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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상업화 속
미·중·유럽의 우주산업 육성정책

신상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선임연구원 사진 한경DB

각국의 우주정책은 자국 우주산업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독자적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해 우주정거장을 개발하고 있는 중국이 부상하고 있으며, 민간기업과 연계해 유인 우주비행을 성공시킨 미국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유럽 역시 우주 관련 예산을 증액하고 우주산업 육성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나사(NASA)는 2021년 11월 24일 오전 1시 20분(한국시간 24일 오후 5시 20분)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무인 우주선 ‘다트(DART; 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를 스페이스X 팰컨 9호에 실어 발사했다. 실제 소행성과 우주선의 충돌을 통해 궤도를 바꾸는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산업은 지난 60년 동안 3단계에 걸쳐 성장했다. 첫 번째 단계인 미·소 냉전시대의 우주개발은 국가 주도로 이루어졌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계기로 우주개발 목적이 다양해지는 두 번째 단계에 진입한다. 국제적인 프로젝트로서 국제우주정거장 계획이 시작되면서 방송위성, 통신위성, 기상위성, 항법위성 등 실용 위성 서비스가 우리 일상생활에 깊이 연결됐다. 지금 우리는 세 번째 단계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위성 발사 횟수와 우주 미션 수가 급증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우주개발에 진입하는 등 우주의 ‘상업화’가 시작됐다. 인도나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우주개발에 참가하는 나라가 증가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20개 이상의 나라가 자국의 위성을 가지고 있다.
오른쪽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우주산업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20년 전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4.4% 증가한 4,470억 달러로 약 530조 원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가 예측한 2020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약 400조 원임을 감안하면 우주산업의 규모와 성장가능성을 보다 쉽게 가늠할 수 있다.

미국 NASA,
우주개발의 주연에서 강력한 조연으로

미국은 2020년 5월 민간기업인 스페이스X가 세계 최초로 민간 유인 우주비행을 성공시키는 등 오늘날 세계 최대의 우주 강국이다. 여기에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서비스 조달 프로그램 ‘상업용 궤도 수송 서비스(COTS)’가 큰 역할을 했다. ‘서비스 조달’은 오늘날 우주산업의 핵심용어 중 하나다. 기존 우주개발에서는 NASA가 민간기업에 요구사항을 발주하고 우주기기를 납품받는 방식이었다. 우주개발의 실행 주체는 어디까지나 정부였고, 민간은 고가의 제품을 납입하는 판매자였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는 기업이 스스로 우주개발의 주역이 되어 민간기술을 이용한 저가의 서비스를 다양한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조달’에서 민간은 자유도가 높은 상용 목적을 개발하고 정부는 서비스 비용을 지불한다.

NASA의 ‘상업용 궤도 수송 서비스’ 프로그램(자료: NASA)

즉 COTS 프로그램에서 스페이스X의 우주발사체는 NASA에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운송 서비스만 제공한다. NASA는 스페이스X의 고객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같은 서비스를 전 세계 고객에게 판매해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저비용화를 지향하는 이 조달방식은 민간 우주사업을 가속화하는 데 있어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NASA는 이러한 서비스 조달 방식을 ‘벤처 클래스 발사 서비스(VCLS)’나 ‘상업 달 운송 서비스(CLPS)’ 프로그램에도 적용해 민간기업의 진입을 촉진하고 있다. 그 밖에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서도 상업기상 데이터·서비스에 같은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민간의 우주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유연한 조달 방식과 법제도를 신설하거나 개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달에서 민간의 자원 채굴 활동을 인정하는 우주자원법이나 민간 우주공항(Space Port)의 운용 면허 발행 등 제도를 빠르게 시행하고 있다.
특히 2018년 5월 법제도가 기술혁신과 시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에 트럼프 정부는 민간 우주활동의 규제완화에 대한 정책지시(SPD-2)를 관계기관에 명령하기도 했다. 이 지시에 따라 상무부는 2020년 5월 지구관측 데이터에서 해상도 제한 등 대부분의 제한을 해제했고,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연계도 강화하도록 했다.

