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서 #동아시아정상회의 #APEC

번영을 위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역내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의 새로운 전략

지난 5월 23일 도쿄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번영을 위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의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한국을 비롯한 14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는 IPEF는 전통적인 무역협정과는 달리 공급망의 안정화, 첨단 기술·산업과 디지털 무역, 에너지 분야 등 새롭게 세계경제에서 제기되고 있는 쟁점에 협력을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협력체로 평가된다. 한국을 둘러싼 역내·외 세계경제의 환경 변화가 본격적으로 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 실장 사진한경DB

지난 5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번영을 위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가 공식 출범했다.

지난 5월 IPEF 출범식에서 참여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래 경제를 준비하고 지속적인 번영을 위한 새로운 규칙 구축을 목표로 한 IPEF 설립의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공동성명에는 IPEF를 통한 역내 경제의 탄력성·지속성·포괄성, 경제성장, 공정성과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모든 국민에게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안정적이며, 탄력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경제 비전을 약속했다. 이날 우리나라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한 과거 발전을 소개하고 IPEF가 포괄하는 모든 분야에서 한국의 경험 공유 등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 의사를 밝혔다.
IPEF의 출범은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역내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의 새로운 전략 추진이 본격적으로 시작함을 의미한다. 특히 IPEF는 기존 상품과 서비스 시장 개방 및 무역 확대를 주목표로 하는 전통적인 무역협정과는 달리 공급망의 안정화, 첨단기술·산업과 디지털 무역, 에너지 분야 등 새롭게 세계경제에서 제기되고 있는 쟁점에 협력을 추구하는 새로운 경제협력체로 평가된다. 그러므로 향후 IPEF의 방향과 추진에 따라 한국을 둘러싼 역내·외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패러다임의 변화와 다자체제의 시작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0월 개최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에서 처음으로 IPEF의 구상을 발표했다. 이후 2022년 2월 미국 백악관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 (Indo-Pacific strategy·인태 전략)을 발표하면서 IPEF가 추구하는 목적을 보다 구체화했다. 인태 전략은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고 해당 지역의 강화를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비전을 보여주며, 이를 위한 동맹, 파트너, 기관들과의 창의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을 추구한다. 해당 전략에서 미국은 ①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발전 ②지역 내외 연계 구축 ③인도·태평양의 번영 촉진 ④인도·태평양 안보 강화 ⑤21세기 초국가적 위협에 대한 지역적 탄력성 구축 등을 목표로 발표했다. IPEF는 특히 세 번째로 언급된 인도·태평양의 번영 촉진의 구체적인 제안 중 하나로, IPEF를 통해 ①높은 노동과 환경 기준을 충족하는 무역과 이를 위한 새로운 접근방식 개발 ②새로운 디지털 경제에 대한 개방성과 국가 간 데이터 협력 ③다양성과 개방성을 고려한 예측 가능하고 회복력을 갖춘 안전한 공급망 증진 ④탈탄소화 및 청정에너지에 공동투자 달성을 위한 의제를 다룬다.
IPEF 출범은 세계무역과 글로벌 가치사슬(GVC) 확대를 주도한 패러다임의 변화와 변화된 패러다임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다자체제의 시작을 의미한다. 기존 세계 산업과 무역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는 효율성에 기반한 최적화가 패러다임의 중심에 있었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필요한 물건을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지역에서 언제나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신뢰에 기반했다. 각 정부 또한 이러한 패러다임 속에 상호 간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국가 간 거래와 투자 비용을 낮추고 규제를 철폐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공급망 붕괴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GVC의 효율성에 의존한 산업과 무역에 대한 위험성이 부각됐다. 변화된 환경에 대응해 개별 기업과 산업은 공급망에 위기가 발생하고 붕괴할 때 얼마나 빨리 이를 극복하고 회복할 수 있는지, 즉 공급망의 복원력을 강조하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공급망 복원력 강화를 위해서, 특히 미래 경쟁과 안보를 위해 필수적인 첨단기술과 산업에 대한 특정 국가 또는 신뢰할 수 없는 국가의 높은 의존성을 극복하고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 확보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IPEF는 기존 관세 및 투자 제한에 대한 규제 완화를 통해 국가 간 무역과 경제협력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기존 무역협정과는 차별화되며,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GVC 내 쟁점을 논의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경제협력체의 시작을 의미한다.
미국은 최근까지 첨단기술을 비롯한 주요 핵심 산업에서 본국의 복원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빠르게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IPEF의 출범으로 향후 이러한 복원력 강화의 전략 또한 일부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급망 100일 검토 보고서 (100-Days Reviews under Executive Order 14017)’를 통해 핵심품목에 대한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대비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첨단산업 분야의 공급망 복원력을 위해 주로 미국 내 자국 공급망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온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반도체·이차전지 등과 관련한 한국 기업의 미국 본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대규모 인센티브 제공과 유치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번 IPEF 출범으로 이러한 공급망의 복원력 개념이 미국 본토에 한정되지 않고 IPEF 참여국의 영토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IPEF 참여국의 경제영역 속에서 공급망 안정성 제고를 통한 미래 경제의 안정적 번영과 협력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새로운 전환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동아시아정상회의EAS; East Asia Summit
동아시아의 16개국과 미국, 러시아 등 18개국이 참가해 매년 개최되는 정상회의이다. 회원국은 아세안(ASEAN) 10개국과 한국·미국·중국· 러시아·일본·호주·뉴질랜드· 인도 등 18개국이다. 2021년 10월 27일 화상으로 개최된 제16차 EAS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PEF 결성 의지를 처음으로 밝혔다.
공급망 100일 검토 보고서 100-Days Reviews under Executive Order 14017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반도체, 고용량 배터리, 희토류를 포함한 주요 광물, 의약품 및 원료의약품 등 4대 핵심산업에 대한 공급망 현황과 육성계획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미국 내 생산역량 확대 및 기술 개발을 위한 정책적 지원과 동맹·파트너국과의 공조를 통한 공급망 안정화 방안을 제시했다.
여전히 불확실한 IPEF의 추진상황과 한국의 능동적 대응

