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ustry

우주 시대를 향한 인류의 도전,
민간이 주도하는 세계 우주산업 시장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연구위원 사진 한경DB

세계 우주산업은 2020년 기준 3,710억 달러, 한화 423조 원 규모다. 우주산업은 크게 위성산업과 비위성산업으로 나뉘는데, 위성산업이 73%를 차지한다. 이는 다시 지상장비, 위성서비스, 위성체 제조, 발사체 등 4개 분야로 구분되며 이 중 지상장비와 위성서비스가 93.5%를 차지해 전체 위성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러시아가 민간인 우주 관광 서비스를 재개하면서 일본 갑부 기업인 마에자와 유사쿠와 그의 보조요원 등 2명을 2021년 12월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낼 계획이다.
이들은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3개월간 본격적인 비행 훈련을 받았다.

세계 우주산업의 73%를 차지하는 위성산업은 2010년 1,680억 달러에서 2020년 2,710억 달러로 지난 10년간 1.6배 성장했으나 2018년 이후부터는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위성산업의 성장 정체는 산업 전반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혁신이 비용혁신으로 이어지면서 나타나는 긍정적 변화다. 초소형 위성기술, 로켓 재사용 기술, 데이터 처리용량 확대와 같이 기술혁신이 가속되면서 위성체 제조, 위성 발사, 위성 활용 서비스 가격이 하락하고 그 결과 부문별 매출액이 늘지 않는 것이다.

세계 위성산업 시장 규모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규모(단위: 십억 달러) 168 177 210 231 246 255 261 269 277 271 271
성장률(%) 5 6 18 10 7 3 2 3 3 -2 0
자료 : Satellite Industry Association

위성 활용 서비스의 매출액은 데이터 처리 가격 하락 등으로 2018년 1,265억 달러에서 2020년 1,178억 달러로 감소했다. 실제로 지난 6년간 발사 단위당 데이터 처리용량은 6배 증가한 반면, 데이터 처리 가격은 80% 하락했다. 위성체 제작비용이 하락하면서 위성체 제조 매출액도 2018년 195억 달러에서 2020년 122억 달러로 떨어졌다. 발사체 매출액 역시 로켓 재사용으로 발사비용이 하락하며 2018년 62억 달러에서 2020년 53억 달러로 감소했다.
우주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기술혁신은 위성체 제작, 로켓 발사, 지상장비 가격을 더욱 크게 하락시킬 전망이다. 위성의 제작비용은 5억 달러에서 50만 달러로, 무선데이터 처리비용은 1/10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위성 발사비용은 이미 2억 달러에서 6,000만 달러로 떨어졌고, 로켓 1단과 2단, 그리고 페어링을 회수해 재사용하게 되면 발사비용은 600만 달러까지 하락한다. 인공위성 레이저 송수신(Inter-Satellite Laser Link)은 인공위성 간 신호를 주고받는 기술로 신호를 지상으로 보냈다 다시 위성으로 전송하지 않아도 돼 지상장비에 대한 비용 상승을 제한한다.

2020년 세계 우주산업의 가치사슬 (단위: 십억 달러)

우주산업 분야별 변화 및 향후 전망

위성체
• 고기능·저비용 위성
• 위성의 사용 연한 연장
▼ 위성체 제작비 1/1000 감소
발사
• 발사비용 감소 (발사활동 증가)
• 발사 옵션 확대
• 혁신적 발사 후배치 서비스
▼ 발사비용 1/40 감소
지상장비
• 연계성 증대
• 6G·위성항법시스템 경쟁 심화
• 인터넷·위성라디오 설치 증가
▼ 레이저 링크 기술로 지상장비 비용 상승 제한
위성 서비스
• 통신기능 향상
• 시각이미지 향상
• 새로운 위성서비스 등장
▼ 무선데이터 처리비용 1/100 이하로 감소
주: 위성 전파를 이용해 움직이는 물체의 위치 등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 자료: 저자 각색(Space Industry Association 자료 인용)
3D 프린팅 기술이 우주산업의 경제성 제고

