의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한국 금융회사 21개가 미얀마에 진출해 있다. 또한 동남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 베트남에 이어 2019년 미얀마에 모듈부품조립(CKD) 방식의 자동차조립공장을 완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미얀마에 대한 투자는 2011년 4억 달러에서 2020년 7억 달러로 증가했다.
이러한 민간의 움직임과 함께 개발협력에 있어서도 미얀마는 한국에 중요한 협력국이다. 미얀마는 한국의 24개 중점협력국 중 하나로 동남아시아에서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를 받고 있다. 최근 한국은 미얀마의 민주주의 진전에 따라 ODA 지원을 크게 확대했다. OECD에 따르면 2010년 546만 달러이던 한국의 대(對)미얀마 ODA 지원은 2019년 9,100만 달러로 약 17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일한 발전 단계에 속한 캄보디아 지원이 3,733만 달러에서 7,826만 달러, 라오스 지원이 2,775만 달러에서 6,509만 달러로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ODA에 있어 미얀마의 중요도를 알 수 있다. 한국이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서 2030년까지 국민총소득(GNI)의 0.30%를 공여하겠다고 약속한바 한국의 ODA 공여와 함께 미얀마에 대한 공여도 지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왼쪽) 한국의 대(對)미얀마 수출입 추이 (단위: 백만 달러), (오른쪽) 한국의 대(對)미얀마 직접투자 추이 (단위: (좌)백만 달러, (우)개)
미얀마 군부가 2021년 2월 1일 새벽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한국의 미얀마 공여 추이 (단위: 백만 달러)
총선 참패 이후 기득권 상실 우려 쿠데타 단행

그러나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인해 국제사회와 미얀마의 협력이 큰 위기를 맞이했다.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National League for Democracy)은 선출직 의석의 83%를 획득하며 2015년 총선을 넘어서는 압승을 거두었다. 반면 군부연계 야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 Union Solidarity and Development Party)은 선출직 의석의 7%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NLD가 2015년 총선을 뛰어넘는 압승을 거둠에 따라 군부는 민주주의 진영과 분점했던 권력의 균형이 깨어졌다고 판단했다. 군부는 특히 개헌이 될 경우 기존에 향유하던 경제적 기득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군부는 미얀마경제공사(MEC)와 미얀마경제지주사(MEHL) 등을 통해 금융, 교역, 물류, 건설, 관광, 농업, 천연자원, 주류, 담배, 소비재 등 사실상 모든 산업을 독점하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기득권을 지닌 군부는 1월 28일 NLD 진영과 협상을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개원 당일인 2월 1일 쿠데타를 단행했다.

상황 악화 속 국제사회의 제재 잇따라

EU도 미국의 제재에 발맞추어 3월 4일 미얀마 정부에 대한 재정 원조(2억4,070만 달러) 중단을 발표했다. 이어 3월 22일 군부 인사 11인에 대한 자산동결, 여행금지, 제재 대상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 모든 자금 제공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또한 4월 19일에는 군부 인사 10인과 MEC, MEHL을 표적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그러나 제재 강화로 인한 미얀마의 중국 경도를 우려한 미국과 EU는 금융제재와 같은 강력한 제재는 아직 부과하고 있지 않다. 일본 정부는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신규 ODA 지원을 잠정 중단하는 방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국제개발기구의 미얀마 지원 중단 역시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그룹(WBG)은 2월 19일 미얀마에 대해 신규 차관 제공을 일시 중단한다고 선언하였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은 3월 10일 미얀마 정부에 대한 재정지원 일시 중단을 발표했다. 미얀마의 주요 다자 공여기관인 WBG와 ADB의 지원 중단 선언이 이어짐에 따라 미얀마의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얀마 사태가 답보상태에 머무름에 따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아세안 차원의 사태 해결이 논의되고 있으나,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베트남이 미얀마 제재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아세안 내 내정불간섭 기조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어 아세안을 통한 사태 해결 역시 요원한 상황이다.

