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원혁 코트라 프놈펜무역관 시니어 스페셜리스트
크메르 제국의 후손들이 세운 캄보디아는 입헌군주국으로, 국왕이 국가 원수이나 실질적인 국정 운영은 정부 수반인 총리가 맡고 있다. 공산주의 국가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유재산을 인정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갖춘 민주주의 국가다.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희생당한 킬링필드 이후에도 10여 년간 내전을 겪기도 했으나 현재는 ‘감사합니다. 평화’라는 정치 슬로건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나라다.
캄보디아는 여전히 유엔(UN) 지정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이지만, 지난 20년간 캄보디아 경제는 급속도로 성장해왔다.
1994년에서 2017년까지 평균 7.5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간 10%가 넘는 경제성장을 했다.
이러한 고도성장에 힘입어 2015년에는 세계은행 기준 저소득국(Low Income Country)에서 중저소득국(Lower-Middle Income Country)으로 지위가 격상되었다.
캄보디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요 산업 비중은 관광업 등 서비스업이 42.1%로 가장 높으며, 봉제업 중심의 제조와 건설 등 2차 산업이 34.4%, 농업이 23.5%를 차지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192달러(2021년 기준)로 계속 상승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낮은 편이어서 저임금 노동력을 활용한 봉제, 신발 등 제조산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국을 비롯한 해외기업들의 투자가 증가하면서 건설 및 부동산 부문이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이에 따른 건설자재 등의 수입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또한 높은 예대마진과 미국 달러화 통용으로 인한 용이한 외화거래, 지속적인 경제발전 및 소득수준 향상 등으로 금융업 수요가 크게 증가했다. 한국을 비롯한 국내외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모바일 이용자수가 급진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모바일과 연동한 서비스업도 성장하고 있다.
한국과 캄보디아는 1970년 8월에 첫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나, 크메르 루주 정권이 들어서면서 약 20년간 단교를 했다. 1997년 주캄보디아 대한민국대사관을 개설한 이후 양국은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공여 기본협정(2001년), 문화협력협정(2006년), 한·아세안 FTA(상품 2008년, 서비스 2009년, 투자 2010년), 은행 지급결제 현대화사업 양해각서(2014년), 투자증진협력 양해각서(2019년) 등 다양한 협정을 맺어왔다.
올 2월 한·캄 FTA가 타결되면서 양국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캄 FTA는 성장 잠재력이 막대한 신남방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안정적 무역투자 기반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양국이 모두 참여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도 상호보완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FTA 관세 철폐대상에 한·아세안 FTA 내 민감품목 및 주요 수출품목이 다수 포함되면서 캄보디아 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다.
캄보디아는 1차 상품과 단순가공품(봉제)을 주로 수출하고 있는 국가로 대부분의 공산품은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의 중고차량(상용차, 화물차, 경차 등)은 품질이 우수하고 부품수급 및 수리가 용이해 오랜 효자상품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보관이 용이한 가공식품 수출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화장품은 바이어들의 문의가 가장 많은 품목으로 최근 수년간 캄보디아의 경제호황으로 인한 생활수준 향상과 구매력 증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온라인 판매, 네트워크 마케팅 대중화, 한국 화장품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등에 힘입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수출이 증가했다. 아직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 비해 한류문화의 경제파급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경제가 지속 발전하면서 한류 효과도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캄보디아 수출은 5억 6,721만 달러, 수입은 3억 1,811만 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과의 경제 연계를 강화해온 캄보디아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피해갈 수 없었다. 중국인이 대거 빠져나가고 중국발 투자가 줄어들었으며 천정부지로 올라가던 부동산 가격 및 건설 경기도 고점을 찍고 주춤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 대표 관광지인 시엠레아프의 경우, 방문객이 2019년 대비 99% 감소하는 등 지역경제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 청정국’이라고 불리던 캄보디아도 2021년 2월 지역감염 사태가 일어난 이후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자국 내에서도 여러 방역조치가 강화됐다. 통금과 지역 간 이동금지에 이어, 마을 단위의 이동도 한동안 제한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으로부터 다량의 백신을 전략적으로 지원받아 6월 말 기준 성인의 45%를 접종했는데 이는 아세안 지역에서 싱가포르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비록 현재도 매일 900명 내외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으나, 높은 백신 접종률에 힘입어 경제회복의 기대가 싹트고 있다.