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기술혁신도 우주산업의 경제성을 크게 제고하고 있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로켓의 연료탱크와 엔진을 제작하게 되면 제작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된다. 로켓 엔진의 연료 주입기(injector) 제작에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부품 수는 1/1000로 줄고, 제작기간은 9개월에서 2주로 단축되며, 비용은 1/10로 하락한다. 로켓 연료탱크는 3D 프린터로 알루미늄 소재를 얇게 층층이 쌓아 초경량화와 제작기간 단축을 이뤄냈고, 1,000개가 넘는 파이프를 사람이 일일이 용접해야 했던 엔진 연소실도 3D 프린팅 기술로 제작에 소요되는 인건비를 대폭 절감했다.
미국의 스타트업 렐러티비티 스페이스(Relativity Space)는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로켓의 부품 수를 기존보다 100분의 1로, 제작기간은 60일 이내로 줄일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3D 프린팅으로 로켓 엔진밸브를 제작해 제작기간을 수개월에서 2일로 단축시키기도 했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탄소섬유복합제로 부품을 생산해 우주정거장을 보수할 수 있고, 달 표면의 먼지로 콘크리트를 제조해 우주기지를 빠르게 건설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주에서 생산한 배양육을 우주식량으로 제공할 수도 있게 된다. 이와 같이 우주산업에 불고 있는 기술혁신의 바람은 민간기업이 우주산업에 진출해 성취해낸 결과물인 것이다.
우주산업에서 나타나는 기술혁신은 우주산업의 생산성을 제고하고 수익성을 향상시킬 전망이다. 예를 들어 로켓 발사체 재활용 성공률이 92%로 상승하면서 발사체를 10회 재활용할 경우 영업이익률은 59.0%로 1회 로켓 발사에 따른 영업이익률(18.5%) 대비 3배 증가한다. 3D 프린팅으로 제품의 제작 비용과 기간을 1/10 혹은 1/100까지 낮추게 되면, 관련 기업들은 잦은 제품 테스트를 통해 제품과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시켜 우주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이 또 한 단계 제고될 수 있다.
기술혁신으로 인한 경제성 확보는 장기적으로 우주산업 제조와 서비스의 공급과 수요를 확대시킬 전망이다. 기술혁신과 생산성 증대는 제품과 서비스 생산을 증가시키고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많이 공급되면, 공급자 간 치킨게임이 시작돼 이전에 비해 저렴한 가격의 제품과 서비스가 더욱 많이 등장한다. 즉 공급 확대는 수요 확대로 이어지고, 수요가 확대되면 소위 생산요소 투입량이 크게 증가하는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 효과가 우주산업에서도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위성산업의 수요도 크게 확장되고 분야별로도 수요가 고도화되면서 위성산업의 성장 전환 시기도 빠르게 앞당겨지고 있다. 인공위성의 사용 목적이 상업통신, 날씨, 과학, 탐사·관측, 항법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활동 중인 인공위성의 수는 2010년 958개에서 2020년 3,371개로 10년간 2.5배 증가했다. 특히 스페이스X, 아마존, 원웹 등이 저궤도 위성을 활용해 6G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어 소형위성 시장은 2020~2025년 연평균 20.5% 증가할 전망이다.

최근 3D 프린팅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로켓 부품 - 로켓 엔진의 구성, 연료 주입기, 연소실 벽면
우주개발의 상업화 속 공공과 민간의 협력 확대

우주산업은 장기·대형 프로젝트가 대부분으로 주로 정부가 우주개발의 주된 자본 공급원이 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가진 민간업체들이 진입 가능한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민간 투자가와 기업가적 활동 모델을 기반으로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우주산업이 민간 주도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민간의 참여 확대는 우주개발의 상업화와 더불어 우주개발의 산업생태계 전반에 변화를 가져와 공공과 민간의 협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우주산업의 상업화는 민간 우주여행에서 가장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버진갤럭틱은 여객기로 상공 15km까지 나른 후 로켓을 점화해 90km까지 올라가는 비행에 성공했다. 10년 내 가격을 4만 달러로 인하해 우주여행 대중화를 선도할 계획이다. 블루오리진도 유인 캡슐을 타고 100km 궤도까지 올라가 중력을 체험하는 비행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초대형 로켓인 ‘스타십(Starship)’으로 조만간 우주정거장 체류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우주기업에 대한 민간투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21년 2분기까지 1,553개 우주기업에 총 1,998억 달러(약 230조 원)가 투자됐고, 2021년 2분기만 보면 138개 기업에 99억 달러가 투자됐다. 한국도 우주기업에 대한 민간투자가 증가되는 추세다. 2005년 쎄트렉아이가 처음으로 3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고, 2016년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AP위성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민간투자가 급증했다. 2017년 이후에는 투자분야도 저궤도·소형 인공위성 등 분야로 다양화되면서 보다 다층적인 구조로 변모하고 있다.

주요 기업별 우주관광 상품

회사 버진갤럭틱 블루오리진 스페이스X 오리온스팬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프랭크 벙어
상품 고도 83km 무중력 체험 고도 100km 무중력 체험 우주정거장 10일 체류 고도 333km 우주호텔 12일 체류
요금 25만 달러 20만 달러 5,500만 달러 950만 달러
예정일 2022년 초 2021년 7월 2021년 말 2022년
자료: 저자 정리
국내 우주산업도 민간기업 참여가 필수

우리나라 우주산업 규모는 2019년 3조8,931억 원으로 세계 우주산업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우리 정부의 우주산업 예산은 7억2,200만 달러로 미국의 1.5%, 중국의 8.2%, 러시아의 20.2%, 일본의 21.7%에 불과한 실정이다. 단지 예산을 증액하는 것으로는 우주산업 시장을 크게 성장시킬 수 없다. 우리나라 우주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민간기업의 역량과 아이디어를 활용해 기술혁신을 도모하고 수익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등 민간의 우주산업 생태계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먼저 공통의 이해관계에 기반해 더욱 많은 공공-민간 협력 프로젝트를 수행해나가야 한다. 상호 윈윈(win-win)을 위해서 정부의 우주 프로젝트 추진에 있어 민간의 참여를 확대하는 등 정부와 민간의 관계를 재설정해나가야 한다. 정부가 독점하던 우주개발 기반시설을 민간에 공유하고, 민간에 기술이전을 촉진하는 등 민간이 우주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도 손질해야 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미 상업적으로 개발된 추진체를 활용해 국제우주정거장에 유인선을 발사하고 있다. 우주시대를 향한 인류의 도전에 보다 많은 우리 기업이 동참할 수 있는 날이 어서 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