지난 5월 23일 IPEF의 공식 출범에도 불구하고 IPEF에서 추진될 내용과 추진방안 등이 현재 논의 중이다. 미국은 우선 공동성명서를 통해 IPEF의 출범을 추진한 이후 세부적인 내용을 참여국과 협력해 만들어나갈 것으로 계획했다. 세부 내용의 시기와 관련해 미국은 2023년 11월 자국에서 개최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를 계기로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IPEF의 주요 의제 또한 논의가 시작된 초기에는 공급망 안정화와 수출제한 및 디지털 표준과 같은 주제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①디지털 경제 등 무역규범 ②공급망(Supply Chains) ③청정에너지, 탈탄소, 인프라(Clean Energy, Decarbonization, and Infrastructure) ④조세 및 반부패(Tax and Anti-Corruption) 등 4개 주요 분야로 의제가 확대 및 일부 전환되는 등 여전히 시간에 따라 지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농수산물 등을 포함하는 시장접근에 관한 의제 또한 IPEF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는 등 논의될 의제의 범위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특히 IPEF에 참여할 국가의 추가 참여 가능성이 여전히 개방돼 있으며, 현재 논의되는 4개의 주요 분야 중 최소한 한 개의 의제에만 참여해도 IPEF의 공식 참여국을 인정하는 유연성이 고려되는 등 향후 의제 설정에 참여할 국가와 과정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은 미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IPEF 출범멤버로서 참여를 공식화하고, 우리의 관심 의제들을 미국과 긴밀히 협의해가면서 IPEF 논의 구체화에 기여 중이다. 미국과 한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역내와 글로벌 안정·평화·번영에 이바지하기 위해 IPEF를 함께 발전시켜나가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향후 IPEF의 내용이 구체화되고 다른 국가의 참여 여부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신중론과 부정적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정부의 IPEF 참여와 관련한 정책적 불확실성에 따라 세계시장에서 사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이 직면한 불확실성과 위험도 지속됐다. 하지만 이번 미국과의 정상회담 및 IPEF 출범과 동시에 그 참여를 결정함으로써 최소한 IPEF 참여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했으며 향후 IPEF를 통한 우리의 이해와 부담을 조정할 기회를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는 일정 부분 진전을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IPEF 출범 직전에 양자 간 정상회담을 통한 우리 측의 독자적인 인태 전략 수립 의사 표명과 이를 진행하고 있는 포괄적인 IPEF와 함께 발전해나갈 것을 상호 간 확인함으로써, 향후 IPEF를 통해 논의될 의제에 우리 측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이후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IPEF의 우리 측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한 적극적인 논의의 동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의가 있다고 판단된다.

