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택소노미 자문기관인 ‘지속가능금융 플랫폼(PSF; Platform on Sustainable Finance)’이 지난 2월 소셜 택소노미 보고서 최종안을 발표했다. 소셜 택소노미는 자본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사회적 투자에 해당하는 활동과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식별하는 분류체계를 말한다. 소셜 택소노미가 도입되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과 더불어 ‘공정한 사회로의 전환’을 촉진해 인권과 노동환경 개선에 기여하게 될 전망이다.
글 임성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ESG센터 센터장) 사진한경DB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한가?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미래에도 지구와 사회는 온전할 수 있는가? 기후위기, 생태계 파괴, 팬데믹, 양극화, 인종갈등, 사회적 약자의 소외와 차별 등 쉽게 해결되지 않는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를 우리는 극복할 수 있을까?
유럽연합(EU)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발전전략으로 2018년 ‘지속가능금융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환경·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경제활동이 활성화되고 해당 분야에 자본이 유입돼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행동계획 10개 중에는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분류하는 ‘택소노미’와 관련 정보를 외부에 공시하는 ‘공시 규정’이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택소노미(Taxonomy)는 그리스어 ‘tassein(분류하다)’과 ‘nomos(법·과학)’의 합성어로 ‘분류체계’를 뜻한다. 그린 택소노미(Environmental Taxonomy · Green Taxonomy)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이 무엇인지 분류하는 기준”이고, 소셜 택소노미(Social Taxonomy)는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이 무엇인지 분류하는 기준”이다.
EU는 2020년 6월 택소노미 규정을 채택하고 11월 그린 택소노미를 만들었다. 2022년 2월에는 소셜 택소노미 최종보고서(Final Report on Social Taxonomy)를 발표했다. 소셜 택소노미는 환경에 집중돼 있는 분류체계를 인권을 포함한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소셜 택소노미는 사회목표 달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경제활동을 정의해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사회적 투자)를 확대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EU의 소셜 택소노미는 보고서가 나온 단계이지만 후속절차를 거쳐서 조만간 규범화될 전망이다.
교육·보건의료·주거·고용·안전 등 사회 영역에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 지출만으로는 부족하다. 민간투자의 역할이 필요하며 중대하다. EU의 경우 2030 지속가능발전 의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년 3조3,000억~4조5,00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한다. 개발도상국은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관련 산업에서 평균 2조5,000억 달러의 자금 부족을 겪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필수적인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는 일자리를 잃거나 특정 산업이 소멸하는 등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 따라서 ‘정의로운 전환’이 요구되는데 여기에도 투자가 필요하다.
당위적 요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분야에의 투자는 투자자 및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2020년에 발행된 사회적 채권(Social Bond)의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의 10배로 증가했고 2021년 이후도 계속 급증하고 있다. 사회적 채권은 사회문제의 해결이나 완화, 또는 긍정적인 사회적 성과 달성을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 상품을 말한다. 블룸버그는 사회적 채권의 판매수익이 2019년 약 200억 달러에서 2020년 1,477억 달러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사회적 채권뿐 아니라 사회성과 보상채권도 증가하고 있다. 지속가능성과 연계한 대출 또는 보증, 신용상품도 늘어나고 있다.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도 시장의 각광을 받고 있다. 사회·환경적 영향(impact)을 만들어내는 기업에 투자해 재무적 수익까지 창출해내는 임팩트 투자는 금융기관뿐 아니라 대기업의 참여로 시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처럼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사회적 투자는 늘어나고 있으나, 무엇이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인지는 모호하다. 논쟁적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를 정의하고 분류하는 택소노미가 필요하다. 소셜 택소노미는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문제와 관련된 활동의 기준이 된다. 어떤 상품과 서비스가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는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 투자자 또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지속가능금융(대출·신용·보증 등), 특히 사회적 채권과 임팩트 투자의 발행·공시·평가 기준이 된다. 나아가 외형적으로 사회적 지향을 가지는 경제활동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이른바 ESG 워싱(washing)을 방지하고 식별하는 기준이 된다. ESG 워싱은 세계적으로 공정거래 및 소비자 정책 당국뿐 아니라 소비자 및 시민사회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EU 소셜 택소노미의 출발은 그린 택소노미다. 그린 택소노미는 유럽뿐 아니라 다양한 나라에서 상당히 진전되고 규범화돼 있다. EU는 소셜 택소노미가 별개의 개념이 아닌 그린 택소노미의 핵심 기준을 바탕으로 발전돼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소셜 택소노미는 그린 택소노미와 다음과 같은 차이를 가진다.
