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view

우주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국가 간 경쟁

이예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글로벌전략팀 연구원

최근의 우주 국제협력은 인공위성서비스 이용을 목표로 정부 또는 기구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지구 관측이나 위성 개발을 위해 각국의 우주 관련 기구들이 경제적 효율성을 위해 협력하는 양상을 보인다.
인공위성은 국가의 군사안보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과 융합되어 그 활용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우주 공간의 이용을 두고 보이지 않는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대규모 우주 국제협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 International Space Station)은 여러 국가들이 우주를 연구할 수 있는 공간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2018년에 미국은 ISS에 예산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2021년에는 러시아가 탈퇴를 선언하면서 ISS는 약 2030년까지 운영 후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중국은 2022년 운용을 목표로 러시아와 협력하여 톈궁 우주정거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ISS의 사용이 종료된 이후에는 톈궁이 유일한 국제 우주정거장이 될 전망이다.
가장 최근의 우주 국제협력 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아르테미스 계획(Artemis Program)은 NASA의 주도로 영국, 이탈리아, 러시아를 비롯하여 우리나라까지 총 13개국이 참여하는 대규모 우주 탐사 프로젝트다. 2021년 아르테미스 1호로 무인 비행을 마친 후 2023년 2호로 유인 비행, 2024년 3호로 여성 우주인을 포함한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킨 후 지구로 복귀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계획이다. 이후 2028년에는 달 남극 부근에 인간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루나 아웃포스트(Lunar Outpost) 기지를 건설할 예정이며, 민간기업도 함께 건설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억만장자들이 키운 뉴스페이스 등장

이렇듯 우주개발은 전통적으로 정부가 주도하는 국가사업이었지만, 최근 들어 민간기업의 참여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를 ‘뉴스페이스(New Space)’라고 부른다. 뉴스페이스의 등장으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특징은 기업을 운영하는 억만장자들의 우주산업에 대한 투자가 크게 확대됐다는 것이다. 테슬라(Tesla Motors)의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SpaceX), 아마존(Amazon)의 제프 베이조스는 블루오리진(Blue Origin), 버진그룹(Virgin Group)의 리처드 브랜슨은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의 우주산업과 관련된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뉴스페이스로의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페이스X는 2012년 상용 우주선을 발사했으며, 2015년에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을 때는 역사 최초로 추진 로켓을 다시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2020년에 팰컨 9(Falcon 9)를 통해 최초의 민간 유인 캡슐 크루 드래곤을 발사했고, 이 우주비행선을 ISS에 도킹하는 데 성공했다. 2021년에는 블루오리진을 통해 우주비행사 3명이 우주여행에 성공했으며, 버진 갤럭틱도 같은 시기에 6명의 민간 우주여행을 성공시킨 바 있다. 이러한 기업들은 가까운 미래에 우주관광 사업을 더욱 확대할 것이며, 가능하다면 국제 우주탐사 프로젝트에서 자사의 우주왕복선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주관광 분야에도 투자하고 있지만,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를 주된 사업군으로 본다. 예를 들어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는 현재 1,647기의 위성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이를 4만2,000기까지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저궤도 위성통신이 많아지면 인터넷이 도달하기 힘든 곳까지 빠른 통신이 가능한데, 스타링크는 이미 미국, 캐나다 등 17개 국가에서 약 9만 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베타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이러한 뉴스페이스 흐름으로 전 세계 우주산업에 투자되는 비용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1,700여 개 기업에서 약 275조 원이 투자됐다. 2021년 투자액은 약 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47%가 미국, 30%가 중국 기업에 의한 투자다. 2030년 우주산업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1조4,0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 인공위성 개수 추이, (아래) 우리나라의 연도별 우주개발 예산
지속적 개발과 실험으로 이익 창출 기회 모색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실험을 통해 우주산업에 진출하고 경제적 이익 창출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이미 커진 우주산업의 규모는 4차 산업혁명과 발맞춰 더욱 확대될 것이고,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소개할수록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국내 우주산업의 성장을 위해 민간기업의 기술 개발 및 연구에 투자를 확대하고, 이들의 프로젝트가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주산업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서는 큰 규모의 자금이 필요한데, 프로젝트가 실패할 경우 자금회수가 힘들어 위험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는 중소기업들의 초기 진입을 막는 요소이기도 하다.
올해 11월에 정부가 발표한 ‘우주산업 육성 추진전략’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1년까지 170개의 공공목적 위성을 개발하고, 국내 발사체를 40회 쏘아올릴 예정이다. 또 우리나라가 이용하고 있는 미국의 위치정보시스템(GPS) 서비스를 대체할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 개발을 위해 2022년부터 2035년까지 3조7,234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국제 우주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국가 위상을 높이고 자국 기술을 바탕으로 한 통신 이용으로 국가 안보의 기틀을 다지는 한편, 스페이스X와 같은 영향력 있는 민간기업이 탄생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