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글로벌 통상환경은 ‘효율성’에서 ‘회복력’으로 중심축이 이동하면서 공급망 회복력 강화가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는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기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미국을 비롯해 인·태 지역 14개 국가가 참여한 IPEF는 상품 및 서비스 시장 개방을 목표로 하는 전통적 무역협정과 달리, 공급망, 디지털, 청정에너지 등 신통상 이슈 중심의 새로운 경제통상협력체다. 인·태 지역에서의 협력과 규범의 균형 잡힌 접근을 통한 포괄적인 역내 경제협력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통상환경의 변화는 다자주의에 기반한 자유무역시스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값싼 노동력에 기반해 전 세계 경제가 성장하면서 인플레이션은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뉴노멀’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동시에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추구해온 다자간 자유무역체제에도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신호다. 우리나라는 세계화의 흐름을 잘 활용해 경제 규모를 글로벌 10위권으로 키운 대표적인 수혜 국가 중 하나다. 파편화·블록화되어가는 통상환경에서 생존하려면 우리나라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등 새롭게 부상하는 통상체제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IPEF는 공급망 강화와 역내 협력을 통한 산업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IPEF에 대해 “인도·태평양이란 중요한 지역에서 경제협력을 추구하고 이끌어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라고 밝혔다. IPEF 참여국 간에 지역 내에서 긍정적 협력을 통해 실용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적이라는 의미다.
웬디 커틀러는 미국이 IPEF 참여국에 줄 수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고, IPEF는 참여국에게 기존과는 다른 여러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각 참여국의 역량 강화와 자금 조달을 지원할 수 있고, 특히 청정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협력할 수도 있다. 또 무역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을 비롯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가 제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주도하에 출범한 신(新)경제통상 협력체인 IPEF에는 한국과 미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및 아세안 회원국인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베트남, 태평양 도서국인 피지 등 총 14개국이 참여했다.
IPEF는 △무역 △공급망 △인프라·청정에너지·탈탄소 △조세·반부패 등 4가지 필러(pillars)를 중심으로 논의될 예정인데, 참여국 간 경제발전 수준이 상이하여 유연하고 포용적인 방식으로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참여국들 간 기술 지원이나 역량 개발 등의 호혜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관세 인하를 통한 시장개방을 넘어 기후변화, 공급망, 팬데믹 등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 회복력 강화가 핵심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출범한 IPEF에 한국이 참여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여러가지다.
우선, 반도체·청정에너지·핵심 광물 등 역내 공급망 협력 증진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와 안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인·태 주요국은 반도체 등 주요 산업 공급망의 핵심 참여자들로서 조기경보시스템 구축과 역내 투자, 기술 개발, 인력 교류 등을 촉진할 수 있다.
둘째, 미국을 비롯한 역내 주요국과 민관 및 기업 간 협력을 촉진하여 디지털·신기술 관련 부분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이점이 있다.
셋째, 인프라 투자, 역량 강화, 공동 프로젝트 참여 등을 통한 인·태 시장 진출 기회도 확대될 수 있다.
넷째, 우리나라는 디지털, 탈탄소·청정에너지 등 신통상 이슈에 대한 글로벌 규범 확립을 선제적으로 주도해나갈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공급망 강화 및 역내 협력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계·전문가 등과 소통하면서 IPFE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