세계 우주산업 규모 (2015~2020)
중국, 모방에서 혁신으로

2019년 여름, 소형 발사체(장정 2호C) 하나가 중국 남부 내륙에 있는 우주기지에서 발사됐다. 발사 후 공개된 사진에서 ‘그리드 핀(Grid Fin)’이라는 부품이 발사체 상단에 부착된 것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 부품은 스페이스X가 ‘팰콘 9’에 도입한 그리드 핀과 같은 디자인으로, 발사체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해상 바지선에 귀환할 때까지 자세 제어를 담당한다.
발사 1년 후, 중국은 중형 발사체인 ‘장정 8호’에 재진입 기술을 도입하는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이 발사체의 추진제는 케로신 연료로 스페이스X의 발사체와 동일하다. 중국 당국은 2025년까지 장정 8호가 스페이스X처럼 해상 바지선에 착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도 재사용 로켓 개발 계획을 밝히고 있다. 링크스페이스나 갤럭틱에너지 같은 중국 기업들은 스페이스X의 기술을 모방한 것처럼 보이는 형상을 공개한 바 있다.
중국의 모방 전략이 눈길을 끄는 것은 국가 차원의 우주에 대한 일관된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막대한 지원 때문이다. 2021년 봄에 개최된 양회에서 중국 정부는 상업적 발사장과 글로벌 위성군을 포함한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우주항 건립, 장정 9호, 중국의 달 탐사 프로그램 4단계 및 대기 모니터링을 위한 위성 계획, 3번의 발사에 걸친 9개 지구관측위성 발사, 위성군 계획, 양자 통신 위성군에 대한 계획이 포함됐다. 특히 통신 위성군 계획과 광대역 위성군 계획에는 중국의 우주기업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다. 이를 위한 위성군 제조에 필요한 기반시설 구축이 거의 이루어졌는데, 정부(중앙+지방) 자금이 상당 부분 조달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장정 2호C(좌)와 스페이스X 팰콘 9(우) 그리드 핀의 모습. 중국은 국가 차원의 막대한 지원 아래 스페이스X의 기술을 모방하는 이른바 ‘모방전략’을 펼치고 있다.
(자료: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CASC), Spacenews)
유럽, 미·중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제시

27개 유럽 국가의 정치경제 통합체인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중국에 경쟁하기 위한 우주산업 육성을 지향하고 있다.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EU위원회의 티에리 브레튼 위원은 2021년 1월 12일 제13회 유럽우주회의에서 “우리에게는 보다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우주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향후 7년에 걸친 우주정책하에서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고 제3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전까지 유럽은 2016년 10월 수립한 ‘유럽을 위한 우주전략(Space Strategy for Europe)’에 따라 우주기술의 사회경제적 활용을 확대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우주가 사회나 유럽 경제에 가져오는 편익 극대화를 위해 갈릴레오가 제공하는 이동통신과 자동차용 서비스, 또한 인터넷이나 컴퓨터에 필수적인 시간 동기화를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의 활용을 촉진하고 신흥기업도 우주에서 취득한 데이터를 이용하기 쉽게 함으로써 가능한 한 많은 유럽 시민이 우주의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활동이 활발한 미국과 달리 벤처기업의 진입이 늦어져 ‘상업화’에 대한 느린 대응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새로운 전략은 2021년 4월 ‘우주계획(New European Union Space Programme) 2021~2027’로 정식 채택됐다. 여기에는 우주 데이터와 서비스가 가진 큰 잠재력을 활용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으며, 위성시스템 활용의 활성화와 고부가가치의 애플리케이션이나 서비스의 개발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전략은 새로운 전문기관인 EU 우주계획기관(EUSPA; European Union Agency for the Space Programme) 설립을 통해 추진된다. 이 기관은 기존 ‘유럽 글로벌위성항법시스템 기구(GSA; European GNSS Agency)’를 대체하고, 사용자 중심의 위성시스템 활용을 책임진다.
EU의 입법기관인 EU이사회와 유럽의회는 2021년 4월에 총액 148억 유로(약 20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특히 새로운 계획은 EU의 연구·이노베이션 조성계획인 ‘호라이즌 유럽 2021~2027’과 관련성이 높아 시너지가 기대된다. EU는 이 두 가지 계획이 성공적으로 연계돼 경쟁력 있는 혁신적인 우주산업이 육성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미국과 중국에 경쟁하기 위한 우주산업 육성을 지향하고 있다. EU위원회는 2021년 1월 12일 제13회 유럽우주회의에서 새로운 EU 우주 계획을 발표,
향후 7년에 걸친 우주정책 하에서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고 제3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전략을 제시했다.(자료: 유럽위원회)
한국, 2030년대 우주 비즈니스 시대 개막

우리나라는 우주개발에 한 걸음 뒤늦게 뛰어든 후발주자다. 한반도 주변의 복잡한 안보환경에 따른 많은 제약요인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관된 정책과 지속적인 투자로 높은 수준의 우주기술을 확보했고 350여 개의 우주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야심찬 사업계획을 가진 벤처기업들도 생겨나고 있고, 대기업도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따라서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을 반영한 정책제안이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 정부도 민간의 우주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정부는 중장기적 산업육성 전략 수립을 통해 국내 우주산업이 한 단계 도약, 2030년대 우주 비즈니스 시대를 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공공수요를 확보해 기업의 우주개발 참여기회를 넓히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