IPEF 구체화에 따라 한국 경제안보의 기회와 도전 공존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IPEF 출범에도 불구하고 논의될 의제, 최종 참여국, 추진방안 등에 구체성이 부족하고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향후 IPEF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진전되는지에 따라 한국의 경제와 안보 분야의 기회와 도전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공급망의 복원력 강화, 디지털 경제, 그린 에너지 등 최근 세계경제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이슈들을 다자체제 내에서 새롭게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향후 IPEF가 실질적인 추진방안과 동력을 바탕으로 구체화된다면, 한국 경제에 큰 기회를 제공해줄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 방문에서도 관찰할 수 있듯이 공급망 복원력 강화에서 IPEF 내 한국과 한국 기업의 핵심적인 역할과 중요성은 재확인됐다. IPEF 내에서도 중장기적인 공급망 복원력을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과 한국 기업이 가지는 첨단산업 분야의 경쟁력은 향후 IPEF 내에서 공급망 복원력의 지속가능성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자산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한국이 가진 이러한 전략적 자산을 십분 활용해 주도적으로 의제와 의무수준 등을 국익에 맞게 끌어낸다면 IPEF 참여가 한국 경제에 큰 기회를 제공해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동시에 디지털 경제와 청정에너지 등 기존 한국 경제가 직면한 다양한 경제·통상 이슈를 다자체제에서 새롭게 논의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글로벌 이슈에 주도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새로운 위기에 책임 있는 역할과 기여를 다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위상을 제고할 기회로 기대한다.

한국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20일 첫 일정으로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했다.
‘글로벌 중추국가’ 도약 위한 노력

지금까지 논의한 바에 따르면, IPEF 출범은 세계시장에서 새롭게 제기된 경제·산업·통상 이슈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새로운 플랫폼의 탄생을 의미한다. 해당 플랫폼에서 향후 누구와 어떠한 의제를 논의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방안을 찾아가는지에 따라 한국에 기회와 도전이 공존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IPEF 출범 이후 주요 과제를 인지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향후 IPEF를 통한 한국의 위상 강화와 국익 극대화를 위한 핵심적인 관건이다. 특히 다양한 의제 중에서도 공급망 복원력 구축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논의를 주도해 한국이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한국과 한국 기업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공급망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공급망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첨단산업 경쟁력에서 한국을 지역적 핵심 거점화하는 동시에 한국 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역적 공급망과 같은 한국이 중심이 되는 IPEF 내 공급망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첨단산업의 원자재 가공의 경우 공급망에서의 개발도상국 역할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점에서 기존 아세안 및 인도 진출 경험이 풍부한 한국 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구상해볼 수 있다.
다음으로, 국내 정책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국내 산업정책으로는 IPEF의 중장기적인 공급망 복원력을 위한 핵심 국가로서의 역할을 위해 첨단기술과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국내 첨단산업 및 투자지원 정책과의 연계를 고려해야 한다.
향후 IPEF 대응과정과 전략 마련에서 민관의 협력이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의 의견을 IPEF의 의제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기업의 이득을 극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IPEF의 공급망 복원력 강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공급망 조정과 이전을 위한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기업 또한 IPEF 내 한국의 능동적 역할에 기여할 수 있는 파트너다. 그러므로 향후 IPEF를 통한 과제발굴과 대응방안 구축에서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IPEF 출범에 따른 단기적이고 산발적인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가 필요하다. IPEF 논의와 추진과정에서 생기는 불확실성은 단기적으로 일정 부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기업은 일정 수준의 재고자산 조정 및 공급망 다변화를 통한 중복 전략을 통해 일정 부분 효율성을 포기하더라도 위험에 대비한 복원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부도 이러한 불확실성과 위험을 최소화하도록 외교적으로 만반의 조치를 하는 한편, 불가피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