내전 단계 돌입 시 미국 관여 불가피

미얀마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소수민족이 군부에 무력저항하며 미얀마가 내전 단계로까지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다시 미국 외교의 중심에 두겠다고 선언했고, 오바마 행정부 시기 미얀마 정책을 총괄했던 커트 캠벨(Kurt Campbell)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에 지명된 사실을 고려할 때,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관여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따라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압박 수위 역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제재 수위를 높여가며 한국, EU, 일본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like-minded)들의 공조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 역시 미얀마에 신규 ODA 지원을 중단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신한은행이 영업 중단을 선언한 데에서 알 수 있듯이 현지 진출 한국계 금융기업들의 피해도 불가피해 보인다. 금융사뿐 아니라 군부기업 혹은 국영기업과 합작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들 역시 사업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포스코강판은 4월 16일 MEHL과 합작관계 종료를 발표했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얀마국영석유가스회사(MOGE)와 운영 중인 가스전 사업 중단 압력도 지속되고 있다. 해당 가스전의 경우 연 운영수익이 3,000억~4,000억 원에 달해 기업의 고민이 크다. 한편 3월 29일 미국이 교역 및 투자에 관한 기본협정(TIFA; Trade and Investment Framework Agreement) 중단을 선언했으나, 미얀마 진출 한국계 섬유·봉제 기업의 총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미얀마 진출 한국 기업들의 직접적인 타격은 비교적 적을 전망이다.

국제사회의 미얀마 주요 제재 현황
국제사회의 미얀마 주요 제재 현황
일자 내용
2월 2일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지원, 인도주의적 지원 프로그램 등을 제외한 모든 ODA 지원 잠정 중단
2월 7일 EU 회원국(오스트리아·핀란드·프랑스·독일·네덜란드·폴란드),
2020년 5~12월 미얀마 정부의 부채상환 ODA(9,800만 달러) 지원 중단 발표
2월 11일 미국, 민 아웅 흘라잉(Min Aung Hlaing) 군 총사령관 포함, 군 인사 10인과 군부 연계 기업 세 곳에 대한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특별지정제재대상(SDN) 명단 포함, 이들의 미국 내 자산 동결
2월 19일 세계은행그룹(WBG), 미얀마에 대한 신규 차관 제공 일시 중단 선언
2월 22일 미국, SDN 명단에 군부 인사 2인 추가
3월 4일 미국, 미얀마경제공사(MEC)와 미얀마경제지주사(MEHL)에 대한 수출 제한
EU, 미얀마 정부에 대한 재정 지원(ODA 2억 4,070만 달러) 중단 선언
3월 10일 미국, 민 아웅 흘라잉 군 총사령관의 자녀 2인과 이들의 기업 6곳, SDN 명단 추가
아시아개발은행(ADB), 미얀마 정부에 대한 재정지원 일시 중단 선언
3월 22일 미국, 군부 인사 2인과 기업 2곳, SDN 명단 추가
EU, 군부 인사 11인에 대한 표적 제재(자산동결, 여행금지, 제재 대상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는 모든 자금 제공 금지) 단행
3월 25일 미국, MEC와 MEHL, SDN 명단 추가
3월 29일 미 무역대표부(USTR), 교역 및 투자에 관한 기본협정(TIFA) 잠정 중단 선언 및 일반특혜관세제도(GSP: Generalized System of Preference) 재검토 선언
4월 8일 미국, 미얀마보석공사(Myanmar Gems Enterprise) SDN 명단 추가
4월 19일 EU, 군부 인사 10인과 MEC, MEHL 표적 제재 대상에 추가
자료: 미 국무부, 미 무역대표부, 세계은행, 자카르타포스트, 주미얀마 EU 대표부(2021. 4 기준)
한국, 경제협력 정책에서 외교정책으로 발전시켜야

한국은 2021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인도, 호주와 함께 게스트 국가로 초청받는 G10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실제로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미국과 유럽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협력이 활발히 모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신남방정책이 단순한 경제협력 정책에서 나아가 민주주의, 인권 등의 가치를 담은 외교정책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이 미얀마 사태에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3월 6일 미얀마의 쿠데타를 규탄하고 민주주의로의 복원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다만 한국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정책을 펼칠 경우 현지 한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이에 대한 구제방안 혹은 후속조치를 마련한 후 입장을 밝히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내전 사태로 치닫고 있다고 평가되는 미얀마 현지 상황을 고려해 현지 교민 사회의 안정을 위해 한국 정부가 현지 교민의 안전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와 행동을 지속적으로 표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과거 군부정권 시기 개발협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미얀마와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 개혁개방 이후 미얀마와 금융, 인프라 등에서 활발한 협력을 모색할 수 있었던 역사를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미얀마 국민의 생존과 관계된 인도주의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 EU, 일본과 보조를 맞추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태의 추이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