우선,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환경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미치므로 그린 택소노미는 부정적인 환경 영향을 줄이거나 탄소 포집 등을 통해서 되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경제활동은 사회적으로 보면 일자리 창출, 세금납부, 상품 및 서비스 제공 등과 같이 본질적으로 유익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택소노미의 역할은 경제활동이 만들어내는 고유의 이익과 추가적인 사회적 이익을 구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제약회사의 의약품 생산은 그것만으로도 사회적 기여가 있지만, 소셜 택소노미에서 이를 ‘실질적’ 사회 기여라고 분류하지 않는다. 다만 제약회사가 특정 그룹의 특정 약물에 대한 접근성과 가격을 개선한다면 추가적인 사회적 편익으로 식별할 수 있다.
다음으로, 그린 택소노미는 과학적 기준에 기반하지만(과학 기반), 소셜 택소노미는 국제인권 규범과 같은 권위 있는 국제기준에 기초한다(규범 기반). 환경문제는 국제적으로 일반화하기 용이하지만, 사회문제는 국가별로 법규와 제도,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크다. 마지막으로, 사회 분야는 환경 분야보다 정량적 기준 개발이 어렵고 정성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소셜 택소노미는 이해관계자에서 출발한다. 기업이 마주하는 사회문제는 결국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연결되기 때문이다. 주주중심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전환하고 있는 시장의 변화도 중요한 배경이 된다. EU 소셜 택소노미는 근로자(공급망의 근로자를 포함), 소비자, 지역사회라는 세 가지 이해관계자 그룹으로 나누고, 이해관계자에 따른 사회적 목표를 설정한다. 소셜 택소노미와 그린 택소노미의 기본 구조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그린 텍소노미 | 소셜 텍소노미 | |
---|---|---|
목표 |
① 기후변화 완화(mitigation) ②기후변화 적응(adaptation) ③ 물 및 해양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 및 보호 ④ 순환경제로의 전환 ⑤오염방지 및 관리 ⑥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호 및 복원 |
① 근로자: 양질의 일자리 (가치사슬 근로자 포함) ② 소비자: 최종사용자의 적절한 생활수준과 후생 ③ 지역사회: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와 사회 |
판단 기준 |
① 하나 이상의 환경목표 달성에 상당한 기여 (Substantial Contribution) ② 다른 환경목표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을 것 (DNSH; Do No Significant Harm) ③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 준수 (Minimum Social Safeguards) ④ 기술 선별 기준 (Technical Screening Criteria)에 부합 |
① 사회목표의 설정 (이해관계자별 목표와 하위목표의 개발) ② 사회목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 ③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을 것(DNSH) ④ 최소한의 안전장치 - 환경적 안전장치 - 사회 및 지배구조 안전장치 (다른 분야에서 사회 및 지배구조 원칙에 위배되지 않을 것) |
소셜 택소노미를 판단하는 기준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사회목표의 설정이다. 둘째, 사회목표에의 실질적인 기여다. 셋째,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 넷째,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
먼저 지속가능금융 플랫폼은 소셜 택소노미의 사회목표와 하위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향후 추가될 수 있다).
보고서는 사회목표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가 무엇인지 세 가지 유형으로 설명하고 있다. ①근로자·소비자·지역사회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해소하고 방지하는 활동이다. ②경제활동에 내재된 긍정적 영향을 강화하는 것이다. ③다른 활동의 환경적·사회적 목표를 개선하는 데 기여하는 활동이다(enabling activities). 예컨대 가치사슬 근로자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줄이기 위한 사회 감사(social audit), 이해관계자와의 의미 있는 대화나 조정절차(이해관계자의 불만을 처리하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 포함) 등이 예가 된다.
