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은 경제성과 높은 효용성으로 자동차, 조선 등의 소재로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현재의 기술에서는 철광석에서 철을 생산할 때 화석연료인 석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탄소배출이 필연적인 한계가 있다. 국내 철강산업은 전 세계에서 생산량 6위, 수출량 4위로 국내뿐 아니라 교역국의 탄소저감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유럽연합(EU)이 발표한 ‘핏 포 55(이하 Fit for 55)’ 정책 중 글로벌 철강업계는 예고된 탄소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에 크게 술렁이고 있다. EU 집행위는 CBAM을 통해 수입 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해 생산 시 발생한 탄소량만큼 EU 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 Trading System)상의 가격대로 배출권을 구매토록 규정했다. 대상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전력 등 5개 제품군이며 2023년부터 계도기간을 거친 후 2026년부터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이번 조치는 국가 간 차별을 금지한 ‘최혜국 대우’, 자국 및 무역상대국 간 차별을 금지한 ‘내국민 대우 원칙’ 등 세계무역기구(WTO) 국제규범에 부합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으며, EU에 철강을 많이 수출하는 러시아, 터키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철강을 제외한 타 품목은 대(對)EU 수출량이 미미해 철강 외 산업에는 당장의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EU로의 철강 수출은 전 세계 수출량 중 약 9% 수준이지만, 타국으로 확산 가능성이 있어, 수출이 많은 국내 철강업계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다만, 이번 법안에는 탄소배출량 측정 및 검증방법이나 비용 부담 및 감면 기준, 세부 적용범위 등 논란이 될 만한 상세 기준은 전혀 담겨 있지 않아 업계에서는 섣부른 부담 비용 추정은 경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EU에 이어 2015년부터 모범적으로 ETS를 실시하고 있어 CBAM에서 비용 감면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 적용 수준에 따라서는 수출경쟁국 대비 가격우위를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앞으로는 국제 통상무대에서도 환경 이슈, 특히 탄소 저감 이슈는 지속적으로 논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철강산업도 석탄이 아닌 수소를 사용하는 수소환원제철법 개발 등 근본적인 탄소중립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당장 성과를 기대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우리는 CBAM 등의 제도가 무역장벽화가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국제 통상규범의 합치 여부를 꼼꼼히 살펴 우리 산업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정부 및 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겠다. 또한 CBAM 세부 이행법안이 내년에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전까지 제도상의 문제점 및 불리함을 파악해 ETS 운영 등 우리나라가 그동안 시행해온 탄소 저감 노력이 반영될 수 있도록 EU 측과 적극적인 협상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국내에서 자동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일을 하는 사람이 19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자동차산업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급격하게 산업 생태계가 변한다면 모든 경우의 수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예견되는 만큼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한 산·학·연·관의 체계화된 준비가 더욱 요구되는 실정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Fit for 55’라는 엄격한 기준의 온실가스 정책을 발표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이산화탄소를 55% 감축하고, 2035년에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퇴출하는 강력한 정책이다. 2026년부터는 EU 내 수입·판매되는 상품의 탄소 함량을 조사해 기준을 초과하는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한다. 이른바 탄소국경세다. 내연기관차의 EU 수출도 빨간불이 켜졌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의 전환이 빨라져 4대 중 3대를 수출하는 수출지향형의 우리로서는 더욱 고민되는 부분이고 국가나 영역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데서 더욱 우려가 된다. 지역적인 장벽으로 대두되면서 자유경제무역체제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무력화 부분도 강조되고 있어 해결책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우선 이러한 EU의 강력한 규제는 2050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적 이행을 더욱 강화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유럽에서 평균적인 자동차 수명이 15년 내외라는 점을 감안할 때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종식은 결국 2050년 이전에 EU 내에서의 내연기관차를 완전히 정리하겠다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즉 2050 탄소중립에 부합되는 내용이다. 문제는 우리의 고민이 더욱 커진다는 데 있다. 현재 국내에서도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충전소 등 각종 관련 인프라 조성을 하고 국내에서 입증된 시스템을 통해 유럽 등에 수출하는 국내 경향으로 보면 내부에서의 친환경 흐름을 더욱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 제조업 기반이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에 치중돼 있어서 하루속히 탄소배출을 줄이는 기술개발과 산업의 업종전환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국내 탄소중립위원회가 탄소중립 정책을 발표했으나 지속적인 실행이 가능한지에 대한 신뢰성과 합리성이 중요하다.
EU, 미국 등 다른 글로벌 국가의 흐름도 눈여겨 분석해야 한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 아메리칸’ 선언으로 인한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면서 자국에서 배터리와 전기차 등을 의무적으로 생산하라는 정책은 우리에게 큰 고민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국가나 지역에 현지 공장을 짓고 운영하는 특성으로 국내의 산업 시설은 고부가가치와 연구개발 시설 등 실질적인 가능한 영역으로 재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글로벌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으나 상품성을 높인 자율주행기술 등은 아직 선진국 대비 3년 정도 뒤진 상황이다. 해외의 강화된 환경기준 등에 맞춘 강력한 선진 제품의 생산과 공급에 앞서서 포지티브 규제와 어려운 노사관계 등 국내 여건부터 긍정적인 환경으로 전환될 수 있는 정책과 지원이 더욱 우선시돼야 한다.
