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F출범과_미국의_입장 #공급망_협력_대응

IPEF 출범 이후 역내 공급망 협력 강화

지난 5월 23일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공식 출범했다. 시장 개방보다는 공급망과 디지털 기술, 청정에너지 등 신(新)통상 의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통상 질서를 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춘 다자간 경제협력체 출범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맞물리고 있다. 각국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한국은 역내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전문가 대담을 통해 들어봤다.

대담자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토론 제시어

#1 IPEF 출범과 미국의 입장

#2 한국의 참여 의미와 공급망 협력 대응

#3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과 대응전략

#1. IPEF 출범과 미국의 입장
조상현 원장

IPEF를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2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 of US)을 발표하고 인·태 지역에 대한 기본적 전략체계를 마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태평양 지역을 ‘세계 힘의 중심’으로 규정하고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추구하기 위한 5가지 전략적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정책 기조 아래에서 IPEF를 중심으로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협력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노동·환경 기준 기반의 무역, 디지털 경제·기술 규범, 공급망 안보, 탈탄소 및 청정에너지 등 여러 의제가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공급망 정책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공급망 분야가 핵심 의제로 논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전까지 무역협정들이 시장개방에 초점을 맞췄다면 IPEF는 공급망·반부패·노동·인권 등 신통상 이슈를 핵심주제로 다루고 있고 내용을 보더라도 시장 접근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다. 그런 점에서 기존 협정과는 시각이 다른 다자간 협력 모델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새로운 통상 의제에 초점을 맞추게 된 건 트럼프 행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및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통해 형성된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IPEF가 시장 접근을 제외한 다양한 의제를 다루는 포괄적 협정임을 감안할 때 미국은 새로운 통상질서를 확립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두식 대표변호사

IPEF가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 디지털, 공급망, 기후변화, 청정에너지 등 신통상 이슈를 중심으로 새로운 통상질서 구축을 꾀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IPEF가 중국을 고립시키고 참여국도 그에 동조한다는 시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CPTPP나 RCEP, IPEF의 참여국들이 많이 겹친다는 점에서 미국은 IPEF를 통해 신통상 이슈 중심으로 이들 협정에 대한 대안적 성격의 경제질서를 수립하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문제는 참여국들이 IPEF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느냐다. 미국은 관세 철폐가 아닌 다른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입장이다. 신통상 이슈의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에 시장개방 이외의 인센티브와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시장개방 측면이 아닌, 새로운 가치 기준을 참여국들이 맞출 수 있겠느냐, 그것이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될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결국 아직까진 여러 나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으로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논의가 진행될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IPEF 참여는 신통상 질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차원의 전략으로 봐야 한다. 특히 공급망가치 중심적 경제협력으로 변화하는 국제 통상환경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방안과 툴을 동시에 활용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한 보고서로 미국을 ‘인도·태평양 세력 (Indo- Pacific Power)’으로 명명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을 ‘세계 힘의 중심 (Center of Gravity)’으로 규정했다.
#2. 한국의 참여 의미와 공급망 협력 대응
조상현 원장

참여가 예상됐던 13개국이 다 참여했고 피지도 추가 참여를 선언해 현재 IPEF 참여국은 14개국으로 늘어났다. 특히 핵심 국가로 꼽히던 인도까지 참여한 상황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대규모 글로벌 자유무역체제 가입에 거부감을 드러내 온 데다 IPEF 가입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나라이기에 참여 의미가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IPEF에 참여한 것은 신통상 질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 한국은 공급망과 가치 중심적 경제협력으로 변화하는 국제 통상환경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방안과 툴을 동시에 활용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한국의 대(對)인도·태평양 지역 수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특히 인도·태평양 주요국들은 반도체산업 공급망의 핵심 참여자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을 위해 역내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아세안과 인도는 각종 전자제품과 기기의 조립, 생산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주요 반도체 수요처로서 의미가 있다.
또한 앞으로도 세계의 주요 소비시장 및 생산처로 지속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IPEF를 통해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두식 대표변호사

미국은 내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논의를 끝내고 싶어 할 테지만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본다. 주요 의제 하나하나가 별도의 협정으로 다뤄야 할 만큼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가 참여해 내실 있는 협정으로 만들려고 하면 상당히 강도 높은 협상이 뒤따라야 한다. RCEP의 경우만 보더라도 협상에서 발효까지 10년 걸렸다.
한국은 협상 과정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원자재 등 자원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칫 다자간 수출통제 체제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데 그 점을 경계해야 한다. 핵심기술 보호 등을 이유로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통제 체제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기후변화나 노동, 반부패 이런 의제들이 공급망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환경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이익을 준다든지, 탄소저감 정책으로 기업에 부담을 지우면 산업계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향후 신통상 의제의 룰이 산업계의 경쟁력을 제한할 여지가 있을 경우 이를 적절히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IPEF는 공정하고 회복력 있는 무역 분야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선언적 협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공급망 문제는 강제적 규범이 아니더라도 상호 대화와 시스템 구축으로 협력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이유로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아세안인도는 세계의 주요 소비시장생산처로 지속성 장할 것이기 때문에 IPEF를 통해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아시아 및 태평양 연안국가들의 원활한 정책대화 협의를 주목적으로 하는 협의체다. 아ㆍ태 공동체의 달성을 장기 비전으로 하여 아ㆍ태 지역의 경제 성장과 번영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40%, GDP의 약 59%, 교역량의 약 50%를 점유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협력체다.
#3. 국내 산업계에 미칠 영향과 대응전략
조상현 원장

반도체산업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전 공정에 걸쳐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한국은 메모리반도체 설계와 생산, 일본은 제조장비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 일본과 효율적이고 원만한 협업 채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밖에 원자재·곡물·광물 등 자원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 국가들과도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리스크를 낮추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의제별로 핵심적인 논의사항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본격적인 논의 과정에서 기업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민관 협의체와 같은 정책 소통 채널을 조기에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이나 노동 부분은 대체로 유럽연합(EU) 중심의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국제적인 통상 이슈를 자체적으로 점검하면서 준비작업에 임해야 한다. 정부도 정·재계와 협력을 상시화하기 위해 민관전략회의와 4대 분야별 민관 협의체를 운영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

김두식 대표변호사

이미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공급망과 기술협력과 관련해 한미 간 채널이 구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IPEF를 자원이나 곡물, 원자재 분야의 공급망 확보에 기여할 수 있는 경제협력체로 활용해야 한다. 또 하나 크게 영향을 받게 될 부분은 디지털 산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빅테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 강력한 디지털 규범을 제시할 경우를 대비해 면밀한 검토와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 또한 앞으로 벌어질 복잡한 협상과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부 영역을 나눠 대응하기보다 통섭적으로 볼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은 협상 과정에서 원자 재·곡물·광물 등의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칫 다자간 수출통제 체제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는데 그 점을 경계 해야 한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CEP;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 뉴질랜드·호주 등 15개 나라가 참여하는 다자간 FTA다. 지난 2011년 아세안+6(한국·인도·중국·일본· 호주·뉴질랜드) 정상회의에서 처음 논의가 시작된 이후 31차례의 공식 협상과 19차례의 장관회의, 4차례의 정상회의를 거쳐 2022년 1월 1일 공식 발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