경제활동에 내재된 긍정적 영향의 강화와 관련해 AAAQ라는 네 가지 구성요소가 제시된다. AAAQ는 availability(가용성), accessibility (접근성), acceptability(수용성), quality(품질)의 앞 단어를 조합한 것이다. ‘가용성’은 특정 상품이 충분한 양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접근성‘은 상품 및 서비스가 경제적·물리적으로 어떠한 차별도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관련 정보의 제공 포함). ‘수용성’은 상품 및 서비스 제공이 윤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적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소수자와 취약계층을 존중하고 성별과 연령 요건에 민감해야 함을 의미한다. ‘품질’은 상품 및 서비스가 안전하고 과학적으로 승인되고 국제적으로 인정된 품질 표준을 충족함을 의미한다.
실질적 기여는 ‘상품과 서비스를 통한 기여’뿐 아니라 ‘운영과 행위를 통한 기여’를 모두 고려한다.
사회목표 | 이해관계자 그룹 | 세부 목표(일부 예시) |
---|---|---|
양질의 일자리 | 근로자 (가치사슬 포함) |
❖양질의 일자리 촉진 •사회적 대화 •생활임금 •보건과 안전 •기술교육, 평생학습 •사회적 보호(연금·보육 등) •강제노동과 아동노동 근절 ❖직장에서의 평등 및 차별금지 •평등한 고용기회 •성차별 해소 •경영진과 근로자의 임금격차 감소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근로자의 인권 및 노동권 보장 |
적절한 생활수준 및후생 | 소비자 (최종사용자) |
•건강하고 안전한 제품 및 서비스 보장 •내구성 있고 수리가 가능한 제품 설계 •개인 정보 및 사생활 보호, 사이버 보안 • 책임 있는 마케팅 관행(이해하기 쉬운 정보 제공과 과잉 판매 금지 등) •양질의 의료·보건·식품·식수·주거·교육 접근성 향상 |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역사회 |
지역사회 |
❖평등하고 포용적인 성장 증진 •경제 인프라에 대한 접근성 개선 •장애인 포용 •아동 보육 및 아동에 대한 지원 •지역사회 고용 유지, 지역 공급업체 지원 ❖지속 가능한 생계 및 토지권 지원 ❖ 위험 기반의 실사를 통해 영향받는 지역사회의 인권 존중 보장 |
실질적인 기여의 유형 | 설명 |
---|---|
부정적인 영향 방지 및해결 |
㉮인권 및 노동권 침해가 보고되는 고위험 섹터 ㉯유럽사회적기둥(European Social Pillar)의 목표에 기여할 가능성이 낮은 섹터를 대상으로 함. |
경제활동에 내재된 긍정적 영향 강화 (상품 및 서비스, 기본적 경제 인프라 등) |
㉮인간의 기본적 필요를 위한 상품과 서비스 ㉯적절한 생활수준에 대한 권리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기본적 경제 인프라를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 섹터를 대상으로 함. |
활성화 활동 (enabling activities) | 경제활동이 다른 섹터에서 상당한 위험 감소를 가능하게 할 경우 |
특히 실질적 기여는 유엔(UN)의 SDGs와 밀접히 관련된다. 기업에서 SDGs를 달성하기 위한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접근방식은 두 가지 진입 지점을 구분한다. 하나는 “사람과 환경에 대한 위험 : 모든 기업이 운영 및 가치사슬과 연결된 사람과 환경에 대한 잠재적이고 실제적인 부정적 영향을 해결하는 책임을 충족함으로써 SDGs를 달성할 수 있게 하는 기여”다. 다른 하나는 “SDGs와 관련된 유익한 제품, 서비스 및 투자 : 기업이 지식, 기술 및 기타 역량을 사람과 환경에 유익을 주는 데 적용함으로써 SDGs를 달성할 수 있게 하는 추가적인 기여”다.