90년간의 프랑스 식민지배 후, 캄보디아는 1950~1960년대에 평화와 번영을 누렸으나 그 시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세계 이념대립 속에서 정권을 잡은 크메르 루주의 공산주의는 ‘킬링필드’로 불리는 숙청으로 수백만 명의 국민을 학살했다. 그 이후, 친베트남의 캄푸치아인민공화국 수립으로 학살은 끝이 났으나, 이때부터 10여 년간 여러 반정부 세력과 정부군은 끊임없이 내전을 벌여 또 다른 희생자들이 생겨나는 암흑의 시대를 겪어야만 했다.
이렇게 안타까운 격동의 역사를 지나면서 상처를 가진 수많은 캄보디아 사람들은 여전히 정치 불안과 전쟁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현 훈센 정권은 이런 상황을 잘 이용해 36년째 장기집권을 하고 있으며, ‘감사합니다. 평화’라는 정치 슬로건을 내걸고 캄보디아의 평화 유지와 발전이라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는 이러한 표면적인 평화와 사회 안정, 국제사회 원조 및 외국인 직접투자(FDI),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눈에 띄는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다.
A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캄보디아는 180개 국가 중 160위를 차지할 정도로(2020년 기준, 21점/100점) 투명성이 낮은 나라다. 대부분의 인허가에는 법정수수료가 명시되어 있지만 행정의 불투명성, 부패 및 법적제도 미비 등의 애로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부정부패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2010년 부정부패방지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운영 중이나 효과는 미약하다. 인구가 점점 증가 추세인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젊고 역동적인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젊은 중산층의 대두로 소비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으나 SNS를 통한 정보 획득이 많아, 소비 트렌드 변화가 매우 빠르고 브랜드 충성도는 낮아 상품 수명주기가 짧은 편이다.
A 일반적으로 ‘한국=선진국, 한국 상품=높은 가격·좋은 품질’의 이미지가 강하다. 바이어들은 품질보다 가격이 저렴한 제품(중고품·이월상품 등)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최근 캄보디아인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품질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캄보디아 수입업체 중에는 중간에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연락을 끊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한국의 특유의 ‘빨리빨리’ 마인드로 접근을 하면 부담을 느껴 쉽게 연락을 끊어버린다. 이는 타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잘 못하는 캄보디아인의 문화적인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여유를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전통적 인사방법인 합장 인사
캄보디아 사람들 간 전통적인 인사방법은 두 손을 가슴으로 모아 합장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사방식은 나이, 서열, 관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니 미리 알아놓으면 좋다. 외국인과의 인사 시 악수도 가능하나, 전통 인사법이 무난하다.
인내심과 여유를 가지세요.
캄보디아는 과거 크메르 루주 시절 지식층 대다수가 숙청되었다. 그 이후로 점차 회복 중이기는 하나 아직까지는 인적자본과 시스템의 한계가 있어, 업무진행이 기대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급하게 일을 밀어붙이거나 재촉하지 않도록 상호간에 여유롭게 계획을 잡는 것이 좋다.
비즈니스 미팅 시 정장 차림은 예를 표하는 방식
캄보디아는 예의와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미팅 시 정장을 갖추어 입고 예를 표하는 것이 좋다. 더운 날씨로 인해 복장에는 대체로 관대한 편이어서, 일상 업무의 경우 편한 옷차림과 노타이 복장이 일반적이지만 가능하다면 정장 차림이 도움이 된다.
차분한 어조의 대화법이 중요해요.
캄보디아는 불교 국가로서 화를 내거나 소리 지르는 것을 매우 무례하다고 여긴다. 잘못된 점이 있으면 어렵더라도 화를 누그러뜨리고 차분한 어조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