유럽연합(EU)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2030년 최종 에너지 중 재생에너지 목표를 32%에서 40%로 상향하고, 전력 중 재생에너지 목표는 55%에서 65%로 확대했다. 각국의 여건은 다르지만 EU의 전체 목표 달성을 위한 회원국들의 의무적인 목표를 2023년까지 정하게 돼 있다.
유럽연합(EU)의 에너지 정책에서 에너지 시스템 통합과 수소 전략이 강조됐다. 에너지 시스템 통합은 세 방향에서 추진된다. 첫째, 순환적인 에너지 시스템으로서 지역의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에너지 효율 최우선’ 원칙이다. 지역의 산업 폐열, 데이터센터, 바이오 폐기물, 하수 폐열 등의 활용을 확대한다. 둘째, 최종 소비의 더 많은 전기화다. 빌딩의 히트펌프, 수송의 전기차, 산업의 전기로 사용을 통해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탈탄소를 강화한다. 난방용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2025년 화석연료 보일러 판매금지, 태양광·풍력 발전의 확대, 100만 개의 전기차충전소 네트워크 건설이 추진된다.
셋째, 전기화가 어려운 분야는 청정수소, 바이오연료, 바이오가스 등 청정연료를 통해 탈탄소를 추진한다. 재생에너지 및 저탄소 연료에 대한 분류 기준과 인증시스템을 도입한다. 그 밖에 EU의 에너지 시스템 통합을 위한 연구개발, 재정지원,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시장개혁, 인프라 투자, 소비자 정보 제공, 에너지 세금 지침, 가스 시장 개혁 등 38가지의 구체적인 지침이 제시됐다.
EU의 수소 전략은 통합된 에너지 시스템에서 산업·교통·빌딩 부문의 탈탄소 심화를 목적으로 한다.
수소는 전력화가 어려운 분야의 탈탄소를 위해 사용된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투자다. EU의 수소 전략은 단계적 접근을 하고 있다. 2020~2024년에는 EU에서 100만 톤의 재생에너지 수소 생산을 위해 6GW(기가와트)의 재생에너지 수전해 설비를 구축한다. 2025~2030년에는 EU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1,000만 톤의 재생에너지 수소 생산을 위해 40GW의 재생에너지 수전해 시설을 도입한다.
EU로 태양광 모듈, 풍력 부품, 배터리를 수출하는 우리 기업에는 호재다. EU의 에너지 시스템 통합 사례는 우리에게 에너지 효율 최우선 원칙의 중요성, 각 지역의 바이오에너지 및 폐열 활용, 산업과 건물 에너지 통합, 전력과 열 통합 등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우리나라도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수소 사용을 피하고, 재생에너지 수소 사용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 EU의 에너지 정책은 전력의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넘어 산업·수송·건물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EU의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에너지 세제 개혁, 녹색분류체계를 통한 투자환경 개선 등 38개의 개별 대책은 우리의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계획 수립에 좋은 학습 자료다.
유럽연합(EU)은 교토의정서 이후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을 주도하고 어젠다·정책 제시, 법률 제정 등을 이어 나가면서 온실가스 배출은 급속하게 감소했으나 2014년 이후 운송 분야에서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운송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EU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EU 집행위원회는 2011년 백서인 ‘단일 유럽 교통지역 로드맵’에서 2050년까지 교통 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최소한 60% 감축하고, 도심에서 화석 연료 사용 차량을 2030년까지 50% 수준으로 감축하여 2050년까지는 완전 퇴출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Fit for 55에서 항공·해운·도로운송·건물 분야의 배출권거래제(ETS)가 강화되거나 신규 적용되는 내용이 포함됐다. EU 내 항공 분야 배출권의 82%는 무상 할당됐었는데, 2026년까지 무상 할당이 단계적으로 폐지될 계획이다. EU발 모든 항공기에 바이오연료와 같은 지속 가능한 항공연료의 혼합 사용도 의무화했다. 이는 EU 내 항공운임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운 분야에서 Fit for 55는 EU 내 모든 항구에서 5,000GT(총화물톤수) 이상 선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2050년까지 2020년 대비 75% 이상 감축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감축 수준은 2025년까지 2%, 2030년까지 6%, 2040년까지 27%, 2045년 59%로 점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선박은 기존 중유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에너지로 동력원을 대체해야 한다. EU가 Fit for 55를 발표하기 이전인 2018년 4월에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 국제해운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로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고, 2021년 6월 해양오염방지 협약(MARPOL)을 개정해 2023년 1월 1일부터 현재 운항 중인 국제 항해선박에도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적용된다고 밝혔다.
EU의 Fit for 55와 IMO의 조치로 전 세계 친환경 선박 발주는 더욱 증대될 전망이다. 현재 전 세계 선사들은 LNG 연료 추진 선박, 이중 연료 추진 선박 등 친환경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다. 또한 국내 조선사도 친환경 선박 건조 능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2020년 한국의 EU 수출품(MTI 4단위 기준) 중 선박은 승용차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총 수출액 대비 비중은 5.5%다. LNG 연료 추진 선박의 경우 한국과 중국의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의 2021년 6월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에서 LNG 연료 추진선 발주는 67척이었는데 이 중 31척을 한국이 수주했고, LPG 연료 추진선 발주는 48척이었는데 이 중 36척을 한국이 수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