소셜 택소노미는 그린 택소노미와 마찬가지로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는 것(DNSH; Do No Significant Harm)’에 대한 기준을 두어 특정 사회목표에 기여하더라도 다른 사회목표를 침해해서는 안 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통신 서비스가 부족한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은 포용적 지역사회를 위해 기여하는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해당 업무를 하는 근로자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
소셜 택소노미의 마지막 판단 기준은 최소한의 안전장치(minimum safeguards)다. 사회 및 지배구조와 관련한 최소한의 안전장치(UNGPs 및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가 그린 택소노미의 일부인 것처럼, 최소한의 환경적 안전장치는 준수돼야 한다. 사회목표 달성을 위해 환경침해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회 및 지배구조 안전장치도 작동한다. 어떤 영역에서 사회에 기여 활동을 하는 회사가 다른 분야에서는 사회 및 지배구조의 ‘최소’ 원칙에 위배된다면 그 또한 문제다. 최종보고서는 이사회, 보상제도, 뇌물방지, 세금 투명성 등에 관한 지배구조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EU 소셜 택소노미와 관련해 제기된 가장 큰 우려는 EU 역내의 국가마다 사회문제와 관련된 법규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초안에 대한 피드백 중 45%가 소셜 택소노미에 담겨 있는 기준이 국가 규제와 상충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최종 보고서는 소셜 택소노미가 개별 국가의 규제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국가의 법률을 최소한의 기준으로 삼고 이를 초과하는 활동을 실질적인 기여로 평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한다. 아울러 유엔 규범과 같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기준을 적용하면 해당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소셜 택소노미가 특정 기업에만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 정부의 보조금 정책 등 각종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택소노미가 EU의 공시 법규인 비재무정보 보고지침(NFRD; 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과 지속가능금융 공시규정(SFDR; Sustainable Finance Disclosure Regulation)과 연계돼 기업의 공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은 공시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갖춘 기업에 투자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셜 택소노미는 기존 공시 규정을 참고해 개발됐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환경부는 그린 택소노미에 해당하는 녹색분류체계(K-Taxonomy) 가이드라인을 2021년 12월 30일 발표했다. 한국의 녹색분류체계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정부는 녹색금융 활성화를 촉진하고 탄소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 조성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편 기획재정부가 사회적 채권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소셜 택소노미는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소셜 택소노미는 한국의 기업들에게 무관한 것인가? 필자는 EU 소셜 택소노미가 한국 기업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우선 EU는 2022년 2월 기업의 지속가능성 실사에 관한 지침을 채택했다. 공급망을 포함해 환경·사회·거버넌스의 주요 사항을 실사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독일 등 유럽의 여러 나라는 이를 바탕으로 공급망 인권 실사 의무화 법안을 채택했다. 소셜 택소노미는 이러한 실사 규정에도 영향을 미쳐 지속 가능한 사회 또는 인권 영역의 준거가 될 것이다. 한국의 기업들 중 유럽의 공급망에 해당하는 기업에게는 소셜 택소노미가 긴밀히 영향을 줄 것이다. 해당 기업은 인권 실사 기준 및 소셜 택소노미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사업과 운영에 적용하는 준비를 해야 한다.
아울러 EU의 소셜 택소노미는 국제적 투자 및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한국의 투자자 및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ESG 채권 발행은 11조2,350억 원에 이른다. 2020년까지만 해도 자금 사용처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 지속가능채권(사회적 목적과 환경적 목적이 혼용된 채권) 위주로 발행했다. 그런데 2021년 지속가능채권 비중이 52%에서 22%로 줄고, 사회적 채권 비중이 43%에서 67%로 늘었다. 녹색 채권의 비중도 5%에서 11%로 커졌다. 사회적 채권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한국에서도 소셜 택소노미가 수립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소셜 택소노미가 수립되기 전까지는 EU의 기준이 사회적 투자, 사회적 금융, 사회적 기업 활동을 판별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인권 존중 책임을 포함해 사회 영역에서의 지속가능성 요구가 국제사회 및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 우리 기업은 사업장 및 공급망에 대한 인권실사를 비롯해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하는 이해관계자 전략을 수립하고,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비즈니스의 기회를 창출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한다. 사회문제는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소셜 택소노미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소셜 택소노미는 국제적 기준을 참고하되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논의 과정을 거쳐 수립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